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SK㈜+SK C&C 합병 그 후] SK하이닉스 지분 확보가 새로운 숙제 

통합 SK의 IT서비스 부문 지분스왑, SK텔레콤 인적분할 등 시나리오 난무 


▎SK㈜와 SK C&C의 합병으로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권은 한층 강화됐다.
SK㈜와 SK C&C의 합병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두 회사는 8월 1일 합병법인 SK로 거듭난다. 기존에 ‘최태원 회장→SK C&C→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던 그룹의 지배구조는 ‘최태원 회장→통합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단순화 됐다. 최 회장이 지주사인 SK㈜를 직접 지배하지 못해 SK C&C를 통해 우회 지배하던 기형적인 구조에서 벗어난 것이다. SK그룹의 골칫거리였던 ‘옥상옥’ 구조를 어느 정도 해결해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한층 더 공고해졌다. 합병법인인 SK는 지주회사가 되며, SK텔레콤은 사실상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된다.

다만, 이걸로 고민거리를 모두 털어낸 건 아니다. SK하이닉스·SK브로드밴드·SK플래닛 등 핵심 계열사가 통합 법인의 손자회사로 묶여 있어, 앞으로 신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SK의 손자회사들이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 위해 어떤 기업을 인수할 경우, 그 기업의 지분을 전량 매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SK는 이번 주총에서 IT 서비스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액화천연가스(LNG), 바이오·제약, 반도체 소재·모듈 등을 중점 육성 사업으로 꼽았다.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편입해야 새 사업에 유리


SK가 지난 6월 초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자. SK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크게 ‘ICT 통합솔루션’ ‘신성장 포트폴리오’ ‘기존 포트폴리오’의 3개 분야, 11개 부문으로 구성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신성장 포트폴리오다. LNG, 제약, 반도체 소재, 반도체 모듈 등을 포함했다. 이 중에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게 반도체 관련 사업이다. 반도체 소재와 모듈은 그동안 SK가 거의 투자하지 않은 분야로 시장점유율이 낮고, 핵심 인프라가 빈약하다. SK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을 인수해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한편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도체 소재의 경우 웨이퍼·인터포져 등이 핵심으로 꼽히며, 관련 기업을 사들인다면 인수 주체는 SK하이닉스가 유력하다. 다만, 이 대목에서 고민거리가 생길 수 있다. 반도체 소재를 만드는 중견기업의 시가총액은 대개 2000억~5000억원대(1차 협력사 기준)다. 지배구조상 통합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어떤 중견기업을 인수하려면 지분을 100%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적잖은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SK가 정한 11개의 사업포트폴리오 가운데 반도체 관련은 반도체, 반도체 소재, 반도체 모듈 등 3개나 돼 투자 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SK로서는 증손회사에 대한 지분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벌이려면 통합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SK하이닉스가 통합 SK의 자회사가 되면, 20~30%의 지분율로도 새로운 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 문제는 통합 SK가 SK하이닉스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SK하이닉스의 1대 주주는 SK텔레콤인데, 지분율은 20.77%다. 이에 따라 통합 SK가 보유한 SK C&C의 IT서비스 부문을 분할해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지분과 맞바꾸는 지분 스왑 시나리오가 떠오르고 있다. 통합 SK는 SK하이닉스 지분을 20% 이상 확보해야 자회사로 둘 수 있다. SKC&C 관계자는 “합병 전부터 IT서비스 부문을 쪼개 여타 사업 회사나 계열사에 붙이는 시나리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IT서비스 부문의 가치 제고를 위해 10년차 이상 과장 직급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기존 SK C&C의 사업은 크게 전사적자원관리(ERP)·공급망관리(SCM)·고객관리(CRM) 등의 ‘대내 업무’와 운영 및 유지·보수의 ‘대외 업무’로 나눌 수 있다. 만약 SK가 IT서비스 부문을 분리한다면 기존의 대외 업무 부문일 가능성이 크다. 대외 업무 부문은 산업은행 등 여러 금융회사의 전산시스템을 관리 하며 연간 2000억~3000억원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의 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면 유리한 통합 SK로서는 IT서비스의 대외 업무 부문을 파는 게 제격일 수 있다. SK가 합병 이후에도 조대식 현 SK㈜ 사장과 박정호 SKC&C 사장이 각자대표를 맡는 ‘1사 2체제’를 택한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보탠다. 일각에서는 SK C&C의 보안 자회사인 SK인포섹과 합병시킨 뒤, 이를 통째로 SK텔레콤에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30조원으로 SK의 시가총액(9조4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적은 부담이다. 1대1 교환은 어렵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IT서비스 부문과 SK하이닉스의 기업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교환 비율부터 자금 모집, 주주들의 반발 가능성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의 인적분할도 방안 중 하나로 나온다. 인적분할이란 주주들의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것을 뜻한다. SK텔레콤을 사업회사와 계열사의 지분을 들고 있는 투자회사로 나눠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한 발짝 더 진행한다는 것이다. 투자회사를 통합 SK에 합병시키면 SK하이닉스가 지주회사의 바로 아래 들어오게 된다. 이 경우 최 회장은 SK텔레콤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고, SK하이닉스로부터 직접 배당을 받게 돼 수익이 늘어나는 등 이점이 많다. 물론 최 회장의 통합 SK에 대한 지분율은 현재의 30.9%에서 3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다만, 이 경우도 일감몰아주기 기준인 30% 규정을 피할 수 있어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평가다. 그렇지만 SK텔레콤이 인적분할을 시도할 경우 투자회사가 해외 헤지펀드 등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통신은 기간산업이라 정부가 인적분할을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SK케미칼 계열분리 가능성 커져

이밖에 중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제약 부문에서도 SK는 적극적인 M&A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SK는 새 지주회사 출범으로 제약 부문에서 ‘통합 SK→SK바이오팜→SK바이오텍’의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 이를 토대로 괜찮은 신약 개발사를 인수하는 한편 의약품중간체(CMS)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시너지 및 인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2018년 이후 기업공개(IPO)도 추진한다. 다만 제약 부문의 경우 제약·신약을 사업을 하는 자회사 SK바이오팜이 주축이 될 가능성이 커 사업 확대에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손자회사인 SK바이오텍의 경우는 생산만 맡는 자회사라 규모가 작아 향후 증손회사를 확보하더라도 큰 부담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합병으로 최태원 회장의 SK와 최창원 부회장의 SK케미칼의 계열 분리 가능성도 주목된다. 최 부회장은 현재 그룹에서 SK케미칼을 보유하고 있고, 연결 자회사인 SK가스·SK D&D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다만, 최 부회장의 SK케미칼 지분은 13.17%에 불과해 그룹에 남아 있는 게 여러모로 이익일 수도 있다. 물론 SK D&D 상장 이후 최 부회장의 지분 평가액이 1700억원대로 불어나는 등 현금을 확보할 수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 보호예수가 풀리면 SK D&D 지분을 팔고 SK케미칼 지분을 확보해 지배구조를 강화할 수 있어서다.

- 김유경 기자 kim.yukyoung@joins.com

1294호 (2015.07.20)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