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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짓돈 어떻게 불릴까-펀드 투자 다시 한번? - 펀드시장 기상도 ‘흐린 후 갬’ 

배당주·인도·중국·롱숏펀드 인기 여전할 듯 … 미국 금리 향방이 변수 

염지현 중앙일보 기자

‘흐린 후 갬’. 2015년 펀드시장의 기상도다. 아직까지 세계 경제의 회복이 더딜 것이란 우려감이 존재한다. 실제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 이후 돈줄을 죄기 시작하자 유럽과 일본에서 경기 부양으로 돈을 풀기 시작했다. 돌고 도는 유동성은 한국 경제에 영향을 줬다. 수퍼 달러와 엔화 약세가 겹치면서 한국수출 기업들이 휘청대고 있다. 국내외 변동성이 커질수록 펀드시장에 안개가 끼게 마련이다. 결국 기대수익률을 낮춰서라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펀드에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게 중위험·중수익 펀드다. 특히 예금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인 초저금리 시대에선 안성맞춤인 상품이다. 기대수익률이 시중금리보다 높고, 수익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가치주·배당주·롱숏 펀드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2015년 펀드시장을 이끌 펀드는 ‘배당주 펀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배당 활성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기업들의 배당 여력이 커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 코스피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최근 잇따라 주주환원 정책을 밝혀 다른 기업도 배당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해외 시장에선 중국 펀드가 단연 돋보인다. 중국 증시가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 정책과 후강퉁 효과로 상승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6~2007년 중국 펀드에 투자해 반 토막 수익을 경험한 상당수 투자자들이 적극 나설진 미지수다.

삼성전자·현대차 배당 늘릴 듯

2015년 펀드시장에는 미국 금리가 주요 변수다. 예상대로 2014년 10월 2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양적완화(QE) 정책을 끝냈다. 6년 간 푼 돈으로 실업률이 내려갔고 경제 성장률이 회복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동안 시중에 풀린 돈이 중국·인도·인도네시아 등지의 신흥국으로 흘러갔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07년 4000억 달러였던 신흥국의 해외 채권은 2014년 6월 말 1조400억 달러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신흥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역시 30% 증가한 16조 달러에 이른다. 미 연준이 풀었던 달러를 거둬들이기 시작하면 신흥국 자산은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채권 전문가들은 “신흥국 채권이 여전히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입을 모은다.

◇몸집 커지는 배당주 펀드=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4년 12월 24일 기준 국내 주식형 배당주 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6조5862억원다. 연초 이후 3조7813억원의 돈이 유입됐다. 2014년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한 이후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배당 확대 정책을 내놓은 영향이 컸다. 유럽 디플레이션 우려와 미국 양적완화 종료 등 대외 악재가 겹친 10월에도 한 달 새 4000억원의 돈이 들어왔다. 배당주 펀드 열풍 속에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3조원대 공룡 펀드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에 정책 효과가 더해져 배당주 투자가 장기 테마로 자리 잡을 것으로 입을 모았다. 우리투자증권 김진영 연구원은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배당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배당주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진우 연구원도 “시중금리와 배당수익률과의 격차가 줄면서 배당주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봤다. 김진영 연구원은 “최근엔 한국거래소가 새로운 배당지수를 발표했다”며 “앞으로 배당지수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이 나오면 배당주 펀드의 수급이 더욱 안정돼 추가적인 수익률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중국 펀드의 재부상= 해 외 펀드는 어떨까? 지난 2007~2008년 해외 펀드 붐이 일었다. 그중에서도 중국과 인도 펀드에 돈이 몰렸다. 2007년 상하이 종합증시는 1년 새 96%가 올랐고, 인도 증시(53%)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중국과 일본 펀드 수익률은 대부분 반 토막 났다. 한동안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두 펀드가 최근 되살아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4년 12월 24 기준 자산 100억원 이상인 해외 펀드(284개) 중 인도 펀드가 상위 9개를 휩쓸었다. 인도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38.6%에 이른다. 중국 펀드도 마찬가지다. 홍콩 H주(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주식)보다 중국 본토 A주(중국 상해·선전 증시에 상장된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가 성과가 좋다. 중국 본토 A주는 2014년 연초 이후 12월 24일까지 31.7%의 수익률을 냈다.

인도는 ‘모디효과’로 증시가 2014년에만 27% 올랐다. 2014년 5월에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신임 총리는 친(親)기업·친시장 경제 개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금 수입 규제도 한몫 했다. 인도는 중국에 이은 세계 최대 금 소비국이다. 모디 총리는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금 수입 제한정책을 유지했다. 이에 힘입어 2014년 2분기 인도의 경상수지 적자는 78억 달러로 1년전 218억 달러에서 크게 줄었다. 최근 재정적자도 줄고 있다. 모디 총리는 적극적인 정부 지분 매각을 통해 5% 수준인 재정적자를 4%대로 축소할 계획이다.

◇인기 여전한 중위험·중수익 펀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중위험·중수익형 펀드가 인기가 높다. 기대수익률이 시중금리보다 높고, 수익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아 안정성이 높다는 게 중위험·중수익 펀드의 장점이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롱숏펀드와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를 꼽을 수 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이 장점이다. 2014년에는 여기에 1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 2010년 삼성생명 청약이후 최대 규모인 삼성SDS가 11월 14일 상장했고, 12월엔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가 상장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증거금 없이 공모주 10%를 우선 청약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여기에 분리과세 혜택이 더해진다. 하이일드채권 펀드에 1년 이상 투자하면 5000만원까지 최장 3년 간 분리과세 혜택(세율 15.4%)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BBB+이하 등급의 비우량 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안정성을 따져봐야 한다. 특히 BBB등급 회사채는 재무적인 측면에서 불안정하기 때문에 최대한 투자기간을 짧게 유지해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

◇박스권 장세의 대안 롱숏펀드= 롱숏펀드는 박스권 장세에서 효과적인 투자 대안이다. 이 펀드는 주가가 오를 만한 종목은 사고(long), 내릴 만한 종목은 공매도(short)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추구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졌을 때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다시 매수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 기법이다. 증시가 좁은 범위에서 오르고 내리는 박스권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 투자에 앞서 유의할 점이 있다. 롱숏이 워낙 까다로운 전략이라 전문 인력의 능력이 중요하다. 특히 한꺼번에 높은 수익률을 거둔 펀드보다 매달 꾸준히 수익을 내는 펀드가 안전하다.

1268호 (20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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