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1682개 상장사 일자리 전수 조사 - 삼성전자·현대차 빼면 사실상 ‘제로 고용’ 

두 회사 빼면 고작 250명 증가 … 시총 100대-자산 10대 그룹 고용 사정도 악화 

국내 상장사 중에는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이 즐비하다. 우량 중견·중소기업도 많다. 하지만 이들도 장기 불황의 짙은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본지가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상장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 고용 사정이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직원 수는 소폭 늘었지만, 일부 대기업 증가분에 따른 착시였다. 전년 대비 직원이 20% 이상 줄어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기업 도 적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대·중견·중소기업과 산업·업종을 불문하고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제외하면 국내 상장기업이 지난 1년(2013년 6월~2014년 6월) 동안 늘린 일자리는 고작 25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제로 고용’이다. 또한 기업 규모와 업종을 불문하고 인력 구조조정이 광범위하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해고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한 곳은 드물지만 덜 뽑고 더 내보내는 식으로 감원을 한 상장사가 많았다. 상장사 중에서 희망 퇴직과 권고사직, 자연 감소분 대비 미충원 등으로 직원이 10% 이상 준 곳은 243곳에 달했다. 상장기업 10곳 중 4곳은 1년 사이 고용이 줄었다. 직원 수가 줄어든 상장사에서만 5만 명 가까이 감소했다.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코스피(899개)·코스닥(1017개)·코넥스(62개) 상장 종목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조사 기간 중에 신규 상장했거나 상장 폐지된 기업, 비상장사와의 분할·합병으로 지난해와 직원수 비교가 어려운 기업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상장사 간 합병·분할 또는 사업부문 양도·양수 등으로 직원 이동이 있었지만 비교가 가능한 곳은 포함했다. 상장 종목 중 우선주와 스팩·리츠·선박펀드 등도 제외했다.


올 6월 말 기준, 조사대상 1682개 상장사가 고용한 직원 수는 146만 2593명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겨우 7828명 늘었다. 증가율 0.54%다. 하지만, 삼성전자(4973명)와 현대자동차(2603명) 증가분을 빼면 252명 증가에 그쳤다. 증가율 0.017%다. 직원 증가 상위 10개 기업(1만 6705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상장사에서 1만 명 가깝게 고용이 감소했다. 참고로 지난해 한국거래소가 코스피 상장사 618개만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2011년 6월~2012년 6월 기준 직원 증가율은 2.9%였다. 또한 직원이 감소한 상장사는 35%였고, 이들 기업에서 감소한 인원은 1만 명이 조금 넘었다. 2010년 6월~2011년 6월에는 코스피 상장사 직원수가 9%가 늘었다. 상장사 고용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다.

직원수 감소 불명예 2위 롯데쇼핑, 비정규직만 많이 줄여

이번 조사 대상 중 1년 사이 직원이 늘어난 곳은 942곳(56%), 감소한 곳은 687곳(40.8%)이다. 687곳 중 직원이 1000명 이상 준 상장사는 7곳이다. 500명 이상 감소한 곳을 포함하면 16곳 이다. 18곳은 300~499명이 줄었다. 감소율로 보면, 전년 대비 30% 이상 직원이 줄어든 곳은 74곳이다. 이들 기업을 포함해 직원 감소율이 20% 넘는 상장사는 135곳에 달했다. 직원이 20% 이상 감소했다는 것은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고용 인원이 3000명 이상인 기업 중에서 직원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지난 2분기 1조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명예퇴직을 실시한 KT다. 1년 사이 8456명이 줄었다. KT는 명예퇴직 과정에서 부당한 퇴직 강요가 있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직원수 감소 불명예 2위는 롯데쇼핑이었다. 이 회사는 1456명이 줄었는데, 정규직 감소는 26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비정규직 직원 이었다. 상장사 중 셋째로 직원이 많이 감소한 기업은 LG디스 플레이(-1434명), 4위는 지난해 말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삼성생명(-1228명)이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7월 말 기준 생명보험 업계에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05명이 줄었는데 삼성생명의 감원폭이 가장 컸다. 감소수 5~6위는 삼성증권(-931명)과 삼성카드(-612명)다. 현대하이스코와 CJ제일제당은 직원수가 1000명 이상 줄었지만, 감원이 아닌 사업부분 양도에 따른 감소였기 때문에 순위에서 제외했다.

고용인원이 500~2999명인 기업 중에서는 코스닥 상장사인 디아이디가 감소 1위였다. 주로 삼성디스플레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이 회사는 2013년에 1190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로부터 ‘2013일자리 창출지원 유공자 은탑산업훈장’까지 받았다. 하지만 올 초 직원이 6700여 명에 달했던 이 회사의 올 6월 기준 직원수는 941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디아이디 관계자는 “도급 물량이 80% 가까이 줄면서 자연 퇴사 인력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다음으로는 유안타 증권(옛 동양증권)이 903명이 줄어 불명예 2위에 올랐다. 팬오션(-663명)과 한화투자증권(-514명), 대신증권(-503명), 태양기전(-480명), SK컴즈(-447명) 등도 감소폭이 컸다. 고용 500명 미만 기업 중에서는 신양(-243명), 부스타(-200명), 디지텍 시스템(-198명), STX(-165명), 한국유리(-143명) 순으로 직원 감소폭이 컸다.










대·중견·중소기업 모두 악화

우량 기업이 밀집한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안에서도 고용 양극화 현상은 뚜렷했다. 상장사 전체 고용의 54%(78만 7360 명)를 차지하는 시총 100대 기업에서 증가한 일자리는 1년 사이 2459명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하면 5000명 넘게 줄었다. 특히 직원수가 감소한 39개 기업에서만 2만 명 넘게 감소했다. 감소율은 마이너스 9%에 달한다. 감소율이 10%를 넘는 곳은 11곳이다.

10대 그룹 고용 사정도 매우 나빴다. 2013년 말 자산 기준 10대 그룹 중 6곳의 고용이 줄었다. 고용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SK그룹이다. 1174명(-2.7%)이 줄었다. SK그룹의 17개 상장 계열사 중 SK컴즈·SK네트웍스·SK C&C 등 9곳의 직원수가 줄었다. 다음은 롯데그룹으로 509명이 감소했다. 롯데쇼핑 영향이 컸다. 감소 3위는 포스코그룹(-345명), 4위는 한화그룹(-141명)이었다.

고용이 증가한 4개 그룹도 속내를 들여다 보면 상황이 좋지 않다. 10대 그룹 중 고용 증가 1위인 현대차그룹이 그나마 선방했다. 현대차그룹은 11개 상장 계열사에서 4616명이 늘었다. 증가율은 3.6%다. 현대하이스코는 냉연사업 부문을 현대제철에 넘기면서 직원수가 1217명 줄었지만, 대부분 현대제철이 받아 줬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로템(-47명)과 HMC투자증권(-53명)에서만 직원이 줄었다.

삼성그룹은 16개 상장 계열사에서 4090명이 증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증가분을 빼면 923명 줄었다. 16개 상장사 중 6곳이 줄었다. 특히 삼성생명·증권·카드 등 금융 계열사에서만 3000명 가까운 인력이 빠져나갔다. 부진한 실적으로 고민에 빠진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 실정이 그대로 반영됐다. 전년 대비 직원수가 1536명 늘며, 10대 그룹 중 고용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최근 임원 30%를 감원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대규모 적자를 봤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 적자는 3조2272억 원이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중견·중소기업을 막론하고 고용이 준 곳이 많았다. 특히 고용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 사정이 가장 나빴다. 조사대상 중 중소기업 상장사는 1011곳. 이 중에서 44.2%(447곳)가 직원수가 줄었다. 총 1609명이 줄었다. 중견기업(300~999명)군에서는 909명이 증가했다. 하지만 458곳 중 35.4%(162곳)는 고용이 감소됐다. 대기업(1000명 이상)군에서는 8549명이 증가했다. 이 역시 삼성전자·현대차 증가분을 빼면 973명 증가에 그쳤다. 대기업 212곳 중 37.3%(80곳)는 고용이 줄었다.

업종별로 보면, 금융과 유통·생활소비재 분야 고용 사정이 악화됐다. 오랜 내수 부진 여파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본지가 우리나라 주력 10대 업종을 대표할 수 있는 각 분야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의 직원수를 조사했더니, 유통·생활소비재 분야 고용 감소율이 3.2%로 가장 높았다. 금융 업종은 마이너스 2.44%로 그 다음이었다. 업황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조선이나 철강·건설업종은 고용이 소폭 증가했다. 10대 업종 중에서는 예상을 깨고 제약·바이오 분야가 6.9% 증가해 가장 높았다.

비상장 시중은행의 고용 환경도 살펴봤다. 저금리 여파에 이익이 많이 줄어든 은행의 어려운 경영 상황을 반영하듯 7개 시중은행의 직원 수는 2013년보다 줄었다. 7만 8636명이던 직원 수는 7만 7790명으로 846명 감소했다. 스탠다드 챠타드은행이 454명으로 가장 많이 줄었고, 외환은행(-155명), KB국민은행 (-150명), 하나은행(-94명), 신한은행(-50명), 씨티은행(-8명)이 뒤를 이었다. 2013년보다 직원 수가 늘어난 곳은 우리은행(65명)이 유일했다.

단, KB국민은행은 전체 직원 수는 소폭 감소했지만 5307명이던 계약직 직원이 946명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말 KB국민은행 노사가 금융권 사상 최대 규모인 4200명의 정규직 전환에 합의한 결과다. 이 때문에 2013년 75% 수준이던 KB국민 은행의 정규직 비중은 95.6%로 크게 높아졌다. 7개 시중은행의 정규직 비중은 평균 90.75%였다. 우리은행이 98%로 가장 높고, 외환은행이 67.9%로 가장 낮았다.

고용 늘린 기업들 살펴보니 - 정규직 중심 … 고용의 질도 좋아

어두운 면이 있으면 밝은 면도 있게 마련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고용을 늘린 기업도 많았다. 하지만 무턱대고 사람만 많이 뽑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업 규모별로 일자리가 늘어난 기업들을 살펴봤다. 묵묵히 일자리를 늘리며 성장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비정규직을 늘려 외형만 키운 회사도 있었다.

30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일자리가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4973명이 늘어 전체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는 현대차·LG유플러스·현대중공업·LG화학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늘어난 일자리 중 비정규직의 비율이 10% 내외인 기업이 많았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 2603명이 늘었지만 그중 절반에 가까운 1236명이 비정규직으로 조사됐다. 드러난 숫자만큼 양질의 고용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KTcs는 비정규직 직원이 1249명이나 늘고 정규직은 오히려 280명이나 줄었다. 정규직만 한정해서 볼 때는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든 기업에 속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LG유플러스와 LG화학이다. 두 기업은 비정규직 수는 크게 차이가 없는 가운데 정규직 직원이 늘었다.

500~3000명 사업장에서는 동원F&B·코라오홀딩스·한샘·한국가스공사·현대백화점 순으로 일자리가 늘었다. 대부분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늘렸다. 전체 늘어난 일자리 중 비정규직 비중이 10% 미만인 곳이 많았다. 코라오홀딩스와 비에이치는 비정규직이 한 명도 없는 회사들이다. 순수 정규직으로만 일자리를 늘렸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에 비해 비정규직은 163명이나 줄이는 중에도 248개의 일자리를 늘리는 저력을 보였다.

500명 이하 사업장에서는 특히 주목할 만한 기업이 많았다. 아바텍·엠씨넥스·우진플라임·인터로 조·유아이엘 순으로 일자리가 늘었다. 비정규직이 한 명도 없는 회사가 4곳(아바텍·인터로조·우리이 티아이·대유신소재)이나 됐다. 우진플라임은 비정규직 증가 없이 116개의 일자리를 늘렸고, 이노칩은 비정규직 171명이 줄었음에도 전체 고용을 늘리는 성과를 올렸다. 다만 유아이엘의 경우에는 전체 늘어난 일자리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었다.

1260호 (2014.11.10)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