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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전미영의 트렌드 워치 - 체험형 복합 공간 라‘ 이프스타일 숍’ 뜬다 

주방용품부터 캠핑용품까지 … ‘구매’에서 ‘경험’으로 바뀌는 쇼핑트렌드 반영 

전미영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서울시 신사동의 라이프스타일숍 ‘맨메이드’ 우영미 매장.



핫(hot)한 젊은이들의 거리, 서울 신사동 일대에는 요즘 어떤 가게들이 들어설까? 이 지역이 각광 받기 시작한 초창기만 해도 주로 이국적인 분위기의 식당들이 먼저 자리를 잡았다. 이어 커피숍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라이프스타일숍’이라 불리는 가게들이 하나 둘 자리를 차지한다. 일반적인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주방용품, 인테리어 소품, 이불, 커튼, 의류는 물론이고 심지어 캠핑용품까지 판매하는 총체적인 ‘라이프스타일숍’ 전성기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라이프스타일숍은 일종의 복합 공간이다. 다양한 업종의 제품이 섞여 말 그대로 사람들의 삶의 방식 자체를 제안한다. 옷만 파는 가게, 그릇만 파는 가게, 정원용품만 판매하는 가게처럼 목적에 맞춰 세분화된 기존의 가게들과 다르다. 이름 그대로 총체적인 삶의 모습을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가게’인 것이다.

편집숍·셀렉트숍과 비슷

이는 얼마 전 패션업계에 등장한 ‘편집숍’이나 ‘셀렉트숍’과도 유사하다. 편집숍은 하나의 브랜드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매니저의 재량에 따라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모아놓은 가게다. 라이프스타일숍이 자사 제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기 브랜드 제품을 한 곳에 모아놓았다는 점에서 관련이 깊다.

특히 초창기의 편집숍은 단지 다양한 패션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놓는 형태로 시작되다가, 점차 그곳에 그릇도 가져다 놓는다거나 감각적인 인테리어 소품을 팔기 시작하면서 이젠 ‘패션 이외의 것들’이 가게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면서 라이프스타일숍의 모습을 띠고 있다.

셀렉트숍과도 의미가 겹친다. 수만 가지 브랜드와 제품 중에서 매장을 찾는 사람들의 취향에 가장 적합한 것만 ‘선택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카테고리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가게 저 가게를 기웃거릴 필요 없이 한 공간에서 다양한 제품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한국에 수입되지 않는 해외의 소수 브랜드를 빠르게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얼리어답터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실 한국보다 유통업 성장이 빠른 일본에서는 이미 라이프 스타일숍의 경쟁이 치열하다. 패션업 계뿐만 아니라 주방용품, 정원용품, 침구 등을 판매하는 전문 브랜드에서 라이프스타일숍을 열고 있다. 유통사에서도 ‘숍인숍(shop-in-shop)’ 형태로 라이프스타일숍을 유치한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무인양품(MUJI)’이 대표적이다. 의류와 인테리어소품은 물론이고 소파나 침대 같은 가구도 판매하는 무인양품에선 최근에는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무지밀’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7월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연 ‘자주(JAJU)’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그 사례다. 사실 자주는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이마트의 ‘자연주의’를 리뉴얼한 브랜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인수해 새롭게 탄생한 라이프스타일숍이다.

이랜드리테일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던하우스’도 소비자들이 잘 아는 라이프스타일숍이다. ‘모던하우스’는 패션으로 치자면 스파(SPA)형 라이프스타일숍이다. 값은 싸지만 다른 곳에서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재밌는 생활 제품을 한 장소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매장을 꾸몄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CJ오쇼핑에선 패션 다음으로 인테리어 카테고리를 향후 적극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테리어 전문 프로그램 ‘조희선의 홈 스토리’를 론칭해 오프라인에서 주로 구매하던 인테리어 제품을 홈쇼핑에서도 구매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GS홈쇼핑 역시 패션과 뷰티제품에 이어 리빙상품에 주목하고 있다. ‘똑소리 살림법’ ‘러브하우스’ ‘미스터살림왕’ 등의 프로그램에서는 시청자의 전체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이 체험형 복합 공간 라이프스타일숍으로 진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쇼핑의 목적이 ‘구매’에서 ‘경험’으로 변화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의 경계가 사라지는 ‘옴니채널’ 현상이나, 모바일과 온라인을 연계한 서비스가 개발되면서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비니지스 모델 ‘O2O(Online to Offline, Offline to Online)’ 현상 속에서 나온 해답인 것이다.

이제 오프라인 매장은 물건을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직접 손으로 만지고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한 장소에서 하나의 분야만 경험하기보다는 한 번에 여러 개의 분야를 경험하고자 하는 ‘복합성’에 대한 필요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라이프스타일숍이 어떻게 진화할지 예상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우선 경험 요인이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할 것이다. 일본의 라이프스타일숍이 최종적으로는 카페와 식당이 결합된 형태로 진화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물건만 사지 말고, 수다도 떨고 밥도 먹으며 오래오래 머물란 의미다. 또 라이프스타일숍과 쉽게 연상되지 않는 낯선 산업 영역에까지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다. 가령 생활가전 판매점이나 자동차 판매점도 앞으로는 라이프스타일숍의 인기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구매의 공간에서 체험의 공간으로

끝으로 라이프스타일숍 안에서도 세분화가 발생할 수 있다. 애초에 라이프스타일 숍이란 콘셉트 자체가 모든 것을 모아놓은 복합 공간의 의미를 갖지만 누구를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세분화가 가능해서다. 아이들 용품을 모두 모아놓은 키즈 라이프스타일숍이나, 중후한 어른들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시니어 라이프스타일숍도 생겨난다. VVIP를 대상으로 하는 초프리미엄숍도 가능하다.

향후 라이프스타일숍은 브랜드와 제품, 나아가 업종의 경계를 넘나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에서 맹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 브랜드화한 라이프스타일숍 이외에도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 가운데서도 성공 사례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1246호 (201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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