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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3년 국내 1조원 이상 메가딜 살펴보니 - 하이닉스·오비맥주 ‘복덩이’ ... 대한통운·외환은행 ‘골칫덩이’ 

영업이익률 7곳 개선, 8곳 악화 … 국경 넘나든 M&A는 전체의 절반 

박상주·함승민 이코노미스트 기자



기업 인수·합병(M&A) 결과 경영실적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간 국내에서 이뤄진 거래 금액 1조원 이상의 메가딜(Mega Deal) M&A 24건을 전수 조사했다. 인수 시점과 해당 기업의 최근 영업이익률을 비교 분석했다. 성공적인 M&A라면 인수 이후 해당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개선될 것이라고 가정했다.

24개 메가딜 가운데 원자재 확보를 위해 광산이나 채굴 기업 등을 매입·매각하거나 금융사 등이 순수 투자를 위해 비금융사를 매입한 경우 등은 경영실적을 판단할 수 없어 제외했다. 또 외국 기업에 지분이나 사업 부문만 넘어가 M&A에 따른 성장성을 확인할 수 없는 2개사도 분석에서 뺐다. 남은 15개 기업의 매출·영업이익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영업이익률이 개선된 회사는 7개, 악화된 회사는 8개로 나타났다.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영업이익률이 가장 개선된 회사는 SK하이닉스다. 2012년 2월 14일 하이닉스(옛 현대전자)를 넘겨받은 SK는 그 해 연말까지 SK하이닉스 설립하는데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다. 이 과정에서 매출은 10조1622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273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1년 만에 영업이익은 3조3798억원 흑자로 반전했고 매출도 14조1651억원으로 늘었다. 마이너스 2.24%이던 영업이익률은 플러스 23.86%로 늘어 26.10%포인트 신장된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 기간의 변화는 장사를 잘해서라기보다 M&A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보이는 구조변화에 따른 결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인수 과정에서 적자 폭이 커졌다가 실적이 개선돼 반등폭이 크게 나타난 것이다. 진짜 효과는 올해 나타날 전망이다. 2분기 실적도 시장의 예상치를 넘을 것으로 보이는 SK하이닉스는 올 들어 증시에서 가장 주목 받는 종목이다. 그룹의 주력인 통신·정유업의 부진으로 고민이 큰 SK그룹 안팎에서는 “하이닉스를 인수하지 않았으면 어떡할 뻔했느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SK하이닉스는 그만큼 ‘복덩이’ 대접을 받고 있다.

원자재 확보, 금융사 순수 투자는 제외

실질적으로 영업이익률이 크게 개선된 사례는 오비맥주다. 2009년 매각 후 2013년까지 개선된 영업이익률 폭은 7.78%포인트에 달한다. 오비맥주는 2009년 미국계 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동북아시아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에 매각됐다. 매각된 오비맥주는 최근까지 가파른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성장하고 있다.

올해 4월 7일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2013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해 1조4848억원의 매출, 472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은 무려 31.84%로 역대 최고다. 2006년까지 10%대에 머무르던 영업이익률은 2007년 들어 20%대로 높아졌다. 2009년 매각 직후 다소 주춤한 뒤 가파르게 오르더니 ‘마의 30%’라 불리는 우량 기업 영업이익률을 돌파했다.

2009년 당시 최대주주였던 안호이저부시(A B)인베브는 KKR·AEP에 오비맥주를 18억 달러(2조2975억원)에 매각했다. AB인베브는 올해 4월 58억 달러(6조1677억원)에 오비맥주를 되샀다. AB인베브는 매각 당시 매매차익의 15%를 나누기로 한 사후 재매입 권한(콜옵션)을 걸어놨다. 이 때문에 AB인베브가 다소 부담되는 가격이라도 되살 수밖에 없는 입장이긴 하다. 그럼에도 높은 영업이익률 성장세를 보면 M&A가 기업 가치를 3배 가량 올린 것이라고 보는 데 큰 무리가 없다.


2012년 MBK파트너스에 넘어간 웅진코웨이도 높은 성장성을 보였다. 1년 간 영업이익률은 4.66%포인트 개선됐다. 정수기를 기반으로 한 렌털 업체는 한국에 약 100여개에 이른다. 정수기 렌털 업계가 불황을 겪은 지난해에도 코웨이는 전체 시장점유율 절반을 넘기며 확장일로를 달렸다. 2위 청호나이스와의 격차도 날로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코웨이의 기업 가치가 매각 전후 2배 가량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웅진코웨이 인수한 MBK파트너스 ‘함박웃음’

코웨이를 넘겼던 웅진그룹도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 2012년 9월 21일 법정관리 신청을 했던 웅진은 웅진코웨이·웅진케미칼·웅진식품 등을 차례로 매각하며 부채 상환에 나섰다. 지난 2월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해 비교적 짧은 시간 만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모두 흑자로 돌려세웠다. 웅진코웨이를 매각할 당시만해도 알짜 회사를 팔고 있다며 웅진그룹이 동력을 크게 잃을 것으로 예상한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웅진 경영진은 더 빠른 법정관리 졸업이 그룹 전체를 살리는 것으로 봤고 예상은 적중했다.

매각이 영업이익률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경우도 있다. 2001년 옥션을 인수하며 국내 오픈마켓 시장에 진출한 이베이는 2009년 G마켓을 인수했다. 인수가격은 무려 1조6190억원이다. 작은 기업을 비싼 가격에 사는 외국 기업에 대해 시장에서는 ‘돈질’이라는 비아냥 섞인 말이 돌기도 했다. 이베이는 인수 이후 이베이지마켓으로 개명하고 한국 시장 확대에 주력했다.

영업이익률은 2009년과 2013년에 각각 7.13%, 7.19%로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이베이는 점유율을 크게 확대할 수 있었다. 인수 직후인 2010년 35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이베이코리아는 이후 3년 만에 2배 가까이 매출을 늘렸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는 6622억원 매출에 47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자기자본 1조414억원도 축적했다.

이베이코리아가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린 이유는 모기업인 미국 이베이에 배당이나 지적재산권 등의 로열티 비용을 지급하지 않은 덕도 크다. 투자금 회수보다 한국 시장점유율 확대에 주력한 것이다. 이베이는 한국 시장에 환한 G마켓을 한국 진출의 교두보로 삼았고 이 목적에 충실했다. 이베이코리아가 한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을 보면 1조6000억원이 넘는 매입 가격이 그렇게 비싸기만 한 것은 아닌 셈이다.

영업이익률과 무관하게 M&A에 주력한 사례도 있다. 현대중공업의 현대오일뱅크 인수가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오랜 법적 분쟁을 겪은 뒤 2010년 현대오일뱅크 매입에 성공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에 넘어갔던 오일뱅크 경영권을 넘겨받는데 들어간 돈은 무려 2조5734억원이다. IPIC 보유 지분 70%(1억7155만주)를 확보해 현대중공업 사람을 오일뱅크 사장 자리에 앉힌 것이다.

M&A의 표면적인 이유는 현대중공업의 사업다각화다. 하지만 옛 현대 계열사를 되찾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오일뱅크를 편입시켰다는 설명이 더 타당하다. 현대중공업은 이외에도 현대종합상사도 사들였다. 범현대가(家)의 옛 현대 계열사 인수는 과거 현대가를 복원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이에 더해 현대가 형제들 간 경쟁의식까지 가세했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실제 기업 가치보다 비싸게 현대계열사를 사들였다.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률은 매각 당시 1.68%에서 2013년 1.80%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모기업과의 협력에 힘입어 산업용 오일 판매 비중이 크게 늘었다. 13조3270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22조4036억원으로 확대됐고 영업이익은 2235억원에서 4031억원으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비슷한 이유로 2011년 진행된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결과는 아직까지 신통치 않다. 건설업 침체가 이어지면서 영업이익률이 오히려 떨어졌다. 현대건설은 옛 현대그룹의 모태라는 점에서 범현대가 M&A 중에서도 초미의 관심 대상이었다. 현대중공업이 오일뱅크 매수에 큰 돈을 들인 탓에 자금 여력이 부족해지자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5조원에 가까운 돈(4조9601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현대차그룹 역시 실‘ 탄’ 부족으로 옛 현대전자(하이닉스)를 SK가 인수하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현대건설의 영업이익률은 매각 당시 6.17%였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5.69%로 다소 줄었다. 11조9202억원이던 매출은 13조9383억원으로 늘었지만 기업 규모에 비하면 확대 폭이 그리 크지는 않다. 5조원의 인수자금을 감안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 상승액 573억원은 미미한 실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모그룹과의 직접적인 사업 연관성이 적은 데다 옛 현대의 자산을 회수하겠다는 의미가 강했다”고 분석했다.

현대건설 인수는 옛 현대가 자산 회수 의미 커

CJ대한통운은 영업이익률이 가장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락폭은 3.14%포인트다. 지난해 매출은 4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5% 감소했다. 2012년 CJ가 인수한 뒤 CJ GLS와 대한통운간 합병에 따른 부작용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마진이 축소되고 점유율은 하락했다. 애당초 CJ그룹은 2조원에 가까운 자금(1조9180억원)을 들여 한국 택배 물류 전체를 집어 삼키려 했다. 하지만 시스템 통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합병 이후 부채가 급증해 이자비용은 2배나 늘었다. 시설 투자를 위해 자금을 차입한데다 CJ GLS가 가진 부채까지 떠안아 CJ대한통운의 부채는 한꺼번에 2조3605억원으로 늘었다. 매수 자금을 넘긴 부채 규모로 애초 경영전략을 추진하는데 부담이 커졌다.

이에 더해 합병 후유증으로 고객사가 이탈하고 기대했던 택배 사업부가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M&A를 추진하면서 현실적 계산보다 그룹의 막연한 기획으로 인수를 추진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매입 대상이 되는 회사나 업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점도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 받고 있다.

한편 지난 5년 간 가장 비싼 딜은 2009년 KT의 KTF 흡수합병이다. KT는 이 과정에서 무려 5조4678억원을 썼다. 영업이익률은 흡수 이후 0.32%포인트 줄었다. 현대차그룹(현대건설, 4조9600억원, 영업이익률 0.48%포인트 하락), 하나금융지주(외환은행, 3조9156억원, 하나금융지주 영업이익률 2.79%포인트 하락) 등이 돈은 많이 썼지만 큰 효과는 못 봤다. 자칫 ‘승자의 저주’ 빠져들 우려도 있다.

국내 기업의 M&A에 해외 기업은 얼마나 참여하고 있을까? 외국계 기업과 한국 기업 간 M&A 거래를 의미하는 ‘크로스보더’는 모두 11건으로 전체 24건의 45.8%를 차지했다. 외국계 기업이나 자본이 한국 기업을 인수하는 ‘OUT-IN’ 거래가 5건, 한국 기업이 외국 기업을 인수하는 ‘IN-OUT’ 거래가 6건으로 비중이 비슷했다.

하지만 IN-OUT 거래 중엔 원자재 확보를 위해 외국계 광산이나 채굴 기업 등을 자회사로 사들이는 거래가 많았다. 한국석유공사의 영국 석유탐사업체 다나 페트롤리움 인수를 비롯해 포스코·STX의 호주 로이힐철광산, 호남석유화학의 말레이시아 석유화학회사 타이탄, 포스코 컨소시엄의 아르셀로미탈 광산 캐나다 지분 15% 인수 등이다.

2010년에 있었던 현대중공업의 현대오일뱅크 인수도 IN-OUT으로 분류되는데 현대오일뱅크 주인이 외국인이라는 이유에서다. 전통적인 의미의 IN-OUT 거래는 2011년 휠라코리아·미래에셋맵스의 아쿠쉬네트 인수를 들 수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등의 브랜드를 가진 세계 1위의 골프용품 기업을 한국 기업이 사들여 세계적인 뉴스가 됐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자본은 국내 기업 지분 인수에 주력

OUT-IN 거래를 보면 회사 자체를 매수하기보단 외국 자본 등이 지분만 사들이는 거래가 주를 이뤘다. 어피니티에쿼티의 교보생명 지분 24%, 씨게이트의 삼성전자 HDD사업, 머스크 오일의 SK 브라질 법인 인수 등이다. 경영권을 넘겨받는 거래로는 미국 이베이의 G마켓 인수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크로스보더 거래가 잦은 것처럼 보이지만 경영권에 직접 참여하는 형식의 실질적인 글로벌 기업 M&A는 흔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1244호 (201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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