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CEO 에세이 - 채용면접 ‘뒷담화’ 

 

이상호 참좋은레져 대표



우리 회사는 매년 2회 신입사원 채용을 실시한다. 나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최종 면접을 직접 챙긴다. 인재를 채용하는 일이 경영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젊은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나 자신에게 신선한 자극이 돼서다. 사실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건 부모가 씨앗을 뿌려 새싹으로 키워놓으면, 기업이 더 큰 수확을 위해 그 새싹의 묘목을 구입하는 일과 같다. 물론 부모는 내 자식이 잘 자랄 토양인지 걱정이고, 기업은 과연 제대로 된 묘목인지 동상이몽이지만.

면접 날 아침 수백 대 일의 경쟁을 거쳐 내 눈앞에 놓여진 이력서들을 대하자면 월드컵 1차 선발전을 거친 예비 국가대표 선수 마냥 늠름하고 자신감 넘치는 얼굴들이 보인다. 기대가 커진다. 심호흡을 하면서 천천히 서류를 살펴본다. 아! 도대체 무엇이 그리 급하길래 이력서 하나 꼼꼼히 작성치 못하고 오·탈자 천지인지. 첨부된 증빙서류와 다른 내역도 수두룩하다.

그 순간 화려한 스펙과 이력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하나 둘씩 입장하면 가슴은 또 답답해진다. 약속이나 한 듯 남자는 모두 검은색(곤색) 양복에 흰 와이셔츠, 여자는 검은색 재킷에 흰 블라우스. “저기, 여러분. 여기가 장례식장입니까?” 깔끔하고 단정하라고 한 것인데 오히려 획일화 속에 개성이 사라졌다. 교육이 잘못됐거나, 기성세대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탓이겠지만.

질문에 대한 답변, 발언 형태는 한결같이 군기가 바짝 들은 신병모드다. 가벼운 질문에도 경직된 얼굴로 “네 그렇습니다”를 연발하니 면접관이 편할 리 있겠나. 분위기를 바꿔보려 웃으면서 가벼운 질문을 던져도 변함없이 신중모드다. 힘이 빠진다. 한결같이 1~2년씩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

나의 눈길은 자연스럽게 부모의 직업이나 연령으로 향한다. ‘이 친구가 부모의 노후자금을 얼마나 축내고 다녀왔을까’하는 걱정에서다. 조심스럽게 학비 조달은 어떻게 했느냐고 물으면 한결같이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글쎄~’하는 의문이 든다. 토익점수는 높은데 회화는 생활영어 수준이고,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는데 자기 주장하나 제대로 펼치지 못하니 걱정이 더 앞선다.

취미와 특기를 물어보면 더 슬퍼진다. 자전거회사에 지원하면 취미는 자전거 타기 특기는 산악자전거 타기가 되고, 자기소개서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어릴 적 자전거에 얽힌 추억과 에피소드를 적어뒀다. 여행사에 지원하면 당연히 취미는 해외 여행이다. 차라리 ‘자전거 탈 줄 모릅니다’라거나 ‘이제껏 여행갈 시간과 돈이 없어서 못 다녔습니다. 뽑아주시면 원 없이 다니겠습니다’라고 한다면 만사를 제치고 “합격이요!”를 외칠 텐데.

집이 좀 먼듯해 “합격하면 출퇴근을 어떻게 할거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입사만 되면 회사 근처로 방을 얻어 이사를 올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 돈은 보나마나 부모님 노후자금에서 나올 텐데. 차라리 “잠을 좀 줄여서라도 내 평생에 지각은 없을 것”이라고 터무니 없는 거짓말을 하는 게 더 매력적이지 않은가?

임원들과 최종 점수를 집계하고 있는데 누군가 묻는다. “사장님, 오늘 면접을 너무 아빠모드로 보신 것 아닙니까?” 아뿔싸! 솔직히 답변했다. “그래, 사실 나도 취업을 기다리는 아들놈이 있다네.” 이 땅의 모든 아들·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뒷담화다.

1240호 (20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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