Column

CEO 에세이 - 세금 갈등을 줄이려면… 

 

강성원 한국공인회계사회장



부족들이 서로 힘을 합쳐 국가의 기틀을 만들어 가면서 세금이 생겨났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세금의 역사를 돌아보자. 기원전 4000년경에 한 부족이 세금으로 낸 벼를 점토판에 기록해 둔 것이 가장 오래된 세금 관련 기록이라고 전해진다. 세금의 한자를 보자.

‘세(稅)’의 어원이 ‘벼 화(禾)’와 ‘바꿀 태(兌)’가 합쳐진 것이다. 백성들이 수확한 곡식 중 국가에 바치는 것을 ‘세금’이라고 했다. 기원전 200년 그리스가 이집트를 지배할 때, 가혹한 세금에 반발해 반란이 일어났다. 결국 왕이 반란에 굴복해 밀린 세금을 면제해 주겠다는 증표가 ‘로제타석’이라고 한다. 이처럼 세금은 국가가 생겨난 이래 국정운영의 필수적인 요소이자 국민과 갈등도 빚은 요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몇 년 간 국내외 경기침체로 기업의 수익성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중산층의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경기회복도 불확실해지면서 국내 소비와 투자도 진작되지 않고 있다. 경기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더욱 큰 문제다. 그런데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본격 도래로 복지 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처럼 쓸 곳은 늘어나는 데 비해 국가의 주요 재정 수입인 세금을 늘리기에는 제반 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실정이다. 세수 확대가 어려운 점이 국가 재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른바 저성장 시대에 접어 든 현 시점에 세금 문제로 국가와 국민의 갈등 국면이 초래돼서는 곤란하다. 현 정부 출범 후 국민복지 증진을 위해 세금이 더 필요해졌다. 그런데 경기침체로 기업과 국민들로부터 거두는 세금을 대폭 늘릴 수도 없는 형편이니 국가로서는 곤혹스러울 만하다. 국민은 자신들의 소득과 재산을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국가가 떼어간다고 생각하기 쉽다.

국가의 세무행정에 대한 ‘신뢰 부족’이 이유가 될 수 있다. 필자는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을 통한 증세보다 세원 확대를 통해 실질적인 증세효과를 거두도록 하는 세정의 지혜가 절실하다.

개세주의(皆世主義)란 말이 있다. ‘소득이 있는 모든 곳에 세금이 있다’라는 뜻이다. 이처럼 모든 소득에 대한 세금납부는 국민의 의무이자 국민의 신성한 권리이며, 국가통치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 이와 달리 납세자는 국가로부터 필요한 정보와 편익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국세청의 조사에 대한 납세자의 부정적 반응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재수없게 걸렸다’ ‘어떻게 하면 세금을 안 내고 덜 낼까’라고 자조하고 고민하는 모습은 ‘신성한 납세권리’를 가진 납세자의 모습이라 보기 힘들다. 정부도 무리하고 과도한 징세 행정을 피하고 공평세정을 펼쳐야 한다. 징세가 강화될 경우, 납세자의 불만이 늘고 조세불복도 증가해 사업의욕이 저하돼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징세강화보다 성실납세가 중요한 이유다.

세금에 대한 상호신뢰 기반구축이 시급하다. 내가 내는 세금이 바로 나의 복지를 위해서 쓰인다는 탄탄한 신뢰 속에서 ‘성실납세문화’가 확고히 자리잡아 가기를 바란다. 우리가 명실상부한 일류국가와 복지국가로 발돋움 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1237호 (2014.05.19)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