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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영 영산인터네셔널 대표 - 전문 용품 특화 무차입 경영으로 고성장 

스쿼시·테니스·배드민턴 용품 수입·유통 ... 대학시절 수업 과제 계기로 사업 시작 


▎사진:전민규 기자
스포츠 의류·용품 시장은 크게 ‘스포츠 패션’과 ‘전문 스포츠용품’로 나뉜다. 스포츠패션은 일상 생활에서도 자주 입고 쓰는 스포츠 브랜드의 상품을 말한다. 이와 달리 전문 스포츠용품은 테니스 라켓이나 스케이트처럼 특정 종목의 운동에 필요한 것들이다. 전문 스포츠용품은 수요층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스포츠 의류·용품 시장은 스포츠 패션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전문가 수준의 투자를 아끼지 않는 스포츠 동호인이 늘면서 전문 스포츠용품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분야는 스포츠 의류·용품의 떠오르는 틈새시장이다. 나이키·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수요가 제한적인 이 시장에 관심이 덜한 편이다. 이들은 관련 스포츠용품을 만들더라도 직접 유통시키기보다는 현지 전문 유통 업체에 판매를 맡긴다. 글로벌 브랜드의 견제 없이 특정 운동 종목을 전담하는 전문 유통 업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승영 영산인터네셔널 대표는 “운동 종목과 아이템에 따라 트렌드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전반적인 전문 스포츠 용품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3년 간 해마다 30%씩 성장

영산인터네셔널은 최근 전문 스포츠용품 유통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주로 스쿼시·테니스·배드민턴 관련 용품을 수입한다. 특히 스쿼시 빅4 브랜드를 모두 영산인터네셔널이 들여오고 있어 시장을 90% 가까이 점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아디다스·아식스·푸마·뉴발란스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일반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해당 브랜드의 런닝·인도어·테니스 전문 용품을 취급한다. 최근 3년 동안 연 평균 30%대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성장의 비결은 종목 카테고리의 확장이다. 비인기 종목의 스포츠용품 수입 업계는 아직 대형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고 군소 회사가 난립하고 있다. 수요가 많지 않아 작은 유통 업체가 한두 개 해외 브랜드 판매만 전담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와 달리 영산인터네셔널은 여러 스쿼시 브랜드를 취급하면서 전문 수입 업체로 입지를 다졌고, 이를 바탕으로 테니스·배드민턴·핸드볼 등 다른 실내 스포츠 브랜드로 취급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이승영 영산인터네셔널 대표는 “시장이 비교적 크고 진출한지 얼마 안 된 테니스·배드민턴 용품의 매출 상승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자신감이 붙은 지난해부터는 유명 브랜드를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은 전문 브랜드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종목에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매니어층에 입소문이 난 브랜드를 일반인에게 알린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스포츠용품 업계에서는 브랜드와 유통 업체의 역할이 분리돼 있었지만, 전문 스포츠용품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유통 업체가 브랜드 마케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산인터네셔널의 또 다른 특징은 재고량 유지와 무차입 경영이다. 국내 스포츠 용품 수입 업체들은 재고를 거의 두지 않는다. 해외 브랜드의 판권을 따오면 1차 도매상에게 수입한 물건의 대부분을 보내기 때문이다. 재고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기 대문에 유통 업체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영산인터네셔널은 사내에 일정량의 재고를 남겨둔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소매점에게 부담을 주면서 물건을 넘기기 보다는 우리가 피드백을 빨리 갖고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재고 수준을 유지하고 일정량만을 도매상에 제공해야지만 시장에서 어떤 상품에 반응이 좋고 나쁜지를 빠르고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좋은 제품에 대한 선구안이 좋아진다. 이 대표는 “이제는 영업팀뿐 아니라 제품의 출입을 담당하는 물류팀에서도 잘 나갈 만한 제품을 파악할 정도로 효과가 좋다”고 덧붙였다.

대신 이로 인한 리스크는 소매로 상쇄한다. 영산인터네셔널의 전체 매출 중 30%는 소매에서 발생한다. ‘직배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직배 서비스는 상품 판매자를 영산인터네셔널이 아닌 파트너 소매점의 이름으로 기입해서 배송하는 것을 말한다. 소매점 입장에서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고객의 구매요청이 들왔을 때 자신의 이름으로 제품을 배송할 수 있어 물품 확보로 인한 창고 공간 등의 부담감을 덜 수 있다.

무차입 경영 기조도 좋은 제품을 수입하기 위한 긴장감 유지 장치다. 이 대표는 “최소 주문수량을 맞추고 10원, 100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지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경쟁력이 생긴 것 같다”며 “초창기에는 자본이 부족해 물건을 많이 가져올 수 없다는 점이 힘들었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2년 전부터는 그 어려움이 해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산인터네셔널의 이 같은 경영 방식을 보고 일부에서는 이 대표가 많은 자본금을 갖고 사업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사실 그는 빈 손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대학 시절 교양수업의 과제를 계기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제였다. 평소 스쿼시를 좋아하던 이 대표는 스쿼시 라켓을 해외 본사로부터 수입해 유통하는 데서 사업성을 찾아 과제로 제출했다. “과제로만 끝내기에 아쉬워서 직접 실행해봤어요. 지금의 해외직구 같은 식으로 라켓 네 자루를 샀죠. 3만원을 붙여 국내 경매 사이트에 올렸더니 주문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렇게 조금씩 규모가 커지면서 6개월 후에는 한 달에 100만원씩 들어오는 좋은 아르바이트가 됐습니다.”

당시 사진을 좋아하던 고등학교 동창이 제품 촬영을 도왔다. 지금의 전영민 영산인터네셔널 공동대표다. 이후 둘이 자본금 3억원을 모아 사업자등록을 한 게 영산인터네셔널의 시작이다. 이 대표는 “당시는 거의 없던 온라인 판매로부터 시작한 것이 국내 유통 업체의 맹점을 파악하고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 스포츠용품 멀티숍 만들 것”

이 대표는 “앞으로도 새로운 종목으로 전문 스포츠용품 수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특정 종목의 전문 스포츠용품을 한 자리에서 찾을 수 있는 멀티숍을 구상 중이다. 또 스포츠패션시장으로의 진출이나 자체 브랜드 개발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결코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 단계 씩 넓혀가는 것은 좋지만, 지금 하는 것이 잘 안돼서 다른 것으로 넘어가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유통 업체가 자체 브랜드를 만들다가 정체성을 잃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 사업을 잘 유지하면서 다음 단계를 밟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1277호 (201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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