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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중국 경제의 위협할 ‘3D 리스크’ - 승승장구 상하이 증시 삼각파도에 휩쓸릴라 

Global Monitor | 디플레이션, 부동산 기업·지방정부 디폴트, 위안화 디밸류에이션 우려 

오상용 기자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중국 상하이 증시에 대한 기대감은 해가 바뀌어도 식지 않았다. 인민은행 통화정책 완화가 증시 수급에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믿음, 당국의 금융시장 개혁이 중장기적으로 중국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낙관론 진영을 중심으로 단단히 형성돼 있다.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없지만 기대감의 충만이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를 덮지는 못한다. 올 한해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을 살피는 데 있어 간과해서 안될 것은 세가지 ‘D’의 위험이다. 고조되는 디플레이션(Deflation)압력, 부실 기업과 지방정부 채권의 디폴트(Default) 위험, 중국 내부의 문제와 대외 유동성 변화가 결합 돼 나타날 수 있는 위안 가치의 예기치 못한 추락(Devaluation)이 여기에 해당한다.

◇디플레이션 위험 = 물가상승률의 급격한 둔화, 즉 고조되는 디플레이션 위험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유로존 일본은 물론이고 주요 이머징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통된 현상이다. 최근 전개되고 있는 유가와 원자재 상품가격의 폭락세 때문에 글로벌 디플레이션 압력은 한층 가중돼 인플레이션 부활을 꿈꾸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의지를 시험에 들게 한다. 중국으로 좁혀서 이 문제를 살펴보자. 중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은 크게 두 가지로 생산설비의 과잉과 부풀어 오른 부채에 기인한다. 철강과 비철금속, 석탄 등 주요 산업을 중심으로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설비 과잉은, 부풀어 오른 부채로 더딘 회복을 보이는 경제 주체들의 지출(가계소비 와 기업 설비투자)과 맞물려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의 둔화를 낳고있다.

과거 두 자릿수 성장세를 구가하던 시절, 글로벌 수요가 뒷받침되던 시절에 중국 기업들은 판로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부채를 일으켜 설비를 늘리면 나라 안팎에서 제품은 팔려나갔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내외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가계의 주요 자산인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자들의 심리는 가라앉았다. 그렇다고 기업들의 생산 조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자, 기업들은 제품 단가를 계속 낮추는 박리다매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기업 마진은 더 줄어들게 마련이고, 이렇게 생산 단계에서 디플레이션 압력은 고착화된다. 그 결과로 중국의 생산자물가는 30개월 넘게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1%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물가 둔화는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높여주기도 하지만, 기업 마진이 축소되고 성장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선 일자리와 임금의 훼손을 낳기 쉽다. 정부의 세수 역시 줄어들 위험에 처한다. 물가상승률 둔화는 경제 주체들의 실질채무 부담을 가중시키는데, 마진 압박을 겪는 기업들로선 이자 상환마저 힘들어져 금융시장 내 신용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디폴트 위험 = 연초부터 중국 크레딧 시장은 카이사그룹의 디폴트 이슈로 시끄럽다. 이 회사는 선전시에 본사를 둔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다. 홍콩 증시에도 상장돼 있다. 시가총액은 82억 홍콩달러 정도다. 최근 HSBC로부터 빌린 5100만 달러를 갚지 못한데 이어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한 회사채의 이자지급일도 맞추지 못했다. 사실상 디폴트 상태다. 조만간 채권단에 의해 채무조정 협상이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 업황이 좋지 못한 요즘, 카이사그룹 같은 중소형 부동산 개발회사의 디폴트는 딱히 놀라운 사건이 아니다. 다만,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지난 한 해 이머징 정크본드 시장에서 달러표시 채권 발행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번 카이사그룹의 디폴트 이슈는 중국 기업 전반의 대외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중국 부동산 기업의 글로벌 정크본드 발행 규모는 아시아 이머징 전체에서 61%를 차지했다. 지방정부 부채가 안고 있는 폭발력도 간과해선 안 된다. 중국 정부 내 감사기구인 심계서에 따르면 2013년 6월 말 현재 중국 지방정부 부채는 17조 9000억 위안에 달했다. 이 부채 가운데 60%가 2015년 말 이전에 만기 도래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올 2분기를 중심으로 다시 만기가 집중될 전망이다. 물론 중앙정부는 지방채 시장의 선진화를 통해 해당 부채를 차환하고자 하지만 지방채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방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법이다.

잠시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을 살피자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악화일로다. 도이체방크의 분석에 따르면 지방정부 재정수입 여건은 30여년래 최악이다. 올 한해 중국 전체 정부 세수 증가율은 지난 1981년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일 전망이며 중앙을 제외한 지방정부 세수의 경우 1994년 이래 처음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래서 중국 은행 간 채권 시장에선 “작년 상하이 차오리가 민간 기업 디폴트 시대를 열었다면 올해는 지방정부 채권에서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부채의 뇌관인 지방정부융자플랫폼(LGFV)을 통한 자금조달을 전면 중단시킨 데 이어 최근에는 지방정부가 지급보증을 서지 않은 지방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연초 재정부는 부채관리를 게을리한 지방정부의 디폴트를 중앙정부가 대신 해결해주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시범 케이스로 몇 군데 지방정부 채권에서 디폴트가 발생한다면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내 불안감이 고조될 수 있다.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신용 리스크를 채권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는 계기가 돼 채권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겠지만 말이다.

◇위안화 디밸류에이션 위험 = 중국의 성장률이 하락하고 기업과 지방정부 부문에서 디폴트 위험이 커지기 시작하면 본토의 자금 유출도 증가할 수 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축소 흐름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 나아가 그간 본토 자산시장으로 유입됐던 핫머니 자금을 자극해 자본 이탈 흐름을 한층 가속화시킬 위험도 도사린다(이런 관점에서 당국이 상하이 증시를 부양한 것은 자금 이탈을 최소하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 이는 달러-위안 환율에서 위안 약세로 표현될 것인데 위안 약세가 본격화하면 달러 빚을 끌어다 썼던 중국 기업의 부채 상환 부담은 가중된다. 물론 4조 달러에 육박하는 중국의 막대한 외환보유액과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무역흑자 추세를 감안하면 투기세력들이 러시아 루블처럼 중국 위안화를 공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위안 약세가 본토 자금 유출을 부추기고, 기업들의 달러채 상환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민은행도 공격적으로 기준금리와 지준율을 낮추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둔화되는 경기를 방어하기 위한 적기 대응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 부담을 덜기 위해선 외환시장의 안정적인 흐름이 선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인민은행의 추가 완화조치는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 이 경우 인민은행의 추가완화 기대감에 의지해 급등했던 상하이 증시는 급한 조정에 들어갈 위험에 놓인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3D 리스크’가 연내 현실화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그저 잠재 위험일 뿐이다. 이 위험을 되뇌이며 불안에 떨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달아오른 중국 증시에 도취돼 중국 실물경제를 마냥 낙관해야 할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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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0호 (201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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