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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동부·현대·동양그룹 앞날은 - 동부 : 그룹 해체 위기? ... 현대 : 자산 팔아 고비 넘겨 

동부 vs 채권단 마찰, 현대는 파생상품 변수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왼쪽)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지난해 재계 순위 18위(동부그룹)·21위(현대그룹)·38위(동양그룹)가 난관에 처했다. 세 그룹 모두 계열사 매각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 구조조정을 계획 중이거나 혹은 진행 중이다. 이들은 금융당국과 투자자들의 감시 속에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세 그룹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지난해 이미 예고됐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그룹 자구안을 발표하면서 동부건설·동부메탈 등 주요 계열사의 그룹 보유 지분 상당량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같은 해 대우일렉트로닉스(현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하는 등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철강과 건설 경기의 끝 모를 침체에 자금난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현대그룹 역시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지난해 3300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그룹 전체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앞서 동양그룹은 유동성 위기로 주요 계열사 3곳의 법정관리를 신청할 만큼 그룹 전체가 휘청거렸다. 세 그룹은 어디까지 왔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 신호등 색깔로 짚어봤다.

동부그룹(빨강불) - 금융 계열사 지분 집착 … 자율협약 기로에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그룹 자구안에서 김준기 회장의 사재 출연과 주요 계열사 지분 매각, 유상증자 등으로 2015년까지 총 3조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운송 부문 계열사인 동부익스프레스를 KTB사모투자펀드에 매각하면서 5월 말 1000억원대 매각 대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동부익스프레스 외에 다른 자산 매각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핵심 계열사인 동부제철의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등 이른바 ‘동부 패키지’는 포스코가 인수 의사를 밝히며 올 4월 실사까지 했지만 최근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포스코는 동부 패키지의 금액 가치를 5000억원선으로 내부 책정했지만 채권단 등은 7000억원 이상으로 봐 차이가 컸다. 그룹 자구안의 핵심이었던 동부 패키지 매각이 난항을 겪으면서 구조조정에도 제동이 걸렸다. 동부하이텍·동부메탈의 매각도 오리무중이다. 동부특수강은 팔렸지만 매수자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라 사실상 의미가 없다.

동부그룹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행보는 첫걸음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동부그룹 비금융 계열사들의 전체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6조2700억원에 달한다. 동부익스프레스를 매각한 금액 등을 제외해도 차입금 규모가 현재 5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투자은행(IB) 업계는 보고 있다.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차입금에 대한 부담은 그만큼 커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 협의가 안 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동부제철 등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자율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자율협약은 유동성 지원과 구조조정 계획에 대한 포괄적인 협약으로 채권단이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을 구제하려는 취지로 이뤄진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강제성을 갖게 되는 워크아웃에 비해 고강도 구조조정 방책은 아니지만 더 심각한 상황까지 이르지 않도록 일종의 선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측도 “긍정적 검토”라는 의견을 전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다른 채권단과 동부그룹 총수 일가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보증기금 등 채권단은 김 회장이 경영실패의 책임을 지고 마땅히 사재를 출연해야 할 뿐만 아니라,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 가진 동부화재 지분 13.29%도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고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이는 총수 일가가 금융 계열사인 동부화재 등을 챙겨서 빠져나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면서 그룹의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류희경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6월 24일 동부제철 자율협약 추진 계획을 전하면서 기자들에게 “김남호씨가 (김준기 회장과) 특수 관계인에 해당하므로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수 일가 측은 김남호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기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자율협약 체결이 결렬될 경우 동부제철에 대한 워크아웃 쪽으로 구조조정 방향이 선회할 수 있다. 7월 7일 만기가 도래하는 동부제철 회사채 500억원의 차환발행 결정을 앞두고 차환심사위원회를 열려 했던 채권단은 두 차례나 일정을 연기했다. 자율협약이냐, 워크아웃이냐 갈림길에 선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친 게 아니냐”며 동부그룹 해체론까지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현대그룹(노란불) - 올해 유동성 위기는 없을 듯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했다. 그만큼 사정이 급박했다. 올 6월 현재 일단 급한 불은 껐다. 올 2월 현대상선이 액화천연가스(LNG) 전용선 사업부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인베스트먼트에 1조원가량에 매각하기로 한 데 이어 4월 30일 본계약을 했다.

또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부산신항만 투자자 교체와 용지 매각으로 3200억원을, 다른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로 1800억원을 추가 조달했다. 이밖에 KB금융지주 지분 465억원어치(113만주), 신한금융지주 지분 960억원어치(208만주) 등 돈이 될 만한 자산은 최대한 팔아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와 함께 보유 중이던 국내 2위 택배업체 현대로지스틱스(옛 현대택배)를 일본 금융그룹 오릭스에 매각하면서 6000억원 이상을 추가로 확보할 전망이다. 이 또한 지난해 발표했던 자구안에 따른 조치다. IB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과 오릭스는 7월 초 현대로지스틱스 경영권 매각 본계약을 하고 협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매각 금액은 6200억~65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면 다시 사올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포기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열사를 진짜로 팔아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에 사활을 걸겠다는 뜻을 시장에 분명히 전한 것이다.

여기에 현대상선은 벌크 전용선 사업부를 3000억원대에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최근 해외 사모펀드인 마켓밴티지리미티드로부터 1140억원을 투자받는 등 외자 유치에도 힘쓰고 있다. 이를 모두 합했을 때 지난해 말 발표한 자구 금액 3조3000억원엔 아직 못 미쳐도 눈앞의 유동성 위기 극복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대체적인 평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올해 만기 도래 회사채는 4400억원 규모로, 지금까지 조달된 자금 규모만으로도 일단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구안에 따라 진행 중인 현대증권 매각 작업도 큰 변수가 없다면 10월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의 주채권은 행인 산업은행은 8월 25~29일 사이에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7월부터 실사에 나서서 본입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9월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현대증권 매각은 10월 안에 마무리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증권 자회사인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도 이번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현대증권 매각을 놓고 현대그룹이 책정한 기업 가치와 시장이 보는 금액에 차이가 있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대그룹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 36.86%의 가치는 6월 현재 주가 기준 약 4000억원대로, 현대그룹이 이번 매각에서 조달하겠다고 밝힌 7000억원대에 훨씬 못 미친 금액이다. 최근 2개월 사이 현대증권 주가가 2000원 가까이 급락하는 등 변수가 커진 상황이라 매각 협상 때 가격 조정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또 다른 변수는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 계약 문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보고서에서 “현대상선의 파생상품 계약과 관련된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요 소송들이 현대그룹이 발표한 자구안 이행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그룹 재무구조의 빠른 개선을 위해서는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 계약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가 가진 지분을 이용, 본업과는 관계없는 파생상품 계약을 했다.

현대그룹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율이 범현대가의 지분율보다 낮을 경우 경영권 분쟁 가능성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계약은 상대가 취득한 현대상선 주식의 의결권을 양도받는 한편, 현대상선 주가가 하락하면 계약 상대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구조다.

이 때문에 현대엘리베이터는 본업에서 매년 영업이익을 내고도 정작 파생상품 평가에서 입은 손실 때문에 적자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해운 경기가 나날이 악화되면서 현대상선 주가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까지 파생상품 거래로 4000억원대의 손실을 입었고 올 들어서도 1분기에 314억원 규모의 손실이 추가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주요 사업부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현대상선 주가는 썩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파생상품 손실이 지속될 경우 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나머지 자산 매각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다국적 승강기업체 쉰들러홀딩AG는 올 1월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을 상대로 718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현대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올 초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파생상품 계약은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 파생상품 악재를 극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동양그룹은 총수인 현재현 회장이 구속 수감됐지만 최근 계열사를 비싼 값에 매각하면서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고 있다.



동양그룹(파란불) - 계열사 정리해 사실상 해체 수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부실 계열사의 회사채 등을 팔아 투자자들과 계열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올 1월 구속 수감됐다. 이후 그는 사재를 지키기 위해 옥중에서 소송을 제기하면서 또 한번 투자자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비록 현 회장 개인의 앞날에는 빨간불이 드리웠지만 그룹 구조조정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동양그룹이 채권 변제를 위해 매물로 내놓았던 계열사들이 최근 시장에서 흥행 몰이에 성공하면서 매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동양시멘트의 에너지발전 부문자회사 동양파워는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가 인수를 결정해 새 주인을 맞게 됐다. 포스코에너지는 6월 18일 동양파워 지분 100%를 4311억원에 매입하기로 한 주요 계약 내용을 공시했다. 8월 24일에 대금이 지급되면 동양그룹으로서는 채무 상환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 금액은 애당초 관련업계가 예상했던 가격을 1000억원 이상 웃도는 숫자다.

법정관리 중인 동양파워의 주주인 동양시멘트와 ㈜동양·동양레저 등을 실사했던 회계 법인이 판단한 동양파워의 지분가치는 1400억원선이었다. 여기에 사업권의 가치, 향후 사업 가치 등을 고려했을 때 대략 3000억원 정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동양그룹은 지난해 9월 두산그룹 등 동양파워 인수 후보자들과 접촉했을 때 이들로부터 최대 3000억원 정도 금액을 제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가 ‘동부 패키지’의 경우와는 달리 동양파워 매입에 선뜻 큰돈을 투자한 이유는 향후 석탄화력발전을 그룹의 새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다. 올 3월 취임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철강과 에너지, 2대 성장 엔진을 육성할 것”이라면서 본업인 철강 외에도 에너지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일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이번 인수에서는 동양파워가 가진 강원도 삼척의 석탄화력발전 사업권에 주목했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포스코에너지는 LNG복합화력발전 사업권만 갖고 있었다. 포스코에너지는 이 부문에서 회사 전체 매출의 90% 이상인 2조9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내년 1월 준공되는 경기도 인천의 LNG복합화력발전 7·8·9호기를 포함하면 총 3412MW의 전체 설비를 갖추게 되는데, 여기에 삼척 석탄화력발전의 2000MW까지 더하면 매출 규모가 한층 커질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동양그룹의 또 다른 핵심 계열사로 가스레인지 생산과 렌털 정수기 사업 등을 하는 동양매직 역시 예상보다 비싼 값에 팔렸다. 5월에 동양매직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농협프라이 빗에쿼티(PE)-글랜우드투자자문 컨소시엄은 동양매직 지분 100%를 인수하는 대가로 3010억원을 지불했다. 동양매직이 안고 있는 부채 700억원가량을 감안하면 기업 가치를 3700억원대로 인정한 것이다. 애당초 동양그룹의 회생계획안에서 동양매직의 기업 가치가 1800억원으로 책정됐던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됐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양매직은 소비자 인지도면에서 시장에서 입지가 좋다”며 “잘 키울 수 있다면 인수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수익성이 좋은 기업”이라고 말했다. 사업 특성상 렌털 수요가 안정적인 만큼 향후 투자한 이상의 자금을 회수하는 데도 용이한 매물로 평가됐다는 이야기다. 이밖에 금융부문 계열사인 동양증권도 회생계획안에 나와 있던 기업 가치인 900억원보다 비싼 1250억원에 대만 유안타증권이 6월 12일 인수했다.

동양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동양파일과 웨스트파인GC도 각각 일본 미타니세키산과 골프존에 매각될 예정이다. 관련업계는 동양그룹이 기대 이상의 가격으로 계열사 매각에 성공하면서, 구조조정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양그룹 매물이 예상보다 비싼 값에 팔리면서 추가 변제에 대한 원활한 논의로 이어지는 데도 문제없을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간 7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로 매각에 어려움을 겪던 동양시멘트는 이번 동양파워 매각으로 거액을 확보해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매각 속도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Call Option) 옵션거래에서 특정 기초자산을 만기일 또는 만기일 전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 옵션거래 때 가장 일반적인 형태에 해당한다. 일정 기간 안에 특정 상품을 일정한 가격으로 매각할 권리인 풋옵션(Put Option)의 반대 개념이다.

1244호 (201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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