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COVER STORY | 스마트홈 시대의 걸림돌 - 누군가 당신의 집을 훔쳐본다 

전자·가전기기 연결되며 ‘홈해킹’ 가능성 … 사생활 노출 우려도 

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집이 해킹 당한다?’ 뜬금없는 얘기가 아니다. 스마트홈 시대에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지난 1월 17일 스마트홈의 기초가 되는 사물인터넷(IoT)이 해킹되는 사건이 있었다. 미국정보보안업체 프루프포인트는 한 해커가 홈네트워크 환경에 적용된 각종 기기의 보안 취약점을 이용해 대량의 스팸메일을 살포했다고 밝혔다. 약 10만개 가전제품이 해당 해킹에 이용됐다.

해킹의 제물에는 가정에 설치된 컴퓨터는 물론 네트워크라우터, 스마트TV, 냉장고까지 포함됐다. 해킹은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올해 1월 6일까지 이뤄졌고 세계 각국 기업과 개인들에게 모두 75만건의 스팸메일이 발송됐다. 이 중 75%는 전통적인 형태의 PC에서 이뤄졌지만 나머지 25%는 스마트가전을 통했다. ‘싱봇(Thinkbot)’이라는 이름의 이 해킹툴은 사물인터넷네트워크에 침입해 원격으로 스마트가전에 설치됐다. 사물인터넷이 해킹됐다는 것은 스마트홈 해킹 역시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해커의 신원과 구체적인 해킹 방법은 알려지지않았다.

스마트홈에 저장된 개인 정보 노출될 수도

스마트홈이 개별 홈오토메이션 수준에서 벗어나면서 ‘홈해킹’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가스밸브를 외부에서 전자적으로 잠글 수 있다는 것은 집주인이 아닌 사람이 전자적으로 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스마트홈 환경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집안의 모든 기기를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만 해킹하면 홈해킹도 충분히 가능하다.

홈해킹은 스마트폰 해킹보다 훨씬 위험하다. 정보뿐 아니라 집안에 있는 각종 전열기구·가전기구 등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안에 있는 각종 도구들의 모터를 조작해 물리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고 전압도 조종할 수도 있다. 현관문을 여는 것은 물론 보일러를 과열시켜 화재를 일으킬 수도 있다. 심지어 스마트홈의 최대 강점이라는 보안시스템까지 해킹하면 화재신고를 막거나 범죄 증거 등을 조작할 수도 있다.

아직 국내에서 사물인터넷 해킹은 보고된 바가 없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본다.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홍원표 사장은 올 초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 개관에 앞서 “(스마트홈에)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개인정보는 저장할 수도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홈이 해킹에 노출되지 않도록 민감한 정보를 아예 저장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는 또 “고객들이 점차 지능화한 개인화 서비스를 원하게 될 텐데, 이때에도 사용자 동의를 받는 것은 물론,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개인정보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사‘ 물인터넷시대의 안전망, 융합보안산업 보고서’를 보면 국내 융합보안 피해 규모는 2015년 13조 4000억원에 이르고 2030년에는 27조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융합보안은 정보기술과 융합한 산업 분야에서 일어나는 해킹피해 방지를 의미한다. 산업연구원은 보안사고 때문에 자동차와 스마트폰 수요가 10%씩 감소할 경우 각각 연간 24조, 16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홈해킹은 이보다 더 직접적이기 때문에 수요 감소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스마트홈 업계가 최고의 보안 솔루션을 쓴다고 해도 해킹 위험은 가시지 않는다. 최신 보안 솔루션을 뛰어넘는 해킹은 늘 일어난다. 그렇다고 외부 네트워크와 완전히 단절된 스마트홈을 만들 수도 없다. 최소한 아파트의 공용 네트워크에는 접속해야 개인인증을 받을 수 있고 스마트폰과 연계된 서비스를 받으려면 외부와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IPTV도 알고 보면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개인정보가 오가기 때문에 완벽하게 단절된 스마트홈은 없다고 봐야 한다.

사생활 보호도 문제다. 보안을 위해 설치한 CCTV가 해킹당하면 목욕을 마치고 나온 장면이나 가족끼리 나눈 대화 등이 모조리 노출될 수 있다. 보이지 않지만 많은 전자제품이 마이크나 카메라 등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성으로 조명을 켜려고만 해도 집안 어딘가에는 마이크가 장착돼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도·감청이 가능하다. 영상전화를 위한 카메라도 해킹되면 ‘몰래카메라’가 돼 버린다.

스마트폰 탓에 전화번호를 상당수 잊어버리게 되는 것처럼스마트홈이 집주인의 생체정보를 잊어버리면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열쇠나 비밀번호 등을 가질 필요가 없어져 자신을 증명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혼자 사는 1인 거주자는 자신이 집주인인 것을 확인하는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전력 낭비 클 것 vs 그린홈 시스템으로 해결

현재 집보다 에너지를 더 많이 쓰는 것도 문제다. 각종 스마트가전이 집주인의 명령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전원에 연결돼 있어야 한다. 완전히 꺼져있거나 플러그가 뽑혀있으면 정보를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평균 15대의 가전기기를 사용하는 가정의 경우 꼽혀있는 플러그를 통해 시간당 209kw의 대기전력이 소요된다.

연간 2만5000원의 전기요금이 필요 없이 쓰이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정보를 주고 받는 제품의 대기전력은 더 크다. 셋톱박스는 12.27w, 에어컨 등 공조기구는 5.81w 등이 사용된다. 가전이 스마트 가전으로 진화하면서 필요 전력은 더 들 수밖에 없다. 기존 가전 기기에 정보처리 기기를 부착한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전력이 더 필요하게 된다. 또 이제까지 등장하지 않았던 기기들이 스마트화되면 대기전력으로 연결해야 하는 제품의 수는 더 늘어나게 된다.

스마트홈 업계는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소요 전력을 더 줄일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린홈’이라는 이름으로 에너지 절감형 스마트홈을 만든다는 것이다. 창문이나 건물 외벽에 태양전지 패널을 부착하는 등 신재생에너지를 최대한 생산하고 이를 스마트그리드 등의 시스템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또 건축과 자재 등의 기술혁신으로 에너지 사용과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스마트홈 가격을 높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스마트홈을 꿈꾸기는 쉬워도 만들기는 어려운 이유다.

1255호 (20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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