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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동부그룹 구조조정 왜 난항인가 ‘ 동부 - 동부 vs 채권단 이전투구만 되풀이 

동부는 경영권에 집착 채권단은 손익 맞추기에 급급 구조조정 실패론’ 부상 


단일 전기로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충남 당진시 동부제철 열연공장. 동부그룹 위기의 도화선 중 하나다. 채권단 결정에 따라 김준기 회장은 동부제철 경영권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 사진:중앙포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에게 9월은 특히 잔인한 달이 될 것 같다. 2700억원에 팔기로 한 동부발전당진은 매각이 무산됐고, 동부제철 경영권도 잃을 처지다. 자신만만하게 내놓은 자구계획안 이행은 지지부진하다. 채권단과의 갈등은 갈수록 골이 깊어진다. 유동성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구조조정 실패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김준기 회장의 무책임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크다. 최고경영자이자 대주주로서 희생 없이 경영권에만 집착한다는 것이다. 채권단 역시 ‘기업 정상화’라는 본질과 달리 손익 맞추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부그룹과 채권단의 갈등을 보면서 ‘도대체 기업 구조조정은 왜 하는 것인가’에 대한 회의론까지 제기된다.

3조원 자구계획 중 3500억원만 성공

문제를 풀려면, 먼저 동부그룹이 왜 위기에 빠졌는지 복기해야 한다. 동부그룹은 반도체·제철사업에 무리한 투자를 했고, 결국 그룹 전체로 재무 부담이 전가됐다. 2002년 인수한 아남반도체(현 동부하이텍)로 인해 그룹에 발생한 재무 부담은 2조원에 달한다. 알짜 계열사까지 반도체 사업에 돈을 쏟아 부은 결과다. 거시경제 변화와 업황을 거스른 동부제철의 무리한 전기로 사업 투자도 그룹의 발목을 잡았다. 동부그룹 순차입금의 40%가 동부제철에서 발생했다. 2008년 중순부터 제기된 유동성 위기설에도, 동부그룹은 “아무 문제 없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러면서 구조조정 적기를 놓쳤다. 2011~2013년에는 동부건설·동부메탈·동부팜한농 등 주요 계열사 실적이 악화하면서, 결국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동부하이텍·메탈·제철 인천공장·제철 당진항만·익스프레스 지분 등을 팔고, 동부특수강 기업공개(IPO)와 김준기 회장 사재 출연 등으로 3조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내용이었다.

7개월이 지난 후 동부그룹의 계획 중 시행된 것은 금액 기준으로 전체 3조원 중 3500억원에 불과하다. 동부제철 유상증자와 동부생명 지분 매각,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매각, 동부특수강과 동부팜한농 지분 매각 등이 그나마 성과다. 내놓으면 비싼 값에 팔릴 것으로 기대했던 매물은 번번이 매각이 무산됐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그룹 입장에선 내놓기 아까운 알짜 기업이 많았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과정에서 주요 계열사들은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고, 결국 동부제철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었다. 나머지 비금융 계열사도 말만 무성할 뿐 매각이 쉽지 않다.


특히 9월 22일 KDB산업은행이 채권단 부의에 부친 ‘동부제철 경영정상화 방안’은 김준기 회장 입장에선 치명타였다. 동부제철의 원금 상환을 2018년 12월 말일까지 미루고, 6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제가 된 것은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지분에 대한 100대 1 무상감자였다.

동부그룹은 발끈했다. 사실상 경영권을 내놓으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김준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동부제철 지분은 36.94%. 이를 100대 1 감자하면 지분율은 1% 미만으로 떨어진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 측은 “(동부제철에 대한) 부당하고 과도한 실사 결과를 근거로 채권단이 가혹한 차등감자를 추진하려 한다”고 토로한다. 이와 달리 산업은행 측은 “실사는 합리적으로 이뤄졌고, 차등감자는 부실경영 책임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산업은행은 보도자료를 내고 김준기회장을 강하게 압박했다. 내용은 이렇다. ‘김준기 회장은 (동부제철) 부실화의 주된 요인인 열연공장 신설을 주도적으로 추진했으며, 금번 채권단의 막대한 희생 하에 진행되는 경영정상화방안에 전혀 참여할 의사가 없음이 확인된 바, 현시점에서 계열주(김준기)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 채권단의입장임.’

지난 6월 채권단이 김준기 회장 일가에게 동부화재 지분을담보로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을 김 회장이 거부한 것이 화살이 돼 돌아온 셈이다. 현재로선 동부제철이 돈을 많이 벌어 유동성 위기를 타개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 회사는 지난해 140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도 1382억원의 적자를 봤다. 다른 계열사 매각 작업도 진척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동부건설은 성사 직전까지 갔던 동부발전당진 매각이 실패하면서 워크아웃설에 시달린다. 동부건설은 지난 8월 삼탄과 2700억원에 동부발전당진을 매각하기로 합의했지만, 9월 6일 삼탄이계약 해제를 통보하면 무산됐다.

동부건설은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3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이는 동부팜한농 울산 비료공장 유휴부지 매각 역시아무 소식이 없다. 김준기 회장이 애지중지했던 반도체 회사 동부하이텍은 인수 후보들이 실사 기간 연장을 요청하면서 9월말로 예정됐던 본입찰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동부하이텍 자체가 실적이 나쁘고, 6200억원에 달하는 순차입금 부담으로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동부메탈은 합금철 분야 세계 2위 기업임에도 산다는 곳이 없어 골치다. 동부 측은 “현재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업황이 워낙 나쁘고 재무 사정도 좋지 않아 조기 매각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동부특수강은 희망이 보인다. 동부특수강은 원래 기업공개(IPO)을 하려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자 매각으로 방향을 바꿨다. 현대제철과 세아특수강이 강한 인수 의욕을 보이고 있는 동부특수강은 오는 10월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동부그룹 구조조정 속도가 더딘 것은 매물 자체가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매물 대부분이 빚은 많고 돈은 못 번다. 동부그룹 바람대로 ‘내놓기만 하면 비싼 값에 팔릴 기업’들이었다면 애초 심각한 재무 위기에 빠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장무거운 책임은 채권단과 동부그룹에 있다. 지난 11월 자구계획안 발표 후 양측은 사사건건 부딪혔다. 언론을 통해 상대방을 헐뜯기 바빴다. 채권단은 “김준기 회장이 무책임하다”고 주장하고, 동부그룹은 “채권단이 채권단 이익만 생각한다”고 힐난했다. 문제는 둘 다 맞는 얘기라는 것이다.

구조조정 목적은 기업 정상화

동부그룹 위기의 1차 책임은 김 회장을 비롯한 동부그룹 경영진에 있다. 위기를 넘으려면 채권단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 경영권에 집착했고, 손해는 안 보려 했다. 채권단도 박수 받긴 어렵다. 대주주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채권단 손실을 최소화하는데 골몰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럼에도 양측은 “더 이상 조율과 협상은 없다”는 식으로 평행선을 달린다.

이대로 가면 동부그룹 위기는 금융계열사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있고, 채권단은 지금보다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한국경제 역시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동부를 보면 구조조정은 왜 하는가에 대한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의 명분과 목적은 기업정상화다. 경영권 다툼이 아니다. 구조조정이 성공하려면 속도는 빨라야 하고, 노력은 충분해야 한다. 동부그룹과 채권단은 이 ‘제1 원칙’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동부그룹 ‘구조조정 실패론’이 힘을 받는 이유다.

1255호 (20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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