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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도둑과 사기꾼의 겸업 정치인들 

저질 정치인들이 표를 구걸하는 머리 좋은 사기꾼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이사

오랫동안 판사생활을 하면서 형사재판을 많이 다룬 지인의 회고담이다. ‘형법상 죄목은 다양하지만 크게 보면 결국 도둑과 사기꾼의 두 가지 유형에 속한다. 도둑이 흉기 들고 위협하면 강도가 되고, 상해를 입히면 강도 상해로 파생돼 나간다. 사기꾼도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속이는 방법과 영역에 따라서 달라질뿐 본질은 동일하다. 흥미로운 점은 전과 수십 범의 도둑도 사기 전과는 없고 평생 사기꾼으로 세월을 보낸 자도 절대로 도둑질 하지 않는다. 범죄자들이지만 업종은 분명히 구분돼 있는것이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이사
상대방을 속이고 금품과 재산을 취득한다는 점에서 일견 유사해 보이는 도둑과 사기꾼의 업종이 실질적으로 구분돼 있는건 업의 본질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도구가 다르다.

도둑은 몸을 쓰고, 사기꾼은 머리를 쓴다.

피해의 대상도 좀 다르다. 도둑의 피해자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사기꾼들의 먹잇감은 일정 기간 친분을 쌓아온 지인이 많다. 도둑들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방비가 허술한 건물을 무작위로 대상으로 삼는 데 비해 사기꾼들은 먼저친분을 쌓고 경계심을 풀게 한 다음 적당한 미끼를 던져서 목적을 이루는 치밀한 기획과 프로세스로 진행한다. 도둑과 사기꾼은 필요 역량과 업무 수행 방식이 다르고 핵심 성공 요인도 연관성이 별로 없다.

범죄자의 업종이 다르다면 대비책도 다를 것이다. 도둑들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를 개선해서 방비를 단단히 하면 되지만 머리가 좋고 교활하며 상대방의 심리를 정확히 읽고 스킨십에도 능한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는 것은 쉽지 않다. 사기꾼들은 1단계로 친분을 쌓아 경계를 풀게 한 다음 2단계로 ‘당신을 믿고 특별히 말해주는 아주 좋은 기회이니 놓치지 말라’라는 식으로 접근한다. 게다가 ‘시간이 얼마 없으니 빨리 결정하지 않으면 좋은 기회가 없어진다’고 압박하는 고도의 심리전까지 곁들인다. 대비책은 따로 없다. 과욕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특히 사기꾼들은 미끼를 던지고 푼돈을 벌게 해주면서 결국 한 방에 목돈을 털어가는 치밀함까지 갖추고 있다는점을 명심해야 한다.

형사범죄의 영역에서는 업종을 도둑과 사기꾼으로 구분한다고 표현했지만, 사회의 다른 영역도 비슷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법률과 규제를 수단으로 삼는 정부가 정당성과 합리성을 결여하거나, 합법적 물리력을 보유한 군대와 경찰이 부여된 권한을 넘어서거나,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기업이 왜곡된 정보로 시장을 기만하는 경우 도둑이 되거나 사기꾼이되고 만다.

그런데 최근 융합의 흐름을 타서인지 두 업종이 합체돼 도둑과 사기꾼을 겸업하는 신종 분야가 생겨났다. 일부 저질 정치인 들이다.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워 표를 얻고 자리를 차지한 뒤뒷구멍으로 호박씨 까는 사기꾼의 행태야 일부 정치인들의 일탈이라고 치부해 왔지만, 헌법질서와 법률적 절차를 도외시하고 길거리에서 시정잡배처럼 몸으로 설쳐대는 작태는 그야말로 신종 업종의 탄생 같다. 저질 정치인들이 표를 구걸하는 머리좋은 사기꾼에 머물러 있기만 해도 좋으련만 몸 쓰는 도둑들의 행태까지 보이는 게 우리 사회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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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3호 (201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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