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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LG생활건강의 ‘엘리자베스 아덴’ 인수 추진 속셈은? - M&A로 성장 정체 돌파구 마련 

 

37분기 만에 영업이익 뒷걸음 ... 차석용 부회장 성장 신화 주춤

▎2005년 취임 이후 M&A로 회사를 키운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LG생활건강이 미국 화장품 업체 ‘엘리자베스 아덴’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성사된다면 예상 인수 가격이 1조원을 웃도는 ‘빅딜’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성장 정체기에 들어간 LG생활건강이 이번 M&A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국내 기관투자가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엘리자베스 아덴의 경영권 인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4월 23일 인수 추진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이에 대해 LG생활건강 측은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엘리자베스 아덴뿐 아니라 2~3개 업체를 살펴보고 있다”며 “여러 설이 나돌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인수 대상, 지분율, 가격 등 확실하게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엘리자베스 아덴은 1910년에 설립된 명품 화장품 업체다. 나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으며 최근 시가총액은 약 8억4400만 달러(약 86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13억4500만달러(약 1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등 120개국에 진출해 있다. 매출의 60% 이상을 북미 지역에서 올리고 있다. 이 지역 향수 시장의 강자로 제품별 매출 비중에서 향수가 78%를 차지한다.

LG생활건강이 엘리자베스 아덴 인수를 타진하는 건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해서다. 올해 1분기 LG생활건강의 매출은 1조12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늘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283억원으로 12.1% 줄었다. 37분기 만에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차석용 부회장 체제 출범 이후 36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37분기를 맞아 기록이 깨졌다.

1분기 실적을 보면 3대 사업 부문인 화장품·생활용품·음료 매출은 모두 증가해 화장품 4536억원, 생활용품 4019억원, 음료 2729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핵심 사업인 화장품과 생활용품의 영업이익이 각각 665억원, 4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11.9% 꺾였다.

이에 따라 LG생활건강의 성장성이 정체기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재도약을 위해 최근 M&A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또 최근 차석용 부회장이 최근 일부 계열사 대표직을 사임한 배경 중의 하나도 해외 사업과 신사업 등에 주력하기 위한 일환으로 파악되면서 M&A 가능성이 점쳐진다.

향수 시장의 강자 흡수 … 세계 톱10 진입 가능

LG생활건강은 M&A로 덩치를 키워왔다. 보수적인 LG그룹 계열사로는 이례적이다. 특히 차석용 부회장이 2005년 LG생활건강 CEO로 취임한 후 10여개 기업을 M&A하며 회사를 키웠다.

2007년 코카콜라음료 인수를 시작으로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 더페이스샵과 한국음료, 2011년 해태음료, 2012년 바이올렛드림 화장품 사업과 일본 화장품 업체 긴자 스테파니, 2013년 일본 건강기능식품 업체 에버라이프, 캐나다 바디용품업체 F&P, 영진약품의 드링크사업을 인수했다.

공격적인 M&A를 통해 LG생활건강은 화장품·생활용품·음료라는 지금의 3개 사업부문 체계를 갖췄다. 특히 기존 주력이던 생활용품 사업 외에 화장품과 음료사업을 더해 탄탄한 수익구조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화장품 사업이 여름에 비수기인 반면 음료 사업은 성수기를 맞아 계절 리스크를 상쇄하는 식이다.

새 성장동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차 부회장이 엘리자베스 아덴을 눈 여겨 본 것 역시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은 스킨·로션에 치중해있다.

이와 달리 엘리자베스 아덴은 향수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사업 지역 다변화에도 유리하다. LG생활건강이 아시아에 사업 영역이 한정돼있지만 엘리자베스 아덴은 북미지역 시장의 강자다. 더구나 국내 화장품 시장이 포화되는 가운데 추가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필요한 때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LG생활건강이 가장 원하는 건 인지도 높은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엘리자베스 아덴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닌 브랜드 인지도는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다.

국내 업체가 갖기 어려운 글로벌 브랜드 파워나 광범위한 해외지역 커버리지를 얻을 수 있어 중국·일본은 물론 북미·유럽 등지로 사업 확대가 수월해진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양사의 합산매출은 6조원으로 뛰어오른다. 글로벌 톱10 화장품 회사로 도약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은 M&A를 통한 사업 다변화에는 이미 익숙한 ‘M&A 선수’다. 다만 이번엔 덩치가 꽤 크다. IB 업계에서는 엘리자베스 아덴에 대한 인수 가격이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LG생활건강과의 시너지 효과를 미리 반영한 인수가격이 더 높게 책정될 경우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엘리자베스 아덴의 실적도 반전 시켜야 한다. 엘리자베스 아덴의 지난해 결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5%로 감소했다. 1년 간 주가 수익률은 -31.1%다.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M&A 후 양사 모두 실적 부진을 털어내야 한다는 숙제가 남는 것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1조원 대의 ‘빅딜’임에도 LG생활건강의 재무적인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실적이 부진했지만 보유현금만 2000억원 넘게 갖고 있기 때문에 ‘총알’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또 양사의 M&A가 추진될 경우 LG생활건강은 외부차입, 4761억 규모의 자사주 매각, 더페이스샵·코카콜라음료 등 자회사 상장 등의 방식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자금을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박은경 연구원은 “여러 가능성을 감안했을 때 재무적 한계가 M&A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M&A 소식 주가 한때 들썩

M&A 소식이 주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정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조회공시 단계의 수준에서 주가 영향을 예측하기는 시기상조”라면서도 관련 보고서를 통해 “엘리자베스 아덴 인수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그동안 약해졌던 M&A 기대감을 살렸다는 측면에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과거 LG생활건강이 M&A를 할 때마다 주가는 껑충 뛰었다. 2005년 이후 9년 간 12번에 걸친 M&A 속에 이 회사의 주가는 20배 가까이 상승했다. 박은경 연구원은 “가치평가의 열쇠인 인수 가격이 확실해질 때까지는 관망세가 예상된다”면서 “행여 인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LG생활건강 주가는 올해 초 성장 둔화 우려에 급락해 40만원 중반대를 맴돌고 있다. 4월 23일 인수설이 나돌면서 한 때 50만원 가까이로 올랐지만 이튿날 다시 제자리를 돌아가 40만원 대에 머물고 있다.

1237호 (201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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