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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 폭락의 시사점] 당국의 총력전에도 버블은 그대로 

공안까지 내세워 폭락 진압 … 금융회사의 잠재 손실 위험 커져 

오상용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사진:중앙포토
중국의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 7월 6일자 논평에서 ‘무지개는 비 온 뒤에야 나타난다’고 적었다. 주식 시장 투매에 동참하지 말라며 예로 든 이야기다. 지난 6월 15일을 시작으로 4주 가까이 본토 증시 투자자들은 무지개가 나타나기를 학수고대했다. 불행히도 이번 비는 소나기가 아닌 장마였고, 폭우에 여럿이 떠내려가고 말았다. 이번 중국 증시 폭락과 당국의 수습 과정은 중국 증시와 관련해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복기가 필요한 이유다.

◇펀더멘털을 벗어났던 거품의 실체 = 그간 중국 증시의 상승 동력은 인민은행의 완화적 정책 스탠스와 빚 내서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였다. 인민은행의 ‘돈 풀기’는 가라앉는 중국 경기를 떠받치기 위한 것이었으나, 풀려나간 자금은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기보다 투기적 영역으로만 흘러갔다. 그도 그럴 것이 실물에선 설비 과잉과 국내외 수요 둔화로 생산설비를 늘리거나 신규 사업을 벌일 유인이 적었다. 부동산 시장의 냉기가 여전한 상황에서 여유로운 유동성 환경은 개미들을 주식 시장으로 불러모았다.

정부도 앞장서 깃발을 흔들었다. 기업들의 과도한 부채 비중을 증자(자본 확충)를 통해 낮추고, 순조로운 국유기업 개혁을 추진하고, 정부 보유 지분을 팔아 재정을 확충하고자 했던 정부 역시 증시 랠리를 부추겼다. 자연히 탐욕이 가세할 수밖에 없었다. ‘사면 오른다’는 믿음은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그래서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열풍을 낳았다. 증권사 신용거래가 급증하고 더 높은 레버리지를 쓸 수 있는 ‘그림자 신용거래’가 활개를 쳤다. 빚으로 쌓아 올린 시가총액은 그 높이만큼이나 실물 경기, 기업 실적이라는 펀더멘털에서 멀어져 갔다.


주가가 계속 오를 때는 모든 게 좋아 보였다. 그러나 시장의 방향이 한번 꺾이자 파괴적 연쇄반응이 시작됐다. 신용거래를 통해 증시에 유입된 자금들에서 잇따라 마진콜이 걸렸다. 이에 응하기 위해 급매물이 출현하고 이 물량이 다시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또 다시 마진콜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사면 오를 것이라는 믿음’은 순식간에 ‘지금 안 팔면 쪽박이라는 공포’로 돌변했다.

◇정책시(政策市)에서 공안시(公安市)로 = 개미군단이 집단으로 ‘투매의 덫’에 사로잡히자 당국의 웬만한 증시 대책은 먹히지도 않았다. 인민은행이 돈을 더 풀고, 기업상장(IPO)을 중단하고, 1200억 위안 규모의 증시안정기금을 마련해도 시장의 공포는 가라앉지 않았다. 당국의 대책은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갔고, 자의 반 타의 반 전체 상장사 절반의 거래가 정지되는가 하면, 대주주의 주식 매도(재산권 행사)를 6개월간 중단하는 조치도 취해졌다. 급기야 공안당국까지 나서 매물을 차단하면서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공안당국은 악의적인 지수선물 매도와 주식 공매도를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악의적’이라는 기준은 대체 뭐란 말인가. 사실 공안당국의 부당거래 행위 조사로 실제 몇이나 옥살이를 할 것인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공안을 동원한 목적은 ‘공매도를 낼 거면 감옥 갈 각오를 하라’는 엄포용이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중국 증시의 성격이 정책시(政策市)에서 공안시(公安市)로 바뀌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했다.

◇당국의 계산착오 = 사실 이번 폭락의 계기는 당국의 신용거래 규제 강화였다. 당국으로선 주식시장에서 부풀어 오른 레버리지 위험을 사전에 눌러놓고자 했다. 지속가능한 증시 랠리를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빚으로 쌓아 올린 거품 증시에 ‘폰지 게임이 끝날 수 있다’는 우려는 시장을 공포로 몰아간 트리거가 됐다. 무엇보다 당국은 계산착오를 범하고 말았다. 주식 관련 레버리지가 실제 얼마나 되는지, 그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계산하지 못했다. 공식통계로 잡힌 증권사의 마진거래 규모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엄브렐러 신탁’ 등 은행 이재상품과 신탁회사 상품 등이 개입된 ‘그림자 마진거래’는 이미 증권사 마진 거래 못지 않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여기에다 상장사들이 주식을 담보로 은행권과 신탁회사 등에서 끌어다 쓴 자금도 감안해야 했다.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린 사람들도 있었고, 수출 기업 중에는 무역금융 대출을 유용해 주식에 투자하기도 했었다.

증시가 폭락하자 비로소 어디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향후 금융시스템에 얼마나 더 큰 충격이 가해질지 당국도 깨달았다. 뒤늦게 혼비백산해 대책을 쏟아낸 이유다. 이는 지난 2013년 6월의 상하이 머니마켓 소동과 닮았다. 당시에도 인민은행은 이재상품 규제에 나서면서 머니마켓 내 자금경색 정도가 어느 정도일지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그 결과 나타난 게 단기 금리 폭등이고, 이후 인민은행이 단기 자금을 쏟아 부은 뒤에야 진정됐다.

◇시장에 대한 폭력은 어떻게 정당화되나 =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저들의 증시 안정 조치가 왜 전례 없이 폭력적으로 변했는가에 대한 것이다. 인민들의 분노가 겁나서, 금융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있지만 이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선 7월 1일 발효된 국가안전법을 살펴야 한다. 시진핑의 국가안전법은 정치·외교·안보는 물론이고 경제·문화·스포츠에 이르기까지 국가안전에 대한 모든 것을 총망라한다. 사회 각 부문은 ‘국가안전’이라는 상위의 개념에 종사해야 하며, 이 명분 하에 개인과 단체의 활동은 언제든 통제를 받을 수 있다.

국가안전법의 정신에 의거하면 증시 폭락은 금융시스템을 위협하고 민심 이반을 불러오고 가계 심리를 약화시켜 경제를 흔들고, 국가안전에 해를 가할 수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경제 문제임과 동시에 총력 대응해야 할 안보 사안인 것이다. 농담 같지만 공안당국이 유례 없이 나선 것은 ‘악의적’ 매도 세력들이 경제 사범이자, 동시에 안보 사범이기 때문이다. 7월 초 당국의 ‘어마무시한(?)’ 대응은 어쩌면 국가안전법의 틀에서 진행될 중국 특색 금융개혁과 시장개방, 시장원칙이 어떤 모습일지 상징적으로 보여줬는지도 모른다.

당국의 진압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애초 개미군단이 짊어지고 있던 버블의 잠재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위적으로 들어올린 증시는 언젠가 또 다시 거꾸러질 위험에 직면한다. 사실 당국의 증시안정대책으로 증시 버블의 전염성은 더 높아졌다. 개미군단이 부풀려 놓은 거품이 당국의 명령으로 동원된 금융회사에 전가됐기 때문이다. 증안기금에 참여한 21개 증권사, 주식 비중을 늘린 보험사, 주식 직접 매입에 나선 증금공사, 주식 담보대출 상환연장에 나선 은행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펀더멘털 측면에서 본토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되기 전까지 이 위험은 계속 금융시스템에 머물게 된다. 주가 폭락이 재연될 경우 금융회사들이 입는 직접적인 손실 역시 이전보다 커지게 된다. 이를 감안하면 당국의 증시방어 의지는 앞으로 더 결연해질 수 있겠다. 다만, 이번 사태로 당국이 잃은 것은 정책 신뢰만이 아니다. 더 큰 치명상은 ‘시진핑 지도부 역시 시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함을 만천하에 드러냈다’는 점이다. 다음에는 다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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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5호 (201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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