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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만큼 논란 많은 안심전환대출 - “나는 왜 안 되나” 불만 가득 

제2금융권·LTV 재산정자 · 고정금리 대출자 제외 ... 금융당국 수요 예측도 실패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3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은행 본점에서 안심전환대출 가입 희망자가 상품설명서에 개인정보를 기입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시간당 5000억원, 하루 평균 4조원이 나갔다. 3월 24일 등장한 안심전환대출 얘기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예상한 1년치 운영 자금 20조원은 불과 일주일 만에 바닥을 보였다. 예상 못한 대출 광풍에 금융당국과 시중은행, 일반 금융 소비자 모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안심전환대출은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2%대의 저금리 주택대출로 바꿔주는 금융상품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고금리에 시달리는 서민을 돕고 부동산 대출 시장 안정화를 돕기 위한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상품이 등장한 직후부터 문제가 속속 튀어 나오고 있다. 대출 길이 막힌 제2금융권 이용자들의 불만이 크다. 집값이 하락한 대출자도 이용이 어렵다. 고정금리 대출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데다 금융당국의 수요 예측 실패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제2금융권 대출자 100만명 제외

안심전환대출 열풍이 불던 날, 제2금융권에선 차별 이야기가 나왔다. 새마을금고·저축은행·단위농수축협·신협 이용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로 은행 대출이 어려운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 등이다. 신용등급이 낮다 보니 은행보다 3.5% 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로 부동산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안심전환대출 대상자에서 2금융권 대출자들을 제외했다. 원금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전산 등 기술적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제2금융권 홈페이지와 콜센터엔 항의가 빗발쳤다. 은행 문턱을 못 넘어 밀려왔는데 여기서도 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이다. 서민을 위한 금융상품이 정작 서민에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2금융권 관계자는 “1년 이상 성실히 이자를 갚은 제2금융권 이용자들이 차별 받을 이유가 없다”며 “금리 조정이나 보수적인 고객평가 과정을 통해 안심전환대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125조원이다. 이 중 고정금리이거나 이자만 내는 고객은 약 100만명에 달한다. 안심전환대출 실수요자 상당수가 혜택에서 제외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연체 없이 성실하게 갚아 나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저금리 주택대출로 갈아탈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면서 “안심전환대출 대상을 더 넓히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존의 고정금리, 분할상환 방식의 대출자들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고정금리 대출자보다 낮은 이자를 물고 있는 변동금리 대출자들은 더 싼 고정금리의 대출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고정금리 대출자는 계속 높은 고정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특히 지난 수년 간 정부는 고정금리 대출을 적극 장려해왔다. 정부 금융정책을 충실히 따른 사람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당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의 입장은 명확하다. 안심전환대출은 가계부채 구조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있기에 기존 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자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동산 대출자 15명 중 1명 혜택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관련 논란도 있다. LTV를 다시 산정한 다음 차액을 갚아야 안심대출로 전환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중 대출 집행 후 집값이 내려가 LTV 70%를 초과하는 대출 잔액은 2014년 6월 기준으로 12조5966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담보 대출자 약 7만9000명의 안심전환대출 길이 막힌 셈이다.

LTV 재산정으로 인한 대출 일부 상환과 관련해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이 아닌 채무조정 적격대출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채무조정 적격대출은 안심전환대출처럼 고정금리다. 하지만 연 3.01(10년 만기)∼3.96%(30년 만기)로 안심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편이다. 금융당국이 현장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상품을 준비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의 수요예측 실패도 도마에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약 300조원에 이른다. 금융당국이 준비한 20조원은 전체의 6% 수준이다. 부동산 대출자 15명 가운데 1명꼴로 혜택을 받는다. 공급이 적고 수요가 많은 상황이다. 마음이 급해진 대출자들이 은행에 장사진을 이룬 배경이다.

안심전환대출 총 한도인 20조원이 바닥을 보이자 정부는 한도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서둘러도 3개월 내에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도 확대를 위해선 우선 주택금융공사의 자본금을 확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직접 재정으로 자본금을 늘리거나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주택금융공사에 추가 출자해야 한다. 이는 주택금융공사 법 개정 사항이라 국회 통과에 시간이 걸린다. 심리적인 요인도 있다. 이미 시중에선 고정금리 상품 선택이 급감했다. 다음 안심전환대출을 기다리며 아예 변동금리 상품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계속되면 가계부채 구조 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2차 판매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뤄진다 해도 최소한 몇 달 후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안심전환대출은 1089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상품이다. 이자만 내다가 나중에 원금을 한번에 갚기엔 대출자의 부담이 크다. 저리 대출로 옮겨 이자 부담을 줄이며 원금을 함께 갚도록 정부가 나선 이유다. 취지는 좋았다. 실제로 혜택을 본 사람들도 상당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나며 정책의 의미가 퇴색했다. 출시 일주일 만에 대출한도에 도달해 재원 확대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이 아닌 제2금융권 대출자의 불만이 커졌고 고정금리 채무자 사이에서 형평성 논란도 일었다. 금융권에선 ‘상품 설계 때 고민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많다. 수요 예측에 실패하고 수혜 대상을 잘못 고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올 초 금융당국과 회의할 때 은행권에서 서민을 타깃으로 한 상품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한테 대출을 내줄 수 없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이 완강했다”고 전했다. 논란에 대해 금융당국은 “정책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며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1279호 (201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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