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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의 경쟁자들 - 저유가보다 셰일가스가 무섭다 

유가 하락으로 절감한 비용 신재생에너지에 투자 … 대체에너지의 대체에너지원 평가 


▎셰일가스는 태양광 사업의 존립을 좌우할 가능성을 가진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태양광은 대체에너지원으로서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아직은 태양광의 존립을 위협하는 경쟁자들이 도처에 있다. 구관이 명관이라 했듯이 기본적으로는 석유나 원자력이 가장 막강한 경쟁자다. 우선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던 태양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가가 지금처럼 낮다면 굳이 값비싼 신재생에너지원인 태양광을 찾지 않아도 되기에 그 필요성이 떨어지고, 수요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유가 하락과 맞물려 태양광 발전의 토대인 셀(태양전지)의 기본 원료가 되는 폴리실리콘 가격도 올해 3월 넷째 주 들어 kg당 16달러대까지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최근 21개월 사이 최저치다.

폴리실리콘 가격 정보를 전달하는 피브이인사이트닷컴에 따르면 폴리실리콘 값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하루 생산량 3000만 배럴을 유지하기로 합의한 지난해 11월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 셀과 모듈(셀을 조립한 판) 등 다른 태양광발전 기초 소재의 가격 하락도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한때 석유의 대체재로 주목받던 석탄가스도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 이후 유가가 하락하면서 관심권에서 멀어졌다”며 “태양광이 아직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어 각국이 (유가 하락으로) 태양광에 대한 투자를 줄이기로 결정할 경우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간 어려운 업황에도 견뎌온 태양광 업계의 희망봉이나 다름없던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 신재생에너지원을 통한 발전 단가와 전통적인 화석연료를 통한 발전 단가가 같아지는 지점)’ 달성 시점이 저유가 여파로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유가가 떨어지면 천연가스나 유연탄, 난방유 등의 각종 에너지원 가격도 같이 하락해 발전 단가가 그만큼 낮아 진다. 석유만이 아니다. 안전 문제로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되는 원자력 또한 아직은 존재가치가 분명해 태양광이 파고들 틈이 작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유가 하락으로 태양광 사업 지원 줄어들 수도

태양광의 성장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전문가들은 여러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태양광을 비롯한 대체에너지원이 원자력을 대체할 순 없다”고 주장한다. 세계원자력협회(WNA)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에너지 중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1%.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는 435기에 이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9월 기준 전체 발전량의 30.4%가량을 원자력에 의존했다. 같은 기간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원이 차지한 비중은 3.1%에 불과했다. 신재생에너지가 당장에 원자력을 대체하려면 지금보다 규모 면에서 10배는 더 성장한 상태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또 “안전성 같은 모든 위험요소를 잊고 싶게 할 만큼 원자력의 장점은 뚜렷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발전 단가가 매우 저렴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의 생산단가는 2013년 기준 1킬로아트아워(KWh)당 약 39원으로, 안전상 문제로 ‘탈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이 대안으로 내세우는 신재생에너지 생산단가(121.7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석유나 석탄의 경우 원자재 가격 변동이나 수급 상황에 따라 에너지 공급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 태양광 발전은 자연에 의존하는 만큼 날씨나 지형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수력이나 풍력 발전도 마찬가지다. 24시간 가동과 안정적 에너지 수급이 가능한 에너지는 원자력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다양한 이유 때문에 세계 원전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원전 사고와 탈핵 목소리에도 신흥국을 중심으로 원전 도입을 늘리고 있어서다. 세계에너지기구(IEA)는 2040년 세계 원자력 발전량이 지난해보다 60%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원자력 발전량의 80%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미래에는 신흥국들이 그 뒤를 이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에너지임에도 결국 ‘원자력 만한 에너지는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나 전망에도 태양광 시장이 지금보다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는 꾸준하다. 원자력은 무엇보다 안전성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 1986년 러시아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이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에 대한 경계심이 그만큼 커졌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 독일은 당시 가동 중이던 17기의 원전 중 8기를 그 해 폐쇄했고, 나머지 9기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태양광 등을 더 적극 활용해 원자력을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독일은 태양광 발전으로 지난해 기준 연간 31기가와트아워(GWh) 규모의 전기를 생산할 만큼 태양광을 잘 활용하고 있는 국가다. 1GWh는 약 33만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전기량이다. 태양광만으로 1000만이 넘는 가구가 1년 동안 전기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독일 내 태양광 발전 시설은 150만여 곳에 달한다. 독일이 모범사례로 잘 자리잡을 경우 이를 뒤따르는 국가들도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

생산단가로 따지면 원자력이 가장 유리


원자력이 값싼 에너지라는 생각은 틀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자력 발전으로 생겨나는 막대한 양의 폐기물 때문이며, 이를 처리하는 데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노후한 원자로를 폐쇄하는 데도 만만찮은 비용이 든다. IEA에 따르면 2040년까지 폐쇄해야 하는 원자로는 200기가 넘는다. 이들 원자로를 없애는 비용만 1000억 달러(약 109조원)가량이 될 것으로 IEA는 전망했다. 이런 비용까지 고려하면 단순히 값싼 원자력 발전 단가만 생각하는 데는 오류가 있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태양광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진다는 분석이다.

세계 각국에서 갈수록 엄격하게 환경 규제에 나서고 있으며, 기술력 향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수요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 등은 온실 가스 감축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지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낮아지는 만큼, 각국이 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분야에서 늘어난 투자 여력을 여기에 집중할 경우 저유가가 태양광 등에는 악재가 아닌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애너 아민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사무총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기감을 가진 신재생에너지 업계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질적 변화를 도모했다”며 “2009년 이후 패널 가격이 79% 떨어지고 발전소 설치 비용도 지난 5년간 꾸준히 감소하는 등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저유가가 태양광산업의 성장에 별 영향을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과 맞닿는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현재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석유 화력 발전의 비중은 5% 정도에 불과하다”며 “태양광 등과는 경쟁 관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유가 하락이 신재생에너지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가의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오히려 안정적인 친환경 에너지원 확보가 더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일본 등 셰일가스 효과 기대

실제로 IEA는 2012년 4807테라와트아워(TWh) 규모였던 세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020년에는 7263TWh, 2040년에는 1만3229TWh로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EA는 보고서에서 ‘2014년부터 2040년까지 신설 발전 설비의 약 60%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설비일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5.3%씩 성장해 최대 전력원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수출입은행도 최근 보고서에서 ‘저유가에도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전 세계 투자액은 3100억 달러(약 372조원)로 201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올해도 이런 기조가 이어져 투자액이 전년 대비 20%가 증가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고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봤을 때 태양광의 진정한 경쟁상대로 석유나 원자력이 아닌 다른 대체에너지원을 살펴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가진다. 그중 하나가 최근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셰일 가스다. 셰일가스는 ‘대체에너지의 대체에너지원’으로 불릴 만큼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이정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셰일가스 등장으로 태양광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이전보다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셰일가스는 예전에도 그 존재가 확인됐지만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순 없는 자원이었다. 미국이 1990년대에 도입한 이회암 수압파쇄기술과 2005년에 완성한 수평시추 기술을 조합해 셰일가스 추출이 비로소 원활해졌다. 이런 기술적 성취는 치밀가스(Tight Gas)와 셰일석유 등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브라질·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 새로운 국가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등 세계 에너지시장 판도가 셰일가스로 인해 180도 달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셰일가스 효과로 2005년 70%에 불과하던 미국의 에너지 자립도가 2030년경에는 99%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일본도 2017년부터 셰일가스를 본격 도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태양광 발전 산업이 위축될 가능성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다만, 관련 업계는 아직까지 셰일가스의 영향력이 태양광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만큼 나타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태동하던 태양광 시장이 셰일가스로 인해 움츠러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지만 아직은 섣부른 우려인 것으로 보인다”며 “태양광은 근본적인 에너지원 대체재이지만 셰일가스는 보완재 역할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정기 연구원도 “태양광 부문에서 오랜 기간 기술력을 쌓아온 기업들의 노하우는 단시간 내에 셰일가스 등에 추월을 허용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281호 (201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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