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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거래 공시 의무 뒷전인 대기업들 - 까짓 거 과태료 좀 내고 말지 

KT·두산·신세계 등 공시 의무 위반 ... 투자자 보호 위해 징계 강화해야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KT·두산·신세계 등 3개 대기업집단이 내부거래 공시 의무를 위반했던 사실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KT 광화문 신사옥, 두산 동대문 사옥, 신세계 충무로 사옥(왼쪽부터). / 사진:중앙포토
정부가 대기업집단의 공시 의무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대기업은 여전히 공시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 특히 내부거래 공시 의무를 위반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KT와 두산·신세계가 2011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3년 간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의무를 위반했다며 총 5억4192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하반기 이들 3곳 대기업집단 소속 108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이행 여부를 점검한 결과 13개사가 16건의 공시 의무를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다. 기업집단별로는 KT가 7개사, 8건으로 가장 많았다. 두산(4개사, 6건)·신세계(2개사, 2건)가 뒤를 이었다.

공시는 기업이 사업내용 등 주식시장에서 주가 형성과 거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를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리는 제도다. 일정 기준의 내부거래는 공시 대상이 된다. 내부거래는 기업이 숨기려고 작정하면 내부에서만 알 수 있는 정보로, 공시를 통해 시장이 감시해야 하는 부분이다. 시장경제 질서 확립에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대기업들이 솔선수범하지 못 하면서 관계당국의 징계가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T·두산·신세계에 과태료 5억4000만원 부과


공정위에 따르면 KT는 계열사인 티온텔레콤으로부터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공시는커녕 이사회 의결 절차도 밟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파수공용통신(TRS) 사업자인 티온텔레콤은 잇단 적자로 현재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다른 계열사들도 문제였다. 유스트림코리아(유가증권거래 미공시), 스마트채널(자금거래 미공시), 이니텍(자금거래 미공시), 비씨카드(유가증권거래 미공시), KT렌탈오토케어(부동산거래 미의결·미공시),KTDS(유가증권거래 미공시) 등의 KT 계열사들이 공시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잇따라 적발됐다.

두산은 계열사인 두산건설이 두산중공업의 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하면서 거래 상대방과 거래 금액 등 거래 내역을 누락한 채 공시했다. 두산중공업(상품·용역거래 미의결·미공시), 오리콤(상품·용역거래 미의결·미공시), 두산캐피탈(자금거래 미공시) 등도 공시 의무 위반으로 적발됐다. 신세계는 계열사인 에브리데이리테일이 에스엠과 상품·용역거래를 하면서 공시 법정 기한을 43일 초과해 공시했다가 적발되면서 과태료를 물게 됐다. 집단별로 KT가 2억5520만원, 두산이 2억7200만원, 신세계가 1472만원의 과태료를 각각 부과 받았다. 공정거래법 제11조의2 규정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소속된 회사는 자본금의 5% 또는 50억원 이상 규모의 내부거래(자금·자산·유가증권 등)를 할 경우 미리 이사회 의결을 거친 후 거래 상품·용역 목적과 대상·금액 등 주요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이번에 적발된 3곳은 각 계열사가 정상적으로 내부거래를 했지만 실수로 공시를 누락하는 등 절차상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KT 관계자는 “50곳이 넘는 계열사 중 규모가 작은 회사의 공시 담당자들이 부주의했거나 관련 규정을 잘 몰라서(공시 의무를) 지키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과 신세계측의 반응도 비슷하다. 계열사별로 일어난 일이며 공시 담당자의 실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계열사는 모두 국내에서도 손꼽는 대기업집단에 속한 회사로, 본사의 관리·감독이 허술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더욱이 두산의 경우 두산중공업은 임직원 수가 수천 여명인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이며, KT는 아예 본사가 티온텔레콤 주식 매입 때 미의결·미공시를 범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내부보고 등의 합리적인 업무집행 절차를 거친 내부거래였지만 공시 담당자 등의 실수로 이사회 의결 절차를 준수하지 못한 것”이라며 “향후 이사회 의결과 같은 공식적인 절차를 밟는 데 실수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직원 수가 두 자릿수인 작은 회사도 있는데 이 경우 공시 담당 인력 등 제반 여건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며 “공시 관련 교육을 내부적으로 강화하면서 재발 방지에 전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해명에도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공시 의무 위반 관행이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의 부당한 내부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매년 상·하반기에 한 차례씩 내부거래 공시 의무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그때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집단의 위반 사례가 드러났다. GS·한화·한진그룹 계열사들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24개사가 내부거래 공시 의무를 41건 위반했다가 지난해 적발돼 5억8000만원가량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2013년에는 롯데·포스코·현대중공업 소속 17개사가 과거에 25건의 내부거래 공시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적발돼 역시 과태료를 냈다. 그때마다 공정위가 내놓은 보도자료의 내용은 비슷했다. ‘점검 결과 비상장사의 위반 비율이 두드러졌다. 이들 회사는 공시 담당 인력이 부족하거나, 담당 인력이 있어도 업무를 숙지하지 못해 과실 또는 부주의로 공시 의무를 위반했다.’ 연례행사처럼 이어진 당국의 점검과 적발에도 기업들이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내부거래 공시 의무를 위반한 기업들에 대한 당국의 징계가 좀더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뒤늦게야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의 징계가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에 대한 감시나 투자자를 위한 정보 제공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공정위 점검 기간 지금보다 단축해야”

또한 공정위가 공시 위반을 점검하는 기간은 ‘과거 3년’이다. 길게는 3년 이상 적발과 징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로서는 위반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릴 때쯤 과태료를 내고, 투자자들로서는 피해를 본 다음에야 경영상의 정보를 얻게 되는 셈이다. 실제 올 초 KT 등의 내부거래 공시 의무 위반 적발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는 2011~2014년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KT가 티온텔레콤 주식을 매입하면서 미의결·미공시한 것은 2013년 5월, 두산건설이 유상증자 때 거래 내역을 누락한 채 공시한 것은 2011년 6월이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내부거래 공시를 확인한 후 일감 몰아주기 사례에 대비하거나 투자액 증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데 공시 의무 위반 사실이 몇 년 후에야 나오면 투자자들은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내부거래 공시는 최대한 신속하게 제때 이뤄져야 의미가 있다”면서 “공정위가 공시 의무 위반 여부를 점검하는 기간을 지금보다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공정위 측은 “많은 수의 기업집단들을 매년 점검할 수는 없다”며 “지금처럼 순차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정위는 2012년부터 반기별로 약 3개의 기업집단만 골라 순차적으로 공시 의무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1272호 (201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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