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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워 피플(83) 펑레이 중국 샤오웨이금융그룹 대표 및 알리바바그룹 최고인사책임자 - 온라인 금융산업 이끄는 마윈의 후계자 

알리바바 창업공신인 ‘18인의 나한’ 출신 … 알리페이 대표 지낸 여성 경영인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펑레이(42)는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다. 알리바바그룹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 경영인으로 통한다. 그룹에서 가장 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는 미래 동력인 금융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다.

펑레이는 2010년에서 2013년 2월까지 알라바바의 자회사로 온라인 결제 플랫폼을 운영하는 알리페이의 대표를 지냈다. 중국판 페이팔로 불리는 알리페이는 알리바바가 뉴욕에서 상장하는 데 결정적인 힘이 됐다. 알리페이는 제3자 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닷컴을 운영한다. 2013년 3월 알리바바그룹에서 독립된 인터넷 금융사업 업체인 샤오웨이금융그룹의 대표를 맡았다. 지난해부터는 알리바바그룹의 최고인사책임자(CPO, 중국어로는 수석 인재관)를 겸하고 있다. 기업문화 발전도 함께 맡고 있다.

중국 밖에선 마윈 회장이 잭 마(Jack Ma)라는 영어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는데, 펑레이는 루시 펑(Lucy Peng)이라는 영어 이름으로 알려졌다. 1999년 마윈과 함께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초기 창업자를 가리키는 ‘18인의 나한’ 중 한 명이다. 이 숫자는 나중에 27명으로 늘어났다.

펑레이는 마윈에 비해 외부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미래 사업인 금융과 그룹의 인사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그룹 내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마윈의 후계자로 전망되기도 한다. 사실 마윈은 2013년 3월 알리바바 CEO에서 물러났다. 매일매일의 경영업무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혜안이 필요한 그룹의 미래 개척에 몰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일을 세 명에게 나눠줬다. 재무는 수석재무관인 차이 총신 부회장에게 맡겼다. 차이 부회장은 그룹의 재무 전문가다. 알리바바의 일상적인 경영은 루자오시 당시 최고 데이터책임자에게 넘겼다. 그리고 펑레이에게는 그룹의 미래산업인 금융을 책임지게 했다. 거기에다 인사까지 함께 맡긴 것이다. 꼼꼼한 관리자 형인 루자오시에게는 알리바바를,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펑레이에게는 샤오웨이를 맡겨 알리바바그룹의 미래 리더 경쟁을 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알리바바는 마윈의 독주체제가 아니라 마윈을 정점으로 하는 집단경영체제에 더 가깝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 공산당의 집단지도체제와 가깝다는 평이다. 마윈의 부인인 장융 전 최고운영책임자, 우웨이 전 최고재무책임자, 왕젠 최고기술책임자, 사오샤오펑 위험관리책임자, 펑이제 부사장 등이 일을 나눠 맡았다. 알리바바는 이들은 ‘동업자(Partner)’로 부르고 있으며 알리바바 경영 방향은 동업자의 합의에 의해 정해진다고 설명한다. 이는 경영권 방어에도 유리하다. 마윈 회장이 8.9%, 차이충신 부회장이 3.6%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공개했지만 다른 임원의 지분은 밝히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소프트방크 소유주인 손마사요시 회장이 34.3%, 중국계 미국인인 제리양의 야후가 22.5%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외국인 비율이 높은 것은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집단경영체제로 돌파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집단 지도체제 내에서 사실상 두 명으로 압축된 후계 집단에 펑레이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룹의 후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

펑레이가 맡고 있는 샤오웨이금융그룹은 단순한 업체가 아니다. 알리바바의 미래로 통한다. 알리바바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온라인 결제서비스 업체인 알리페이를 여기에 편입시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알리페이의 위력을 잠시 살펴보자. 한국은 불과 얼마 전까지 사이언스픽션(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정보기술(IT) 선진국의 하나였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휴대전화, 그것도 대부분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전철이든, 버스든, 커피숍이든, 공원이든 자리에 앉기만 하면 와이파이나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하는 건 약과다. 그 정도는 이미 전 세계 공통의 풍경이 돼버렸으니 말이다. 더한 것은 이 같은 IT가 실생활과 결합한 융·복합 기술이 넘친다는 점이다. 예로, 전철이나 버스 정류장에는 다음에 도착할 전동차나 버스가 몇 분 뒤에 도착하는지가 정확하게 전광판에 안내된다. 심지어 관련 앱을 이용하면 가고 싶은 곳까지 갈 수 있는 최적 모드가 안내되는 것은 물론 그곳으로 가는 전철이나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심지어 전철을 환승할 때는 어느 출구로 나오면 갈아탈 승강장으로 가장 빨리 연결되는지까지 다나올 정도이니 말이다. 작은 나라나 작은 도시 출신의 외국인은 물론 선진국의 대도시에서 온 외국인까지 한국의 생활밀착형 융·복합 IT시스템에 열광했다.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 교통카드로 전철·버스에 택시까지 티머니카드나 교통카드를 이용하면 원터치로 요금을 낼 수 있는 결제시스템이다. 택시를 제외하면 서로 환승까지 가능하다. 교통카드는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전국적으로 통용된다. 공항에 도착한 외국인들은 이 간편한 대중교통 시스템에 열광한다.

그런데 이번 설날 연휴에 한국인들은 전국적으로 놀라운 현상을 목격했다. 설 연휴를 이용해 한국을 찾은 ‘춘절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 중국산 IT 이기를 사용하고 있어서다. 그것은 중국의 모바일과 전자결제 서비스 인 알리페이에 한국의 티머니 교통카드 시스템이 결합한 ‘알리페이-티머니카드’였다. 이전까지 중국인은 현찰을 선사하는 국민으로 유명했다. 한국을 여행하는 요우커들은 한국돈을 환전해 쓰는 게 주류였다. 중국 최대 신용카드인 은련카드(유니언페이)를 사용하는 사람도 증가세이긴 했다. 그러던 것이 갑자가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건너뛰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인터넷 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 앱이나 알리페이와 연계된 충전식 선불 카드로 한국에서 돈을 쓰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카드 시대에 머물고 있는 데 비해 요우커들은 알리페리 전자지갑을 들고 한국을 누비고 있는 셈이다.

중국인 8억명 알리페이에 가입


▎알리페이에 가입한 요우커들은 국내 면세점에서 알리페이 앱 바코드만 보여주면 바로 결제할 수 있다.
한국인이 교통카드를 쓰는 것과 아무런 차이 없이 전철과 버스에서 카드 할인은 물론 환승 할인까지 받는다. 대중교통은 물론 면세점 쇼핑에도 중국산 전자지갑의 위력이 여지없이 발휘된다. 스마트폰에서 알리페이 앱만 열면 바코드로 결제가 되는 것이다. 심지어 그동안 공항에서 긴 줄을 서야 했던 세금 환급도 간단하게 해결된다. 영수증에 휴대폰 번호만 써서 제출하면 알리페이 계정으로 환급액이 입금되는 시스템이다. 알리페이가 2014년 말 한국스마트카드와 협약을 맺고 외국인용 알리페이-티머니 카드를 만들어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도록 한 결과다.

현재 13억 중국인 중 8억명이 알리페이에 가입돼 있다. 이 중 2억명이 모바일로 알리페이를 사용한다.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핀테크(금융+기술의 합성어)의 거물이다. 중국에서는 물론 바다를 건너서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 서비스와 혜택을 개발하고 있어 앞으로 힘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한국의 핀테크시장도 알리페이가 선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모바일 결제 플랫폼 시장은 지난해 기준 사용자 2억1700만명, 사용액 7조7660억 위안(약 1363조원)에 이른다. 중국 IT의 위력이다. 동시에 펑레이의 경영 성과다.

펑레이는 알리페이의 성장과 함께후계자로 더욱 유리한 위치에 올랐다.마윈 회장은 2013년 펑레이에게 금융을 맡기면서 루자오시 알리바바 CEO에게는 알리바바의 자체 SNS인 라이왕 사업을 키울 것을 주문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텅쉰(텐센트)의 웨이신(모바일 메신저)에 대응하라는 지시다. 텅쉰은 알리바바의 최대경쟁자로 통한다. 그런데 펑레이가 승승장구한 데 비해 루자오시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올해 춘제(설)를 앞두고 벌인 ‘훙바오(세뱃돈을 담는 붉은 봉투) 전쟁’에서 알리바바가 밀렸다. 텅쉰은 웨이신의 모바일 결제 플랫폼인 차이푸퉁(텐페이) 서비스를 통한 모바일 세뱃돈 서비스를 개시해 출시 24시간 만에 사용자 500만명, 발송 7500만건, 수취 2000만건의 성과를 거뒀다. 모바일 훙바오 서비스로 전통적으로 현찰을 선호하는 중국인의 세뱃돈 문화까지 바꿔놓은 것이다. 일격을 당한 마윈은 “진주만 공습을 당했다”고 한탄하며 알리페이를 통해 연예인이 10억 위안(1752억원)의 훙바오를 나눠주는 이벤트로 반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텅쉰 측이 웨이신에서알리페이 사용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를 통한 자체 SNS망을 확보하지 못한 알리바바로서는 땅을 칠 노릇이다. 라이왕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루자오시가 눈총을 받을 상황이다.

알리바바 고속성장에 큰 기여

펑레이는 지난해 최고인사책임자를 맡은 이래 인재 발굴과 교육, 그리고 문화발전 전략을 맡고 있지만 그의 주특기는 새로운 사업을 벌여 이를 강력하게 추진해 궤도에 올려놓는 일이다. 그의 경력이 이를 말해준다. 1994년 항저우 상학원 기업관리계를 졸업한 그는 창업 초인 1999년 알리비바에 합류했다. 자본금 50만 위안의 중소벤처기업으로 시작한 알리바바에서 펑레이는 500위안의 저임금을 받고 한끼 3위안 짜리 밥을 먹으며 성공의 꿈을 키웠다. 마윈과는 ‘조장지동지’인 셈이다.

알리바바에서 인력자원 담당 부사장과 시장 담당 부사장 겸 서비스 담당 부사장을 지내며 능력을 발휘했다. 그러면서 마윈의 신임을 얻었다. 특히 B2B로 출발한 알라바바를 C2C와 B2C 등 다양한 전자상거래 사이트로 확장하는 작업을 주도해 공을 세웠다. 결정적인 것은 2010년 알리페이 창업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결제사이트를 가진 것은 알리바바의 최대 장점으로 통한다. 알리바바에 근무하면서 무명의 벤처기업을 중국 최강의 인터넷 상거래 업체이자 온라인 결제 업체로 키우는 데 기여했다. 알리바바의 고속성장의 배경에 펑레이가 있는 것이다.

펑레이가 맡고 있는 샤오웨이금융그룹은 짧은 시간 안에 중국 최대의 온라인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중국 금융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이용자가 6억1500만명에 이른다. 대부분 소액 예금주와 소액 대출고객이다. 영어로 ‘개미 금융’으로 불린다. 수많은 이용자가 모여 끈끈한 유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중국판 페이팔로 불리는 알리페이를 마이크로 금융으로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알리페이는 최근 전자지갑인 유에바오를 개발했다. 모바일 금융결제서비스다. 모바일 시대에 맞춰 발 빠르게 진출한 것이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유에바오 시장은 400억 달러 규모에 4900만명의 고객을 두고 있다. 보험 업에도 진출했다. 최근 ‘마이뱅크(MYbank)’라는 이름의 금융 업체도 만들었다. 샤오웨이금융그룹은 별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상장될 경우 25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 정도의 엄청난 가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된다면 알리바바에 이은 또 다른 상장 신화를 이루게 된다.

평레이는 알리바바의 초기 멤버인 순퉁위의 소개로 알리바바에 합류했으며 그와 결혼했다. 하지만 순퉁위가 2008년 알리바바를 떠나면서 일시 이혼했다가 재결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선적이고 열정적인 성격으로 알리바바의 창업주인 마윈의 오른팔로 알려졌다.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사이트로 평가되는 알리바바는 온라인 결제, 나아가 모바일 결제와 금융산업으로 중국 경제계의 새로운 거물로 자리잡고 있다. 그 배경에 펑레이가 자리 잡고 있다.

1276호 (201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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