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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속 혼다의 미래는 - 리콜, 불량 은폐 의혹, 보고 누락으로 급제동 

브랜드 이미지 추락에 신차 출시 차질 … 최대 시장 미국에서 신뢰도 급감 


▎혼다가 2013년 야심 차게 출시한 3세대 ‘피트’는 신개발 하이브리드 시스템 불량 등으로 단기간에 다섯 차례나 리콜했다.
혼다에게 2014년은 시련의 한 해였다. 2013년 야심 차게 출시한 3세대 ‘피트’는 신개발 하이브리드 시스템 불량 등으로 단기간에 다섯 차례나 리콜했다. 품질관리 체제를 다시 점검 하느라 신차 투입 스케줄은 지연됐고, 판매와 생산 양면으로 타격을 받았다. 다카타(TAKATA)제 에어백 리콜 사건에서는 늑장 대응으로 비난을 받았다. 미국 안전당국에 대한 보고 누락 문제도 불거졌다. 모두 안전이나 품질에 관련된 문제로 혼다 브랜드의 신뢰도를 크게 훼손시켰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하지만 지금은 단결해 이 상황을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사이타마현에 있는 한 혼다 매장 점장은 강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이 매장은 2014년 가을 이후 신차 판매대수가 전년도의 60% 이하로 떨어졌다. 소비세 인상의 영향만은 아니다. 피트와 베젤의 리콜 사태로 인해 거의 모든 차종의 판매가 저조했다. 2013년 9월 혼다는 ‘연비 No.1’을 내걸고 신형 피트를 출시했다. 새 하이브리드(HV) 시스템을 장착한 피트의 연비는 L당 36.4㎞로 도요타 소형 하이브리드 ‘아쿠아’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이란 전망이 줄을 이었다. 소비자 반응도 좋았다. 한 달 만에 예약 판매량이 5만7000대를 돌파해, 월 판매 목표의 4배를 웃돌았다. 3개월 후에는 소형 SUV ‘베젤’도 라인업에 추가됐다.

주력 ‘피트’ 전대미문의 5번 연속 리콜


그러나 찬물을 끼얹는 사태가 발생했다. 피트 HV와 베젤 HV에 최초로 채용한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DCT)’ 제어 프로그램에서 결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시동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혼다는 2013년 10월과 12월, 2014년 2월 잇따라 리콜를 결정했다. 세 번째 리콜 때는 생산 중인 차량 출하를 보류하고, 판매 재고 인도를 중지시키는 극약처방까지 내놨다. DCT 기반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모두에게 새로운 시스템이었다. 혼다의 최초 HV ‘인사이트’에 채용한 IMA은 비교적 단순한 구조였다. 이와 달리 새로운 하이브리드는 두 가지 클러치를 가진 DCT에 모터를 조합했다. 모터 저널리스트인 가와무라 야스히코는 “일반적인 AT에 비해 DCT는 3배 복잡하고, 그 DCT와 HV를 조합시킨 시스템은 가솔린 엔진과 DCT 시스템에 비교해 3배 더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혼다 개발자 역시 “새로운 시스템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공정이 기존에 비해 훨씬 복잡했다”고 말했다.

2013년 혼다는 ‘동시 출시’를 목표로 피트와 베젤 그리고 파생형 HV 세단인 ‘그레이스 등 3개 차종에 온 힘을 쏟았다. 그사이 현장은 과부하에 걸려 있었다. 한 개발 간부는 “기존에 비해 실질적으로 개발 리소스가 부족해 고생이 많았다”고 밝혔다. 피트 리콜 사태는 좀처럼 진화되지 않았다. 엔진제어 프로그램 불량으로 한 차례, 엔진 점화 코일과 전원 공급회로 불량으로 또 한 차례, 개발 후 1년 만에 다섯 차례 리콜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 논란이 확산되자 혼다는 품질관리 체제를 재점검하겠다고 밝히는 동시에 이토 타카노부 사장의 월급 20% 등 임원들이 월급 일부를 반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리콜의 악영향은 계속 됐다. 원래 혼다는 소비세 인상 대책으로 2014년에 6개 차종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HV 세단 그레이스는 애당초보다 6개월이나 늦은 2014년 12월에야 출시됐다. 그레이스도 피트와 같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그레이스의 개발 책임자인 히로세 토시카즈는 “반년 사이, 도치기나 홋카이도에 있는 테스트 코스나 일반 도로에서 주행시험을 몇 번이나 반복하며 품질 ‘숙성’에 만전을 기했다”고 말했다. 고급 세단인 ‘레전드’ 역시 결정된 출시일을 두 차례나 연기했다. 국내 판매계획도 당초 103만대에서 10% 하향 수정했다. 중국 판매 또한 예상치를 밑돌고 있다. 이 때문에 2014년 10월 말부터 한 달 간 사이타마현에 있는 사야마 공장이 평일 작업을 쉬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평일 휴업은 자동차 업계에서 상당히 드문 일이다. 영향이 확산되면서 혼다 계열 부품 제조 매출 상위 10개 사 중 8개 사가 2014년 실적을 하향 수정했다.

피트 리콜과 함께 혼다를 위기에 빠뜨린 것이 다카타(TAKATA)제 에어백 리콜 문제다. 2008년 이후 혼다는 몇 번이나 다카타제 에어백의 결함으로 리콜을 실시해왔다. 충돌 때 에어백이 이상 파열을 일으켜 금속 파편이 튀는 게 원인이었다. 2014년 들어 원인불명의 이상 파열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것은 미국 남부 등 고온다습한 지역에서만 발생했는데 감독기관인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지시로 혼다 등 자동차 메이커 9개 사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에어백 리콜 조사를 실시해 왔다.

에어백 사고 미국 전역 확대 지시 거부하다 역풍

그러던 중 10월 ‘살인범은 다카타였다’는 충격적 헤드라인의 기사가 미국 뉴욕타임스 1면에 실렸다. 9월 말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한 승용차 충돌사고로 2001년제 혼다 ‘어코드’를 운전한 여성이 사망했는데 에어백에서 튄 금속 파편이 사인으로 지적된 것이다. 이 차량은 2010년 리콜 신고대상이었으나 중고로 사들인 소유주는 리콜 여부를 알지 못해 부품교환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도를 계기로 미국 전역의 매체가 일제히 에어백 파열 위험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다카타는 일본계 자동차 제조사 중 처음으로 에어백을 탑재한 혼다가 1980년대부터 줄곧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업체다. 지금까지 사망사고는 혼다 차량에서만 발생했다.

끝이 아니었다. 혼다 차량의 에어백 파열 사망사고가 2014년 7월 말레이시아에서도 발생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플로리다 사망사고나 미국 남부지역의 리콜과는 별개의 에어백 결함으로 혼다는 발표와 동시에 리콜을 결정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늑장 대응에 혼다에게 또 한번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다. 혼다와 다카타가 2000년대 전반에 일으킨 에어백 불량을 은폐해왔다는 보도(양사는 부인)까지 터져 나왔다. 11월 18일 NHTSA는 미국 남부지역에서의 운전석 에어백 리콜 조사를 미국 전 지역으로 확대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이틀 후 열린 미국 상원 공청회에서 다카타·혼다 모두 이 지시에 불응했다. 혼다에 대한 미국 여론은 분노로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은 혼다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2013년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에 세계 총 판매대수(432만대) 중 40%가 미국 등 북미지역에서 팔렸다. 미국에서의 이미지 악화가 경영 기반을 흔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혼다 미국 법인은 여론을 따라 리콜 조사의 전미 확대를 주장했지만 일본 본사는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다 12월이 돼서야 NHTSA의 뜻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세 번째 실수는 NHTSA에 대한 보고 누락이었다. 미국은 차량 불량이나 결함 정보를 파악하고 조기 리콜 등에 유용하게 사용될 목적으로 ‘조기경계보고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는 사상사고나 손해배상청구 등의 정보를 3개월마다 NHTSA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혼다가 보고를 의무화한 사상 사고 중 60%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2014년 11월 드러났다. 이번 보고 누락은 제도가 적용된 2003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약 11년 간에 걸친 것이다. 혼다는 사고 데이터 입력 누락이나 컴퓨터 프로그램 담당자 실수, 보고 범위를 둘러싼 법률적 오해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혼다가 2011년 보고 누락 가능성을 파악하고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1월에는 NHTSA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북미 혼다의 쇼스텍 수석 부사장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다카타제 에어백이 파열한 사고 8건(1건은 사망사고)도 보고에서 빠져 있었다. 에어백 리콜 대응으로 비판이 높아져 있던 상황에서 혼다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결국 이토 사장이 나서 “현장 관리에 실수가 많았다. 면목 없다”고 사죄까지 해야 했다.

예전부터 혼다가 보고를 게을리했다고 지적한 미국 민간소비자 단체, 자동차 안전운전센터의 클라렌스 데토로 대표는 ‘NHTSA가 제재금의 최고액인 3500만 달러(약 42억엔)을 혼다에 부과 해야 마땅하다. 은폐가 의도적인지 확인하기 위해, NHTSA는 형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데토로 대표는 도요타 자동차 리콜 문제로 미국 상원공청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만큼 교통 행정에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미국 상원·상업과학위원회의 록펠러 위원장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민사 제재금 법정 상한을 인상해야만 한다”며 엄정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후폭풍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

혼다는 일본계 자동차 제조사 중에 가장 빠른 1982년부터 현지 생산에 나섰다. 환율 변동에 대한 내성을 높이고, 부품 조달비용을 삭감하기 위한 ‘지산지소’를 추진한 결과 2014년에 일본에서 미국에 수출한 차량은 불과 1만대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팔리는 혼다 자동차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생산된다는 얘기고, 진출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 혼다에게 미국은 적지가 아닌 사실상 홈그라운드가 됐다는 뜻이다. 혼다기술연구소 사장인 야마모토 요시하루 전무는 “우쭐해져 있었던 건 아니지만 안심했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스스로 ‘미국을 잘 알고 있다’ ‘NHTSA가 말하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방심했다”며 “이 때문에 NHTSA로부터 지적을 받아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고 반성했다. 실수의 대가와 후폭풍을 혼다가 이겨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1271호 (20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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