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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재 아띠인력거 대표 - 일상에도 사업 아이템 널렸다 

“발상의 전환이 중요” … 작게라도 일단 부딪혀봐야 


▎서울 사직동의 아띠인력거 사무실에서 만난 이인재 대표는 “일상에 집중하면 얼마든지 남이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 사진:오상민 기자
인력거(人力車). 사람을 태우고 사람이 끄는, 바퀴 달린 수레다. 많은 사람에게 생소했던 인력거를 창업 아이템으로 정했다. 지금은 인력거로 서울 북촌(재동·가회동·삼청동)과 서촌(인왕산 부근) 등을 종횡무진 누비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파랗게 도색한 세발자전거로 차양을 친 인력거를 끈다. 총 19대. 한 대당 손님 1~2명을 태울 수 있다. 인력거를 끄는 라이더(Rider)는 25명이다. 파란 후드티를 맞춰 입은 이들은 건장한 20대 청년들부터 30대 여성, 40대 아저씨까지 다양하다. 함께하는 즐거움에 웃음꽃이 핀다. 덤으로 돈도 번다. 이인재 아띠 인력거 대표(30)의 이야기다. “창업 당시 아무도 한국에서 인력거로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경험이 있으니까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은 한국에서 저밖에 없겠다고 생각했죠.”

인력거 2대로 시작해 3년 만에 19대로

이 대표는 4년 전만 해도 서울에 있는 외국계 증권사에 다니던 전도유망한 직장인이었다. 문득 회의감이 들었다. 누군가는 부러워할지 몰라도 내가 원하던 인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을 꿈꾸던 중 미국 유학 시절 처음 접했던 인력거가 뇌리를 스쳤다. 2010년에 미국 보스턴에 있는 한 인력거 업체에서 라이더로 3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즐겁게 했던 기억이 잊히지 않았다. 이 대표는 “경험해보니 회사원·학생·예술가 등 다양한 사람이 즐겁게 인력거를 끌면서 손님들과 친해져 거리 전체가 밝아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한국에서도 도시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가치 있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결국 6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나섰다. 이왕 창업할 거면 조금이라도 빨리 창업하자는 생각이었다. 2012년 7월의 일이었다.

그간 모은 돈 1000만원을 탈탈 털어 창업 자금으로 썼다. 인력거 2대를 사고 서울 원남동에 보증금 700만원, 월세 70만원짜리 창고를 마련했다. 호기롭게 인력거를 끌고 거리로 나섰지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현지화를 충실히 하면 승산이 있다고 봤지만 한국은 웬만한 도시마다 인력거가 관광상품으로 활성화된 미국과 달랐다. 반응이 시원찮았다. “이런 거 누가 타고 다니느냐, 누구 마음대로 서울에서 이런 거 타느냐며 시비를 거는 분들도 있었어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감이 잘 안 왔다. 손님들 발길은 뜸했고 2012년까지 매출이 500만원이 채 안 됐다. 창고 보증금 회수도 불가능한 액수였다.

그래도 꾸준히 했다. 잘 되리라 믿었다. 끈기 있게 버티자 곧 변화가 찾아왔다. 사업을 시작한 이듬해인 2013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예년보다 따뜻한 봄 날씨에 휴일을 맞은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3월에 인력거 4대로 하루 30팀의 손님을 태울 만큼 인기를 모았다. 재미난 인력거가 서울 도심에 나타났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매월 손님 수가 늘었다. 라이더를 증원하고 인력거 수를 늘려야 했다. 아띠인력거는 이 해에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이제 막 꽃을 피운 사업에 탄력을 받았다. 총 7000만원 규모의 정부 지원금을 확보해 사업 규모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 지금은 하루 50팀 정도가 아띠인력거로 서울 나들이에 나선다.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탄다.

이 대표는 작은 규모더라도 일단 구상했던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정부 지원의 혜택을 받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창업 전에도 미리 정부와 공공기관 등이 주최하는 창업 관련 대회에 여러 번 응모했지만 잘 안 됐어요. 추상적인 밑그림만 보여주면서 지원해달라고 한 격이니 어쩌면 당연했을 겁니다. 어떤 지원 없이도 1년만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에 우선 사업을 시작했죠. 1년간 성과가 나오고서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에 임했더니 대상 수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적극적으로 (창업 관련 대회에)참여하라? 그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이죠. 얼마나 확장 가능성이 큰 사업인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게 중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일단 작게라도 사업을 시작하세요.”

이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은 보통 정보기술(IT) 분야나 요식업 쪽으로 알아보다가 아이템이 마땅치 않다며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발상을 달리하고 일상에서 누군가 불편해하거나 필요로 하는 뭔가를 찾아내면 그게 신선한 창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띠인력거 역시 한국에서는 문화상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던 인력거를 라이더들이 친숙하게 끌면서 손님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사업을 키울 수 있었다.

“아띠인력거의 라이더들은 손님들의 말벗이 되고, 즉석에서 음악 공연을 하기도 하고, 최신 유머를 들려줍니다. 말 잘하는 손님 앞에서는 경청하는 역할도 합니다. 소비자 맞춤형 관광상품을 지향합니다. 인력거가 다니는 코스도 따로 정하지 않았어요. 손님이 잘 모르면 라이더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즉석에서 코스를 추천합니다.”

라이더와 손님이 함께하는 맞춤형 관광상품

아띠인력거는 멀리 내다보고 무료 전략도 펼쳤다. 현재 아띠인력거의 이용료는 1시간당 2만5000원, 30분당 1만5000원(이상 성인 기준)이다. 하지만 신참 라이더는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기간 동안 신참 라이더가 끄는 인력거에 오른 손님은 인력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사람을 태웠을 때 어떤 기분인지 새로 들어온 라이더들이 느끼게 훈련한다”며 “이 경우 운전이나 서비스에 미숙한 부분이 많아 손님을 공짜로 태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장 돈을 못 벌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이득이라는 판단이다. 신참 라이더로서는 일을 즐기는 것부터 배울 수 있어 능률이 오른다. 손님은 무료로 유쾌하게 인력거 체험을 할 수 있어 좋고, 입소문이 나면서 유료 손님도 늘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아띠인력거 사업 초기 손님들을 무료로 태우기도 하며 꿈을 키웠다. 미국에서처럼 팁을 받을 요량으로 “이용료는 그냥 알아서 달라”고 하자 돈을 내는 대신 커피를 사주겠다고 제안하는 손님도 있었다. 그래도 보람이 있었다. 고마워하면서 이 대표의 연락처를 알아갔다가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손님들이 생겼다. 한 피아니스트 손님은 자신의 콘서트에 이 대표를 초대해 무대 위에서 홍보할 기회를 주기도 했다. 이 대표는 “그때의 초심을 지켜 아띠인력거를 한국의 대표적 관광상품으로 키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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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2호 (201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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