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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지지부진한 신차 - 화려한 마케팅, 썰렁한 반응 

캐딜락 CTS, 닛산 쥬크, 기아 올 뉴 쏘울 부진 … 낮은 연비, 어정쩡한 콘셉트 한계 


닛산이 쥬크 홍보를 위해 만든 팝업스토어는 인기를 누렸지만, 판매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3세대 CTS는 이전 모델에 비해 큰 변화를 줬다. 고급 수입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와 경쟁하겠다.” 장재준 GM코리아 대표가 6월 22일 캐딜락 CTS를 출시하는 자리에서 던진 출사표다.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연말까지 1000대의 CTS를 팔고 2015년에는 2000대 이상을 팔며 판매량을 늘려나가겠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어딘가 낯이 익은 장면이다. 지난해 1월 캐딜락 ATS 출시 행사의 데자뷰인 듯했다. 출시하는 차종이 준중형 세단 ATS에서 중형 세단 CTS로 바뀌었고, 경쟁 모델이 BMW 3시리즈에서 5시리즈로 바뀌었을 뿐이다.

결과는 달랐을까? 약 1년 6개월 전 당찬 포부로 도전을 선언 했던 ATS는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월 평균 67대를 팔겠다고 했는데, 지난 한 해 동안 월 평균 8대를 파는데 그쳤다. 지난해 본지의 신차 목표 대비 판매량 조사(1215호)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안타깝게도 CTS의 판매 역시 ATS와 판박이 노선을 달렸다. 월 평균 167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목표치의 13.2%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전체 조사대상 차량 19대 중 꼴찌를 기록했다. 2014년의 남은 두 달 기적적으로 판매량이 늘더라도 목표치의 절반을 채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ATS의 전철 밟은 CTS


캐딜락 CTS
2000~3500cc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CTS는 강력한 힘과 성능을 자랑하는 차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가솔린 엔진의 특성을 살려 독일 디젤차와의 차별성을 부각했다. 또 중후한 느낌을 주는 캐딜락 브랜드의 이미지를 벗고 젊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최신 편의장치도 대거 탑재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는 낯선 차였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극복하지 못했다. 소비자들은 ‘이런 차도 있네?’라며 관심을 주다가도 결국에는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난 안정적인 차와 브랜드를 택했다. ‘미국 대통령도 탔던 캐딜락’의 이미지는 중·장년 세대에게 익숙한데, 차는 젊은층을 겨냥해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는 차가 됐다.

콘셉트가 어정쩡해 실패를 맛본 차는 또 있다. 닛산의 CUV쥬크다. 독특한 디자인과 젊은 감각을 강조하며 시장에 등장했다. 하지만 쥬크는 독특하기만 할 뿐 매력적인 차는 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올 4월을 제외하면 월 판매 100대를 넘긴 달이 없다. 매월 500대 이상을 팔겠다던 말이 무색할 정도다. 월 판매량이 50대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꾸준하게 팔리는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쥬크는 뚜렷한 매니어층을 형성하지 못했다. 개성이 강하기는 한데 예쁘거나 멋지다고 말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나마 디자인을 빼고 나면 나머지 부분에서는 큰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일상생활과 레저활동에 모두 적합한 CUV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일상생활에는 너무 튀고 레저활동을 즐기기에는 수납공간이 부족했다.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는 점과 L당 12.6km인 어설픈 연비도 문제였다. 엔트리카 구입을 고민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유혹해야 하는데, 그들은 디젤차를 선호하고 연비에 대한 눈높이가 한없이 높아져있다.

기아의 올 뉴 쏘울도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당했다. 2400억원의 연구비를 쏟아 부어 2008년 출시했던 1세대 쏘울의 약점을 상당 부분 보완했다. 투톤 컬러를 적용해 개성을 강조했고, 튼튼한 하체를 바탕으로 주행성능도 대폭 개선했다. 하지만 차의 획기적인 변화도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최근 자동차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연비는 전작에 비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개성을 강조하는 차인데 쏘울은 이미 식상한 디자인의 차가 됐다. 실제 내수 시장에서 개성이 강한 디자인을 채택한 차의 흥행은 꾸준하지 못했다. 큰 인기를 누렸던 폴크스바겐의 비틀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효리차라 불리며 깜짝 돌풍을 이끌었던 닛산의 박스카 큐브의 인기도 오래가지 못했다. 그나마 BMW 미니가 오랫동안 잘 팔리고 있지만 최근 한계를 인식하고 대중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연 2만대 판매라는 목표를 세운 쏘울이 이런 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분석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앞서 언급한 3종의 차에는 공통점이 있다. 화려한 마케팅을 펼쳤음에도 그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캐딜락은 ATS가 실패한 원인을 마케팅 부족에서 찾았다. “차는 좋은데 잘 알려지지 않아 팔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CTS는 마케팅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인기 드라마 두 편을 골라 차량 협찬을 했다. 롯데백화점과 손을 잡고 다양한 이벤트 행사도 마련했다. 고객 접점을 늘리기 위해 수 차례 시승이벤트를 펼치는 등의 노력을 했다. 결과는 마케팅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았던 ATS와 다르지 않았다.

닛산의 쥬크는 서울 홍대 중심지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젊은 사람들이 자주 왕래하는 공간에 쥬크를 세워놓고 매일 새로운 이벤트를 열었다. DJ가 신나는 음악을 틀어 클럽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고, 흥미로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가수 이하늘, 파이터 추성훈 등 유명인까지 이벤트에 동원했다. 쥬크의 팝업스토어에는 연일 많은 사람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지만 그 열기가 자동차 자체의 인기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교황 마케팅’에도 쏘울 인기 시들

기아의 올 뉴 쏘울은 경쟁 차종인 BMW 미니를 이용한 마케팅을 펼쳤다. 소비자들의 눈을 가린 후 쏘울과 미니에 각각 탑승하도록 한다. 그런 다음 디자인 요소에 관한 설문을 진행해 두 차를 비교했다. “쏘울의 디자인이 미니보다 훌륭했다”는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이 마케팅은 기아차 입장에서는 오히려 독이 됐다. 실험평가 항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결과 또한 두루뭉실하게 발표했다. 결과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이 많았다. 경쟁차를 지나치게 깎아 내리는 마케팅이라는 비난도 있었다. 판매가 주춤했던 쏘울은 반전의 기회를 맞기도 했다. 8월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전차량으로 선정된 것.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 되면서 쏘울도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렸다. 쏘울의 ‘교황 마케팅’은 적어도 국내에서는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9월에는 8월보다 겨우 7대가 많은 352대가 팔렸고, 캐딜락 CTS 10월엔 332대로 오히려 판매량이 줄었다.

1264호 (201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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