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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Book | <위대한 탈출> - 불평등이 꼭 나쁜 것만은 아냐 

공병호 경영연구소장
“불평등은 오히려 성장을 촉발시킨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 있다면 요즘 같은 시대 분위기에서 그다지 인기를 끌 수 없다. 더욱이 상대적 격차가 오히려 순기능을 발휘한다거나 격차가 있기에 우리의 오늘의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학자가 있다면 눈총을 받아도 싸다. 이런 책을 사기 위해 돈을 지불할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바로 그런 책이다. 프린스턴대 교수인 저자는 우리 사회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쟁쟁한 학문적 업적이 있는 사람이다. 웬만큼 나이가 들고 젊은 날부터 치열하게 학문적 업적을 쌓아온 사람의 책이라고 권하고 싶다.


저자 : 앵거스 디턴 / 출판사 : 한경BP / 값 : 1만6000원
보고 싶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은 독자들도 있겠지만, 불평등의 순기능을 직시하는 일은 사회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에서도 중요하다. 현실을 직시하고 분발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소득 측면에서 보면 1981년에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15억명이나 됐다. 2008년에 전체 인구가 20억명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빈곤 인구의 수는 8억500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면 빈곤인구의 비율이 42%에서 14%로 줄었다.

이렇게 상황이 전반적으로 나아졌음에도 격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사람이 빈곤의 늪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지만 수백만명이 아직도 뒤에 처진 채 남아 있다. 이처럼 오늘날 세계는 부는물론이고 사람들의 신체에까지 불평등이 나타나는 차별화된 세상이 탄생하고 말았다.

하지만, 저자는 불평등을 다른 시각에서 본다. 그는 세계의 불평등은 안정돼 있거나 천천히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불평등의 문제는 그저 현상의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국내 불평등의 완화에 대해서는 그 정도와 방법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소득 분배에서 정의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미국의 높고 확대되고 있는 불평등 그 자체가 불공평한 것인지에 대해 서로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이는 소득 불평등과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국적인 논의로 이어지기도 한다.”

세계적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시도 중 하나인 해외 원조에 대해선 이렇게 말한다. “많은 기부국은 자본을 마련할 방법이 없는 가난한 나라에 원조를 통해 자본을 제공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마련해준다는 아이디어에 여전히 매달려 있다. 하지만 원조는 투자처럼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이 생각은 모순되며, 실제로 많은 가난한 나라가 민간 국제 자본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면 이 생각은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

필자를 비롯해서 독자들은 세계적인 소득 격차의 확대에 대한 관심보다는 국내의 상대적 격차에 더 관심이 있다. 기대와 달리 저자는 이 책에서 뚜렷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독자들이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를 돕는 다는 것이 선의에서 출발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 한 마이너스 효과를 광범위하게 미친다는 사실이다. 이는 국가 간의 무상원조뿐만 아니라 한 국가 내의 다양한 지원에서도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가 국내의 상대적 빈곤 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지만 그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내 이야기는 수백만 명이 죽음과 궁핍에서 구출되고, 불평등에서 수백만 명이 구출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살기 좋아진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이다.”

저자가 콕 집어서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은 무엇보다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모든 사회가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 나라가 성장하면서 분배 연합이 늘어나고 이들은 자꾸 무상으로 정치를 통해 무엇인가를 얻으려 노력하게 된다. 그 결과로 경제적 논리로 정당화될 수 없는 렌트(지대)를 얻으려는 치열한 각축이 벌어지고 그 결과는 저성장과 고비용으로 연결된다.

성장이 상대적 격차를 해소하는 유력 해법이라는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경제성장은 빈곤과 물질적 결핍에서 탈출하는 동력원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곳에서 성장의 흔들림이 불평등의 확장과 함께 왔다.” 그럼에도 그는 현재의 불평등 확대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미국의 경우 현재와 같은 극단적인 소득과 부는 지난 100년 내 본적이 없다”고 걱정을 아끼지 않는다. 상대적 격차와 해소에 관해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 어려움을 겪는 반면에 후진국의 따라잡기가 계속되는 한 빈곤으로부터의 대탈출과 상대적 격차의 해소는 계속될 것이다. 상대적 격차의 해소 방안과 같은 시원한 대안을 명쾌하게 제시하지는 않지만 격차에 대한 우리의 현주소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1255호 (20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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