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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고속 매각 난항 - 그룹 재건 박삼구 회장 채권단 견제에 멈칫 

해마다 500억대 영업이익 내는 알짜 회사 ... 그룹 모태 기업이란 명분도 달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사진:중앙포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태 기업인 금호고속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산업 등을 통해 금호고속 지분을 되사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금호산업 채권단이 견제하고 나섰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으로 구성된 금호산업 채권단은 3월 1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서 운영위원회를 열어 금호산업의 금호고속 인수 참여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산업은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인데 금호고속 인수에 나선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금호산업이 최대주주인 채권단과의 긴밀한 상의 없이 인수에 나서려 하기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앞서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3월 9일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사모투자펀드(이하 IBK펀드)에 공문을 보내 IBK펀드가 가진 금호고속 지분 100%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 인수의 주체로 금호산업 등을 내세웠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권을 되찾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IBK펀드에 보낸 공문에서 금호고속 인수 주체로 그룹 계열사인 금호산업(20%)과 아시아나항공(25%), 금호터미널(25%), 금호고속 우리사주조합(30%)을 적시했다. 하지만 금호산업 채권단은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금호산업이 헐값에 박 회장과 그룹 측에 되돌아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채권단의 다른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금호고속 인수에 뛰어들어 현금자산이 유출되면 차후 매각 금액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 수혜는 고스란히 박 회장에게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호산업 현금 800억 이상 투입 가능성


▎금호고속의 고속버스가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금호고속은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는 알짜 회사로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다시 사들이려 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IB 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IBK펀드 측에 금호고속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와 함께 제안한 인수 금액은 4200억원 정도다. 올 2월 IBK펀드가 그룹 측에 제시했던 매각 가격(4800억원)에서 금호고속이 보유한 금호리조트 지분의 환산 금액은 제외됐다. 그룹 측이 밝힌 대로 금호산업이 이 금액의 20%를 부담한다면 840억원가량의 현금이 인수 자금으로 투입된다. 현재 금호산업 지분 57.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금호산업 채권단이 반발하는 이유다. 금호산업의 기업가치가 지금보다 떨어져 매각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4월 중에 금호산업 매각 본입찰을 실시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측은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기업이 투자에 나서기 위해서는 채권단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고 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채권단의 반발에도 금호고속 인수는 정상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채권단과는 사전에 의논이 잘 안 됐던 측면이 있기에 채권단이 향후 어떻게 나설지 지켜봐야 하는 단계”라면서도 “금호고속의 인수는 꾸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고속 인수에 적극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명분이다. 지난 1948년 설립된 금호고속은 광주 등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태 기업이나 다름없다(금호고속의 전신은 1946년 고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가 설립한 광주택시). 광주여객자동차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해 1961년 전남여객자동차를 인수하면서 고속버스를 통한 여객운수사업 확장에 나섰다. 이후 호남 일대 고속버스업체들을 연이어 인수하고 경부선과 호남선 고속버스 사업 인가를 획득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2012년 금호고속을 금호산업에서 분리, IBK펀드에 매각하면서 경영권을 잃었다. 박 회장으로서는 금호고속을 되사들여 부친인 창업주의 유지를 다시 한 번 받드는 한편, 몰락한 그룹을 본인 손으로 재건하겠다는 책임경영 강화 의지를 대내외에 드러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실리다. 금호고속은 매년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 알짜 회사다. 2012년 506억원, 2013년 522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할 만큼 실적이 꾸준했다. 금호고속은 지난해 기준 국내 고속버스 시장 점유율이 38%로 2위 기업과 10%대 격차가 있을 만큼 독보적이다. 지난해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졸업 등으로 그룹 재건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여전히 그룹 내 수익창출원이 부족한 금호아시아나로서는 금호고속의 안정적인 수익성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박 회장 개인으로서도 꿈에 그리던 재기 가능성을 키운다는 의미가 있다.

‘금호리조트 지분은 인수 대상서 제외’ 제안


금호아시아나그룹과 IBK펀드는 3월 안에 구체적인 금호고속 매각 관련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금호아시아나 측이 제안한 조건부 인수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IBK에 보낸 공문에서 ‘금호고속이 보유한 금호리조트 지분 48.8%는 인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건을 내건 바 있다. 이에 대한 합의는 비교적 원만히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이 2012년 금호고속 매매 당시 체결한 계약서에 이미 ‘미매각 자산은 후순위 채권자를 대상으로 현물 배당한다’는 조건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이 후순위 출자자인 가운데, 금호리조트를 제외한 금호고속 매각이 진행되더라도 그룹 측은 금호터미널을 통해 미매각 현물인 금호리조트 지분과 원금을 챙길 수 있다.

문제는 금호리조트 지분을 인수 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박 회장과 그룹 측이 금호고속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제대로 조달할 수 있느냐다.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선언하며 금호산업에 이어 금호고속 인수에까지 나서면서 막대한 자금을 동시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호산업 인수전의 경우 애당초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롯데그룹과 애경그룹 등 ‘큰손’들이 입찰에서 빠지고 신세계그룹도 인수의향서(LOI) 접수 후 입찰 참여 의사를 철회했지만 호반건설 등 5개 업체가 입찰적격자로 선정됐다. 매각 가격이 8000억원 이상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두 회사 매입에만 1조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박 회장과 그룹 측이 우선매수 청구권을 통해 두 회사 인수에 가장 유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를 품기까지 자금 압박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할 경우 IBK펀드는 금호고속을 시장에 내놓고 매수자를 새로 물색하게 된다.

※우선매수청구권 - 공유 지분의 매각 시 기존 공유자가 우선적으로 매수하기를 청구할 수 있는 민사 집행법상 권리.

1278호 (201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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