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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중남미 FTA는 - 칠레·페루·콜롬비아 이후 진척 없어 

남미 최대 경제블록 ‘메르코수르’와 협상 10년째 지지부진 … 에콰도르는 긍정적 

함승민·김태윤 이코노미스트 기자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세르히오디아스 그라나도스 콜롬비아 통상산업관광장관이 지난해 2월 21일 한-콜롬비아 FTA 서명서에 사인을 하고 있다. 현재 한-콜롬비아 FTA는 콜롬비아 국회의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라틴 경제’가 주춤하지만, 중남미는 여전히 세계 주요국이 군침을 흘리는 땅이다. 중남미 일부 국가를 제외하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서 빠르게 회복했다. 인구는 6억명이 넘고, 그중 62%가 34세 이하다. 자원은 풍부하고, 특히 희소금속 같은 핵심 전략자원이 많다.

소득수준은 여타 신흥국보다 2배 가까이 높다. 빈부격차가 심하지만, 다른 나라 입장에선 한 지역에 최고급 시장과 중하층 시장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뚜렷한 타깃 전략이 가능하다. 지난 10년 간 중남미 교역 규모가 3배, 해외 투자금이 2배 증가한 배경이다.

최근엔 복잡하게 얽혀 진행되는 세계 자유무역협정(FTA)의 허브로 주목 받는다. 주요 경제블록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선진국들이 FTA에 적극 나서면서 중남미 국가를 둘러싼 FTA 게임도 점입가경이다. 칠레·페루·콜롬비아 등 FTA 선도국이 포진한 태평양동맹은 물론, 대외 개방에 소극적이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도 FTA 협상에 나서고 있다.

태평양동맹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고, 1995년 유럽연합(EU)과 협상을 시작한 메르코수르는 최근 FTA 체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또한 걸프협력회의(GCC)·터키와 협상 중이고 한국·캐나다·SICA(중앙아메리카 7개국) 등과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FTA 허브 대륙으로 부상

우리나라는 중남미 국가 중 칠레·페루와 FTA를 발효했고, 콜롬비아와는 협상을 타결해 지난해 4월 국회 비준을 마쳤다. 콜롬비아 의회가 비준에 동의하면 정식 발효된다. 한국의 대 중남미 FTA 효과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발효 10년 된 칠레와의 무역적자 폭은 커졌지만, 칠레를 중남미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페루와는 발효 2년 간 수출이 12% 증가했고, 특히 페루 수입시장 점유율에서 일본을 제쳤다.

하지만 다른 중남미 국가와의 FTA는 지지부진하다. 현재 한국 정부는 멕시코·메르코수르와 FTA를 추진 중이다. 멕시코는 ‘협상 재개 여건 조성’, 메르코수르와는 ‘협상준비 공동연구’ 단계다. 중미 5개국(파나마·코스타리카·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과는 2010년 10월 공동연구를 개시했지만 이듬해 4월 종료한 후 진척이 없다.

멕시코·메르코수르와의 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멕시코와의 FTA는 2000년대 초반부터 논의됐다. 2004~2005년 전문가 그룹 회의를 거쳐 2007년 12월 멕시코시티에서 1차 협상을 했다. 이듬해에는 서울에서 2차 협상이 개최됐지만 별 성과 없이 끝났다. 다음 협상은 멕시코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후 멕시코가 한국과의 FTA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멕시코 내부에서 자동차와 석유화학 업계를 중심으로 한국과의 FTA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5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멕시코 장관이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FTA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며 “한국과 멕시코 FTA는 사실상 답보상태”라고 말했다.

멕시코와의 무역협정은 TPP로 접근 방식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TPP는 미국의 주도 하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세 철폐와 경제통합을 목표로 한 협정이다. 포괄적인 FTA의 성격을 띤다. 미국·호주·캐나다·멕시코·일본 등 총 12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TPP 추진 상황을 보면서 FTA를 동시에 검토할 계획이지만 TPP 가입도 미지수라서 멕시코와의 무역협정은 당분간은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남미 최대 시장인 브라질·아르헨티나 등과는 FTA 논의가 활발하지 않다. 두 나라는 자원이 풍부하고 소비층이 두터워 우리나라가 FTA 타결을 적극 원하는 곳이다. 하지만 브라질·아르헨티나는 독자적으로 다른 국가와 FTA 협상에 나설 수 없다. 메르코수르가 5개 회원국의 개별 FTA 협상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메르코수르 FTA가 타결되지 않는 이상 한국·브라질, 한국·아르헨티나 FTA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브라질과 EU가 단독 FTA 협상을 벌인다는 보도에 브라질 외교부장관이 즉각 나서 해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미 전체에서 인구 70%, GDP 83.2%, 면적은 72%를 차지하는 메르코수르와의 FTA 협상은 2004년부터 추진됐다. 2005년부터 공동연구를 시작했지만 2009년 이후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남미의 대서양 연안 국가들이 태평양 연안 국가들과 달리 보호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FTA 통상교섭실 관계자는 “메르코수르의 경우 잠재 시장이 크고 자원 부국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각에서 계속 FTA 의사를 타진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은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메르코수르뿐 아니라 다른 남미 국가 중에서 FTA를 추진할 만한 후보 국가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멕시코와는 미국 주도의 TPP가 변수

대표적인 곳이 에콰도르다. 아직 공식적은 논의는 없지만 내부적인 검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에콰도르 역시 한국과의 FTA를 적극 희망하고 있다. 한국이 칠레·페루 등 에콰도르의 인접 국가와 FTA를 체결하면서 에콰도르의 무역적자가 커졌기때문이다. 한국과 에콰도르의 지난해 교역량은 9억 달러(약 9200억원)다. 대부분은 한국의 수출액이다. 에콰도르는 한국이 칠레와 FTA를 체결했던 2004년 전까지는 한국을 대상으로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마르셀로 파소스 주한 에콰도르 상무관은 올해 5월 “한국은 에콰도르의 4대 무역 적자국이 됐다”며 “한국과 에콰도르가 FTA를 체결하면 칠레·페루 FTA 못지 않은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콰도르의 GDP는 914억 달러다. 중남미 4번째 산유국이자 광물자원 부국이다. 인구는 지난해 기준 1565만명이다. 석유·금속·카카오 등 원자재와 농산물을 한국에 수출한다. 한국은 자동차·기계·섬유·TV 등 공산품을 수출하고 있다.

1242호 (201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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