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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평 쏟아지는 ‘애플워치’ - 혁신은 사라지고 비싼 가격만 남아 

성능·디자인 모두 기대에 못 미쳐 … 개인정보 과다 노출 우려도 


▎애플은 3월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스마트워치 ‘애플워치’를 공개했지만 혹평이 잇따르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애플이 3월 9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스마트워치 ‘애플워치’를 공개했다. 1차 공식 출시는 4월 24일(미국·일본 등 9개국)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주요 외신과 정보기술(IT)전문가들의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실망스럽다’ ‘기대만 못하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애플은 사람들이 애플워치를 왜 사야만 하는지 전혀 설명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성능이 기대만 못하다는 것이다. 애플의 전통적 강점으로 꼽히던 디자인 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로이터는 ‘패션 업계는 애플을 단순한 IT기기로 여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체 어땠기에 혹평 일색일까. 미국 경제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IT전문가들의 평을 소개하며 애플워치를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세 갈래로 제시했다. 첫째, 실망스러운 배터리 지속 시간이다. 마켓워치는 제임스 맥퀴베이 포레스터리서치(시장조사 기관)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배터리 지속 시간이 18시간에 불과한 점을 지적했다. 하루가 24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신제품을 사자마자 전원만 켜둔 채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하루 1회 이상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음악을 연속으로 재생하거나 쉬지 않고 통화하는 등 사용량이 많을 경우 배터리 지속 시간은 4~8시간 내외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몇 년 사용하면서 배터리 방전이 진행될 것까지 감안하면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다.

앞서 애플은 지난해 9월 처음 애플워치를 발표했지만, 실제 출시는 계속해서 미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뒷말이 무성했다. 애플워치의 디스플레이 덮개로 채택된 고강도 사파이어크리스털의 공급이 어려워서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그러나 제품 자체의 완성도가 높지 않아 애플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첫 발표 때 애플이 기자들에게 공개한 애플워치는 데모 화면만 드러냈을 뿐 정상적인 기능 체험은 불가능한 ‘깡통워치’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애플워치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배터리 지속 시간 4~8시간에 그칠 수도


당시 애플워치의 배터리 지속 시간도 그 ‘준비되지 않은’ 일면으로 해석됐다. 이때 애플은 배터리 지속 시간이 완충 때 하루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때도 애플이 배터리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거나, 혹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출시 결정을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결국 당시로부터 6개월이나 지나 애플워치 완제품을 공개하고 출시 날짜를 확정했음에도 이 문제에 대한 보완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애플워치의 배터리 지속 시간이 이틀일 것이다, 사흘일 것이다, 1주일일 것이다’라며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은 ‘깡통워치’로 소개됐을 때와 달라진 바가 없었다.

둘째, 단순한 기능이다. 애플워치는 사람들이 스마트워치에 걸었던 기대만큼 스마트하지 않았다. 마켓워치는 애플워치가 사용자의 운동(피트니스)에는 도움을 주지만 건강관리(헬스케어)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기능만 갖춘 점을 지적했다. 예컨대 애플워치에는 사용자의 걸음 수와 심박 수 등을 측정하는 기능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식품의약국(FDA)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되는 단순한 기능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맥퀴베이 애널리스트는 “이미 기존에 선보인 스마트워치들에 있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기능”이라고 비판했다.

애당초 탑재될 것으로 전망됐던 스트레스 수치 확인 등의 건강관리 기능은 포함되지 않았다. 애플이 건강관리 기능을 단순화한 데는 기술적인 문제와 미국 정부 승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IT전문 매체인 씨넷은 지난 2월 한 기사에서 ‘애플워치로 피부에 흐르는 전기를 측정해 스트레스 수치를 확인하는 기능은 착용자의 팔에 털이 많거나 피부가 건조한 경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웨어러블 기기의 대명사인 스마트워치가 사용자 건강관리 기능을 갖춘 차세대 건강관리 수단으로 꾸준히 부각된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물이다. 이밖에 애플워치에 탑재된 ‘디지털터치’ 기능도 이미 동영상을 사용자들끼리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기술까지 나온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이라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셋째, 개인정보 과다 노출 가능성이다. 마켓워치는 애플워치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과하게 노출돼 타인이 이를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이 처리하는 데이터의 양이 일반 스마트폰보다 많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노출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특히 사용자의 생체 정보가 수집되기 때문에 다른 불순한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람 신레히 미국 러트거스대 교수는 “만일 애플이 당신보다 당신에 대해 더 많이 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국제정보시스템감사통제협회(ISACA)는 애플워치 사용자들이 데이터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네 가지를 유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우선 공유할 정보를 신중하게 선택하되 공유 수준을 통제할 수 없는 앱이나 기능의 사용은 자제하라는 것이다. 또 애플워치로 애플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이용한다면 애플페이가 표시하는 은행 계좌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애플워치는 사용자가 기기를 착용하고 있을 때만 애플페이를 통한 결제를 승인하고, 사용자가 기기를 몸에서 떼면 자동으로 기능이 멈추지만 금융권이나 유통업계에서는 아직 이 같은 신기술을 차근차근 받아들이고 있는 단계다. 아울러 ISACA는 애플워치 업데이트를 항상 최신 상태로 유지해야 하며, 애플워치의 업데이트 정보가 실시간 화면에 뜰 때 다른 누군가가 들여다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능 대비 가격은 지나치게 높아

이러한 문제들 외에 소비자 입장에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비싼 가격이다. 애플이 발표한 애플워치 가격은 최하 349달러(약 38만4200원, 스포츠버전)에서 최고 1만7000달러(약 1871만7000원, 골드에디션)다. 총 20가지 모델로 399달러, 549달러, 599달러, 649달러, 699달러, 749달러 등 다양한 가격대로 구성됐고 549달러(약 60만4400원)짜리가 기본형이다. 기존 스마트워치보다 비싼 가격이다. 18K 금 재질의 최고가 모델도 비슷한 가격대의 일반 명품 시계에 비해 사치품으로서의 경쟁력이 있는지 회의적이다. 블룸버그는 ‘비슷한 제품임에도 비싼 경우라면 특별한 기능과 차별화된 디자인이 있어야 하지만 애플워치는 특별할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혜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워치에는 스마트폰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서비스가 없다”며 “애플이 차별화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애플워치에 대한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기대치가 높았지만 기능면에서 ‘아이폰 6’나 앞서 출시된 스마트워치와 차별성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애플워치 1세대 보다 문제점들이 보완될 것으로 예상되는 2세대 모델의 출시를 기다리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1279호 (201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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