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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김정윤의 ‘요리로 본 세상’ ④ 태국 ‘파통고(요우티야오)’ -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태국판 도넛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태국판 도넛 탐욕의 정치인을 저주하며 튀기던 음식에서 유래 … 뒤바뀐 이름으로 성공 

디저트 전성시대다. 싱글족은 간단한 디저트류와 음료로 식사를 해결한다. 주말마다 디저트를 찾아다니는 젊은 맞벌이 부부도 많다. 이왕 먹는 거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는 분위기다.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디저트는 포기할 수 없다는 여성도 많다. 해외 유명 디저트 브랜드 ‘몽슈슈’, ‘제르보’ 등이 국내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는 것도 디저트 열풍을 반영한다. 국가별 대표 디저트와 이에 얽힌 이야기를 연재한다.




▎사진:김정윤 푸드칼럼니스트 제공
동영상 전문 웹사이트 유튜브에 재미있는 동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스타벅스가 당신의 이름을 틀리게 적는 이유’라는 동영상이다. 한 달 만에 조회 수 800만 클릭을 넘길 정도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 직원들은 주문을 받을 때마다 고객 이름을 컵에 적어 구분한다. 특히 점심 시간이 끝나고 발디딜 틈 없이 복잡한 커피타임엔 종종 이름을 잘못 표기하는 실수가 나온다.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직접 고객의 이름을 듣고 받아쓰기 때문에 가끔씩 ‘게시카(Gassica)’, ‘수우지(soozee)’와 같은 엉뚱한 실수를 하기도 한다. 굳이 한글로 옮겨보자면 ‘영히’, ‘털수’ 수준의 오타다. 이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 미국의 코미디언 폴 게일(Paul Gale)은 이런 실수가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오타를 발견한 고객 대부분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겠지만 일부는 직원들의 실수, 즉 컵에 잘못 찍힌 자신의 이름을 보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는 주장. 이렇게 게시된 사진을 통해 스타벅스 로고는 자연스레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고 스타벅스는 말 그대로 돈 한 푼 안 들이고 많은 사람에게 공짜 광고를 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원래 이름은 백성의 원한 담긴 ‘요우티야오’

사람의 이름은 대상을 나타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폴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름을 이용한 스타벅스 마케팅 전략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것을 보면 말이다. 아무리 일회용 컵이라도 자신의 이름이 잘못 적혀 있다면, 누구든 신경이 쓰여서 다시 한 번 더 들여다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오늘 소개할 디저트 역시 몇 백 년 동안 본명을 찾지 못해 성공한 케이스다. 심지어 지금은 뒤바뀐 이름이 본명처럼 굳어져 버렸다. 태국의 도넛이라는 별명을 가진 ‘파통고(pa-thong-ko)’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다. 뒤바뀐 이름이 행운을 가져온 셈이다.

파통고의 본명을 찾기 위해선 12세기 중국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중국 동남쪽에 위치했던 송나라가 바로 파통고의 고향이다. 당시 송은 여진족의 금나라가 남쪽으로 영토를 확장하는 데 따라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송의 장군 악비는 군대를 이끌고 전투에 나가 여러 차례 금나라 군대와 전투를 벌여 승리를 거둔다. 그러나 이러한 승리에도 송은 결국 금나라에 밀려 지금의 홍콩과 가까운 임안(현재 항저우)으로 수도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금나라 공격에 남하해야 했던 송의 백성은 용맹하게 금나라에 맞서 싸운 악비를 존경한다. 악비는 이 기세에 힘입어 수도를 옮긴 뒤에도 계속 금에 대한 공격을 주장하지만, 당시 재상이던 진회는 평화를 주장한다. 그러나 워낙 악비의 인기가 높아 진회의 의견은 별다른 힘을 얻지는 못한다. 이에 진회는 누명을 씌워 악비를 살해 하고 만다. 이 소식을 들은 백성들은 분노하며 밀가루 반죽 2개를 꼬아 진회 부부 모형을 만들어 기름에 튀기며 원한을 푼다. 백성들의 저주가 담긴 이 요리가 바로 파통고의 원형이다.

그런데 어쩌다 태국에서는 요우티야오를 파통고라고 부르게 됐을까. 원래 파통고란 현재 광둥성 지역의 차오저우 사투리로, 호빵 느낌이 나는 달달한 하얀색 케이크를 의미한다. 어찌 됐든 진짜 파통고(하얀 케이크)와 가짜 파통고(요우티야오)는 모두 중국에서 태국으로 넘어갔다. 여기서부터는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아마 태국으로 넘어온 중국 화교들이 요우티야오와 파통고를 팔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들어온 디저트는 대중의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화교가 운영하는 음식점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팔렸을 것이다. 길거리 노점상들도 두 가지 디저트를 나란히 가판 위에 진열해놓고 큰 소리로 “파통고 사세요, 요우티야오도 있어요”라고 외치며 손님들의 관심을 끈다. 그러다 보면 어떤 상인들은 디저트의 이름을 틀리게 말하기도 하고, 어떤 상인은 둘의 이름을 혼동하여 손님들에게 튀긴 도넛을 보여주며 “파통고 사세요” 하고 외치기도 했을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장사를 하던 상인들은 인기가 없는 진짜 파통고(하얀 케이크)를 메뉴에서 빼버리게 된다. 그리고 다시 다음날 장사를 하러 가는데 이름이 헷갈리는 거다. ‘어떤 게 요우티야오고 어떤 게 파통고였지?’ 고민하던 상인은 결국 요우티야오를 발음하기 편한 파통고로 부르게 된다. 결국 진짜 파통고는 사라지고 여전히 인기가 좋은 요우티야오가 파통고라는 이름으로 살아남게 됐을 거라는 이야기가 태국인들의 추론이다.

파통고(여기서부터는 태국의 요우티야오를 파통고라고 칭한다)는 밀가루 반죽을 발효시켜 기름에 튀긴 음식이다. 서양의 도넛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빵보다는 조금 더 쫄깃한 식감을 가지고 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파통고는 7~8㎝ 정도 되는 두 개의 반죽을 교차시킨 모양으로 만들어 기름에 튀기는데, 모양이 학창시절 생물 수업 때 보았던 염색체와 비슷해 보인다.

반죽 2~3시간 발효시켜야 제맛

파통고를 만들 때는 도넛 반죽과는 다르게 물을 많이 넣어 반죽을 질게 하는 게 포인트다. 기름에 튀기기 전 2-3시간 정도 반죽을 잘 발효시켜야 제대로 된 파통고를 만들 수 있다. 발효가 잘 된 반죽으로 튀긴 파통고 속 안에는 크고 작은 구멍이 뚫려있다. 이처럼 파통고를 만들 때 시간이 필요하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태국 음식점에서는 주로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는 아침이나 늦은 저녁 즈음에 맛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파통고는 밀가루를 튀긴 음식이기 때문에 튀기자마자바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특히 막 튀겨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파통고를 코코넛이 들어가 고소하면서도 상큼한 향이 나는 초록색 판단 커스터드에 찍어 먹으면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만드는 방법(2~3인분)

준비물: 강력분 260g, 미지근한 물 170g, 드라이 이스트 1ts, 소금 1 1/2ts, 설탕 1TS, 식물성 오일 1ts, 베이킹파우더 2ts

미지근한 물에 드라이 이스트와 오일을 넣고 잘 섞어준다. 강력분에 소금·설탕·베이킹파우더를 넣고 이미 만들어놓은 액체에다가 조금씩 부으며 반죽을 만들어준다. 이때 반죽은 보통 빵 반죽보다 질어야 한다. 이렇게 만든 반죽을 볼에 넣고 수건 혹은 랩으로 표면을 잘 감싸 2~3시간 정도 발효시켜준다. 발효가 끝난 반죽은 늘렸다 다시 뭉치며 공기를 빼준다. 준비된 반죽은 긴 타원형으로 얇게 펴준 뒤 스크래퍼로 3×8cm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잘라준 다음 중심 부위에 물을 묻혀 두 개를 겹쳐준다. 모양을 만든 반죽은 섭씨 170~180도의 온도에서 노릇해질 때까지 튀긴 후 기름을 빼어 접시에 담는다. 완성된 파통고는 코코넛 밀크와 판단잎으로 향을 낸 카야잼과 판단 커스터드 크림, 연유와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김정윤 쉐프이자 푸드칼럼니스트. 경기대 외식조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스타 쉐프로 유명한 제이미 올리버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Jamie’s Italian’에서 쉐프로 일했다.

1265호 (201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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