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Business | ‘글로벌 벤처’ 육성 나선 SK - 대기업 팔 걷고 나서니 공기가 변했다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 벤처 10곳 둥지 틀어 … ‘발굴→자금 지원→해외 진출’ 통합 지원 


10월 10일 열린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이 청년들과 창의적 토론에 의한 문제해결 방법인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SK 제공
SK그룹이 정부·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토종 벤처를 키우는 ‘글로벌 벤처 프로그램’의 밑그림이 나왔다. 대기업이 가능성 있는 벤처기업을 발굴한 뒤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돕고, 해외 진출까지 지원하는 게 골자다. SK가 총 936억 원을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SK가 추진하는 ‘글로벌 벤처프로그램’은 그간의 벤처기업 육성 정책과 차이가 있다. 기존 육성책은 유망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을 발굴해 기술 개발을 지원하거나 자금을 지원하는 선에서 그쳤다. 하지만 ‘글로벌 벤처프로그램’은 대기업과 정부, 연구기관이 협력해 벤처기업을 발굴, 육성하고, 판로 개척과 해외 진출까지 돕는 방식이다. 벤처기업의 출발부터 성공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쳐 통합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대전 센터)가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대전 나노종합기술원 1층과 9층에 1626㎡ 규모로 확대 출범한 대전 센터에는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공간과 교육 및 기업 인큐베이션 시설이 들어선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17개 시도별로 창의적 지역 인재, 벤처기업, 대학·연구기관, 지자체 등 창조경제 역량을 연계해 지역 내 창조경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지역별로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사업을 이끌어 나간다. SK는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개발 특화 지구인 대전 지역에서 지렛대 역할을 한다. 10월 10일 대전 센터 확대 출범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대전 센터가 ‘성공의 인큐베이터’가 되어 창업 기업이 성공의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끌어주고 도와줄 것”이라며 “우수 기업은 코넥스에 상장하거나 실리콘밸리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 키우는 ‘성공의 인큐베이터’

대전 센터 출범을 앞두고 SK는 ‘대박 벤처’에 도전할 10개 벤처 기업을 선정했다. 9월에 시작한 공모에는 대전 지역 총 180개팀 이 응모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SK 관계자는 “지원자 중 기술의 사업화 가능성이 크고, 세상을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10개 벤처기업은 산업용 3D스캐너 시스템을 개발하는 씨메스, 영상 자동제작 시스템을 개발하는 엠제이브이, 체온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웨어러블 플렉시블 발전 기술’을 보유한 테그웨이 등이다. 황민영 엠제이브이 대표는 “기술력보단 사업화와 해외 진출이 늘 걱정이었다”며 “SK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만큼 더 큰 꿈을 향해 달려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이용한 센서를 사물인터넷 서비스에 활용하는 엑센과 멀티채널 스포츠 WiFi카메라를 개발하는 더에스 등도 눈에 띈다.

벤처기업의 기술 및 제품·서비스 개발과 판로 개척은 물론이고, 우수 기업은 실리콘밸리에 진출할 ‘벤처 스타’로 육성하겠다는 게 SK의 청사진이다. 일단 선정된 10개 벤처기업은 SK로부터 각각 2000만 원의 창업준비금을 지원받고, 사무실과 시제품 제작 장비 일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사업 기간 동안 SK의 전문 멘토단으로부터 집중적인 멘토링과 컨설팅을 받게 된다. 팀당 3명의 전문가가 해당 기업을 전담해 효과를 극대화한다. 각 벤처기업은 아이디어를 다듬고, 필요한 기술을 이전 받아 시제품을 만든 뒤 사업화가 가능한지 여부까지 센터 내에서 따져볼 수 있다. 사업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SK그룹이 조성한 450억 원 규모의 펀드에서 사업 자금을 융자받거나 투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애플·구글 등이 도입한 통합 디자인 기법인 ‘디자인 싱킹’을 활용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한 것도 눈길을 끈다. 10월 10일 대전 센터 출범식에서 더에스는 박 대통령과 함께 디자인 싱킹 활용법을 시연했다. 이를 활용하면 시제품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할 전망이다. 예비 창업자가 원하는 기술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술 사업화장터’도 도입했다. 대덕 특구 내 연구 기관과 SK가 보유한 기술을 데이터 베이스화해 예비 창업자가 온라인으로 검색만 하면 쉽게 찾아 쓰는 방식이다. 이 중 일부 기술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 공개념’을 적용했다. 올해 말까지 2400건을 등록하고 매년 1100여건을 추가로 등록해 장터의 규모를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연계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벤처기업이 기술의 외연을 확대하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벤처기업이 혁신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공간도 새로 마련한다. SK가 2016년까지 250억 원을 들여 연면적 2만 5700㎡ 규모로 짓는 ‘사이언스 빌리지’다. 사물인터넷의 시범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동시에 원로 과학자들의 창업 지원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벤처기업의 성공 가능성이 확인되면 SK는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을 지원한다. SK텔레콤의 미주지역 투자 자회사인 이노파트너스와 글로벌 벤처 창업 기획사인 랩나인(Lab Ⅸ)이 코치 역할을 맡는다. 이노파트너스는 실리콘밸리에 입주 공간을 마련해 주고, 미국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여기에 드는 장비와 연구 비용 등은 SK가 부담한다. 초기 정착에 필요한 자금 100만 달러를 우선 지원하고, 성과에 따라 벤처캐피털을 통해 500만~2000만 달러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세종시엔 농업과 ICT 결합한 창조마을 건설

랩나인과는 대박 사업 만들기에 도전한다. 랩나인은 미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에 포함된 IT 제조업체 ‘플렉스트로닉스(Flextronics)’의 벤처 투자 전문 자회사다. 현재 미국·이스라엘 등에서 ICT(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하드웨어 발굴 등에 총 3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SK는 지난 7월 랩나인 과 ‘글로벌 하드웨어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력을 통해 랩나인은 25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벤처기업이 미국 내 기업을 대상으로 원활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도록 마케팅 수단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SK는 그룹이 보유한 ICT 기술과 랩나인의 벤처 육성 노하우를 접목시켜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 액세서리, 헬스케어 분야에 특화된 글로벌 벤처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만우 SK그룹 부사장(PR 팀장)은 “우리 나라 경제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이들이 국제 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 국가 경제 성장에 밑거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SK는 인근 세종시에서 창조마을 시범사업을 벌인다. 세종시 연동면에 조성되는 창조마을은 도농복합도시인 세종시의 특성에 SK의 ICT와 에너지 기술을 결합하는 프로젝트다. 창조마을에서는 스마트 팜, 지능형 영상 보안, 스마트 로컬 푸드, 스마트 러닝, 친환경 에너지 타운, 영농기술 테스트베드 등 6개 분야 시범사업이 진행된다. 생산에서 유통·판매에 이르는 농업의 6차 산업 전 과정을 ICT·에너지 기술과 융합해 새로운 지역경제 기반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1259호 (2014.11.0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