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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 지식근로자’ 키우는 세영 김호동 사장 - “사장의 제1 과제는 사람 키우는 일” 

연 250시간 학습, 자격증 교육 인적자원 부문 정부 포상 휩쓸어 


일반 용역업체를 인적자원개발 선두업체로 바꾼 김호동 사장.
한국 경제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인재를 키워내는 중소기업’을 많이 배출하는 것이다. 대기업 정도 되면 사원의 생애주기에 맞춰 각종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 중에 근로자 교육을 시스템화하는 곳은 흔치 않다. 교육에 소요되는 비용을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빠듯한 현실에도 근로자 복지와 교육에 열성적인 중소기업이 있다. 포스코 STS(스테인리스) 전문 파트너 업체인 세영기업이다.

이 회사의 김호동 사장은 지난 9월 1일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2014 직업능력의 달’ 기념식에서 직업능력개발유공자 포상 중 최고상인 석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인적자원개발(HRD, Human Resources Development)에 대한 CEO의 확고한 의지와 적극적인 투자를 인정 받았다. 김 사장은 특히 HRD인프라 조성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한 HRD 체제와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지식근로자를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중소기업계에선 흔하지 않은 모범사례다.

1994년에 설립돼 창립 20주년을 맞은 세영기업은 포스코 스테인리스 및 제강 조업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는 물론 적극적인 학습과 창의적 개선 의지가 돋보이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직원은 270여명, 연 매출은 160억원 규모다. 굳이 HRD 등에 신경 쓰지 않아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회사다. 그러나 김 사장이 지식근로자화에 힘쓰는 이유가 있다. ‘외주사 경쟁력이 곧 포스코 경쟁력’이라는 경영신념을 바탕으로 포스코의 ‘넘버원 외주 파트너사’가 되고자 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원동력은 사람”


충분한 여유시간과 다양한 교육기회로 생산성을 높이는 세영의 근로자들.
김 사장은 취임 때부터 ‘지식근로자 양성’을 주창했다. 그의 지론은 ‘회사의 원동력은 사람’이다. 그는 늘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인적자원을 개발하고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회사의 목표와 비전에 인적자원개발을 핵심가치로 반영했다. 중소기업에서는 흔치 않은 ‘인재개발팀’도 만들었다. 인재개발팀은 다른 기업의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분석해 세영기업 고유의 교육 모듈로 변환시켰다. 이런 노력으로 2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세영은 HRD 대표 기업이 됐다. 교육을 중시한 경영은 직원들의 학습 열기로 이어졌다. 모든 근로자가 e러닝과 집합교육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연간 250시간 이상의 학습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한 자금은 매출 잉여금에서 모두 충당했다. 매출의 1.5%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직원에게 환원한 것이다.

변화를 이끈 김 사장은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드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라고 말한다. 그는 근무체제부터 바꿨다. 4조 3교대에서 4일을 근무하고 4일을 연이어 쉬는 4조 2교대로 바꿨다. 이렇게 되면 1년 365일 중 절반을 쉴 수 있다. 교육훈련 기회를 주려면 여유시간부터 줘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시간 여유가 넉넉해진 근로자들은 스스로 배우고 익히고 싶어 했다. 좀 더 나은 실력을 갖추기 위해 각종 자격증에 도전했다. 김 사장은 근로자 자신이 스스로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작업장별로 통합 학습장과 독서실을 운용했다.

막연한 교육이 되지 않도록 HRD 체계화도 추진했다. 사내강사제·학점이수제·NCS시스템 등 선진 HRD제도를 도입했다. 인성 교육은 물론 유명 스타강사를 초빙하는 강의도 마련했다. 퇴직 이후 인생설계를 위한 강의도 이어졌다. 월 1회 정도 이뤄지는 강의를 듣는 근로자에겐 휴일수당을 지급한다. 임금의 12%를 성과 보상하는 학습성과 보상제도를 신설했다. 직무평가를 통한 인적자원관리제를 시행하는 등 NCS를 기반으로 한 인적자원개발 체제 및 평가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기회와 보상을 확실하게 챙겨주자 근로자들의 학습의욕이 크게 늘어났다. 올해 3월부터는 사내 훈련시설을 활용해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형 인재를 양성·활용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청년 취업희망자를 먼저 채용한 후 이론 및 실기교육, 현장 OJT(On The Job Training) 등을 실시한 뒤 평가를 통해 자격을 부여하는 ‘선 취업 후 학습’ 시스템을 마련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일학습병행제’사업을 도입해 기업 성장의 동력으로 연결한 것이다. 근로자 역량은 확실히 향상됐다.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하는 근로자가 늘어났다. 250시간 학습이수 및 자격증 보유율이 90%를 넘길 만큼 학습 열의는 뜨거웠다. 사업장 내 전문가 자격제도를 운영해 설비점검전문가 50여명도 양성할 수 있었다.

김 사장은 근로자들이 일하고 싶어하려면 가족들까지 즐거워야 한다고 봤다. 늘 하는 이야기도 “노사를 떠나 가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감사 나눔 운동’과 ‘일가(家)양득’ 등 가족친화경영을 전개했다. 모든 복지를 가족 위주로 재구성한 것이다. 활동은 성과로 이어져 가족친화우수기업 여성가족부 장관상 수상, 가족친화경영대상 KBS사장상 수상, 관련 기업인증 등의 영예로 이어졌다.

세영기업에는 숙련근로자가 많다. 평균 나이가 43세다. 올해 새로 30여명을 채용하면서 일부 신입사원에 대해선 정부고용정책인 ‘시간 선택제 일자리’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 근로자의 근속에도 주안점을 뒀다. 정년을 마쳐도 바로 퇴사하지 않고 건강상태에 따라 4~5년 정도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세영기업은 한 근로자가 오랫동안 일 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자 건강, 화목한 가족, 복지를 갖춘 환경이 필요했다. 이를 뒷받침한 것이 끊임없는 교육이다. 세영기업의 이직률은 0%에 가깝다.

교육 시간 위해 4조 2교대 실시

대외 평가도 좋다. 지난해 9월 정부에서 선정하는 인적자원개발 관련 부문 3대 포상 중에 대상 2개, 은상 1개를 수상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 생산성 챔피언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이어 고용노동부 ‘NCS(국가직무능력표준)기반 체계적 현장훈련 우수사례 대회’에서도 대상을 수상했다. 같은 달 산업인력관리공단 주최 ‘우수 직업교육훈련 경진대회’에서는 은상을 수상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9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국가생산성 대상’에서 노사협력부문 대상에 선정돼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지난 11월에는 GWP(Great Place to Work) 선정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도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돼 ‘GWP 최고경영자상’을 수상했다.

지식근로자화가 시행되면서 매출도 늘었다. 세영기업 매출은 지난해 130억원에서 올해 160억원으로 23% 증가했다. 교육으로 고급화된 근로자가 더 열심히 일하고 싶어하면서 생산성이 향상된 것이다. 교육과 복지에 들인 비용에 비해 몇 갑절 높은 생산성을 얻은 것은 작은 성과일 뿐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로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든 것이 세영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든 것이다.

1262호 (201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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