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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등장인물의 나이·직급에 맞는 보험은 - 장그래는 저축성, 오 차장은 종신·암 보험 

설계사 믿지 말고 꼼꼼하게 따져야 … 해마다 바뀌는 트렌드는 가급적 무시 


174조원. 지난해 한국의 가계와 기업이 부담한 보험금 총액이다. 이를 두고 한국을 ‘보험 과잉 사회’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정말 그럴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과잉 보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보험이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다행히 미래에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쓸데없이 낭비하는 돈’이 되겠지만, 위험이 닥친다면 ‘현명하게 쓰여진 돈’이 된다. 결국은 확률의 게임이다. 그런데 이 확률이란 단어가 흥미롭다. 매우 냉철하고 수학적인 단어 같으면서도 상당히 주관적인 단어다. 미래에 어떤 위험이 닥칠 확률이 5% 정도라고 가정하자. 누군가는 이를 나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로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보험을 들어 이 위험에 대비할 것이다. 두 사람의 판단 중 어떤 것이 맞는다고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물론 과잉이 아니라고 해서 모든 보험을 가입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중복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상품 여러 개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나중에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말만 믿고 별다른 혜택이 없는 보험에 가입해 매달 일정한 돈을 납입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상 적금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보험으로 대부분 시중 은행보다도 낮은 금리를 적용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꼭 맞는 보험은 어떻게 찾을까? 이 답을 찾기 전에 유의할 사항들이 있다. 모든 전문가가 입을 모아 하는 말은 ‘신중하고 또 신중하라’다. 보험은 현대인이 소비하는 가장 비싼 상품 중 하나다. 보험은 만기가 짧아야 10년, 길게는 평생을 납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매달 몇 만원 정도만 납입한다고 쳐도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이 넘는 고가의 상품이다. 하지만 매달 들어가는 돈만 생각하고 싸다고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만기를 채우지 못하면 무조건 손해를 보기 때문에 처음 가입할 때 신중해야 한다. 이현식 신한생명 미래설계센터 대리는 “200만원 짜리 냉장고 하나를 살 때는 모든 기능을 따져보고 백화점·마트·인터넷 쇼핑몰을 비교해 저렴한 곳에서 사면서 수천만원짜리 보험은 왜 그리 가볍게들 가입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보험설계사를 믿지 말라”고 조언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의 설계사들이 1년 이상 근속하는 비율은 40%가 채 안 된다. 10명 중 6명은 1년 뒤 그 회사에 남아있지 않다는 뜻이다. 설계사의 말만 듣고 보험에 가입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따질 사람이 없다. 물론 보험 가입 후 설계사에게 제대로 설명을 들었는지를 확인하는 전화가 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예, 예” 대답만 하고는 황급히 전화를 끊는다. 보험사는 이 대답을 고스란히 녹음해 둔다. 괜찮다고 말했던 보험설계사는 사라지고, 계약서에 서명을 했고, 전화에 녹음이 됐으니 소비자가 반박할 근거가 사라진다.

보험을 가입하고 싶은데 종류가 너무 많다. 나이와 소득, 가정상황에 따라 필요한 보험이 달라진다. 보험전문가들에게 연령에 맞는 보험 포트폴리오를 짜달라고 요청했다. 큰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미생>의 캐릭터를 활용했다.

전문가들에게 ‘<미생>의 주인공들에게 어떤 보험을 추천하고 싶은가?’를 물었다. 윤남석 KB생명 강남지점장, 배성운 삼성생명 CPC기획팀 차장, 길윤근 미래에셋생명 부천지점장, 이현식 신한생명 미래설계센터 대리, 고득용 동양생명 Wealth 매니저가 답변했다. 5명 전문가의 답변을 취합해 가상의 포트폴리오를 짰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케이스를 골라 포트폴리오를 짜는데 참고할 만하다.

▶20대 후반 계약직(인턴) 장 사원, 월 급여 200만원 이하

필수보험 : 실손 의료실비보험

추천보험 : 저축성 보험

이유 : 생애최초로 보장자산을 준비해야 하는 단계로 소득 자체가 높지 않다. 계약직이라면 장기적으로 소득발생여부 또한 불투명해 보험료가 높은 상품은 피해야 한다. 또 회사에서 복지차원으로 제공하는 의료보험을 살피고 중복되지 않는 수준에서 실손 의료실비보험을 가입하는 것을 권장한다. 건강보험에 대한 보장을 결정할 때는 ‘실손→입원비→수술비→진단비→사망보장’ 순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본다면 저축성 보험도 추천한다. 비과세 요건 충족을 통한 절세효과를 볼 수 있다.

▶30대 초반 미혼 김 대리, 월 급여 250만원 전후

필수보험 : 실손 의료실비보험, 정기보험

추천보험 : 변액보험

이유 : 30대 초반 김 대리에게 추천하는 보험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많이 갈렸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많은 돈을 저축해야하는 시기다. 각자에게 맞는 재테크 전략을 수립하는 시기로, 어떤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필요한 보험의 종류도 달라진다. 전문가들의 추천이 많이 갈리는 이유다. 보험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납입금액이 저렴한 ‘정기보험’을 추천한다. 종신보험과 달리 특정 기간을 정해져 있어 부담이 덜하다. 보험을 통해 좀 더 공격적인 재테크를 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변액보험을 추천한다. 보험사에서 고객이 맡긴 보험료 중 일부 금액을 펀드에 투자해 그 과실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좋은 상품을 고른다면 장기적으로 주택과 결혼자금 마련에 도움이 된다.

▶미취학 자녀를 둔 30대 후반 천 과장, 월 급여 350만원 전후

필수보험 : 종신보험

추천보험 : 자녀를 위한 어린이 보험

이유 : 아내와 아이가 생겼다. 어느 때보다 가장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시기다. 만약 나에게 사고가 생겼을 때 남은 가족을 위한 확실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적정 종신보험의 가입 규모는, 사고 발생 때 받는 보험금이 자신 연봉의 5배 정도가 되는 수준으로 만들라고 한다. 물론 개인별 상황에 따라 그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출시되는 종신보험 중에는 상품에 따라서 연금전환이 가능하거나 예금 대비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들이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효과적 재테크 수단이 된다. 어린 자녀의 미래도 함께 준비하기 위해서는 어린이 보험 상품도 살펴보자. 취학 후 불어나는 교육비 대안이 됨과 동시에 아이들에게 경제교육을 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초·중·고 자녀를 둔 40~50대 오 차장, 월 급여 400만원 이상

필수보험 : 종신보험·암보험

추천보험 : 연금보험

이유 : 암은 생명과 직결되는 가장 위험한 질병 중 하나다. 그리고 이 시기는 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시기다. 아직도 암보험이 없다면 하나쯤은 가입해 두자. 만약에 가족력이 있거나 건강에 대해 더 단단히 대비하고 싶다면 CI보험도 고려해볼 만하다. 자녀들이 성장하는 이 시기는 소비 지출이 가장 많은 시기다. 매달 아이들 교육비에 가족 생활비를 생각하면 남는 돈이 없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퇴직의 시기가 다가온다. 어떻게든 여윳돈을 만들어 연금보험 같은 상품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1269호 (201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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