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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 아버지 ‘辛心’ 어디로 향하든 후유증 클 듯 

‘형제의 난’으로 그룹 이미지 먹칠 … 현대·금호처럼 계열 분리 가능성도 


#1. 롯데그룹은 7월 29일 신동빈(60) 회장이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중 50% 이상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개인 주주들의 지분까지 얻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윤사가 보유한 지분과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19.0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롯데그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회를 장악한 신동빈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여도 신동주 전 부회장을 힘으로 누를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인지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의 롯데 임직원들에게 “롯데의 기업가치가 개인의 가족 문제로 흔들려선 곤란하다”며 “한마음으로 지켜봐 달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2.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7월 30일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서명이 담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 지시서를 공개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해임 지시서를 공개하면서 “신 총괄회장이 건강하며 판단력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이 해임 지시서를 전격 공개한 건 지난 27일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에 대한 해임 조치가 신 총괄회장의 뜻이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은 또 “롯데홀딩스의 의결권은 아버지가 대표인 자산관리회사(광윤사)가 33%를 갖고 있다”며 “내가 가진 2%와 32% 이상을 갖고 있는 사주조합을 포함하면 3분의 2가 된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또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임원 교체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가(家) 신동주·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형제는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서로 폭로전을 벌이는 양상으로 악화됐다. 더구나 신동빈 회장에 반기를 든 롯데가의 일부 친척들이 신동주 전 부회장 쪽으로 가세하면서 ‘신동빈 대 반(反) 신동빈’의 구도로 확전되는 모습이다. 반(反) 신동빈 동맹에 가세한 친인척들은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맡고 있는 기업 규모가 줄었거나, 그룹 내 중요 보직에서 밀려나 상대적 박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 남동생인 신선호(82) 일본 산사스 사장, 신영자(73)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동인(69)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등이다.

형제간 반격에 재반격

신동빈 회장이나 신동주 전 부회장이나 이번 분쟁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표 대결에서 이길 지분을 확보하면 된다. 그러나 롯데그룹의 지분 구조는 계열사끼리 얽히고 설킨 순환 출자 형태다. 신동빈 회장이나 신동주 전 부회장 모두 절대적인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 더구나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는 광윤사나 일본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등의 지분이 어떻게 나눠져 있는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설만 무성하지 일본 롯데에서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한 종합 일간지에 따르면 신동주·동빈 형제가 보유 중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이 2% 전후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신격호 총괄회장의 자산 관리를 위해 만든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의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 지분이 신동빈 회장보다 5%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이 보도가 맞는다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표 대결에서 유리할 듯하다. 그러나 두 형제 모두 일본 롯데홀딩스의 절대 지분은 갖고 있지 않다. 둘이 서로 우군을 끌어들여 일본 롯데홀딩스의 절대 지분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이런 가운데 주인이 누구인지 확실치 않는 곳도 있다. 이른바 ‘L투자회사’ 11곳은 한국 롯데의 실질적 지주사인 호텔롯데의 지분 72%를 나눠 보유하고 있다. L투자회사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회사라는 설이 유력하지만, 현재 누가 주인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의 ‘辛心’이 두 형제의 운명을 가를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광윤사와 L투자회사, 롯데홀딩스에 대해 신 총괄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주총 표 대결에서 향배를 가를 수 있다는 것이다. 7월 28일 귀국한 신 총괄회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의 집무실 겸 거처에서 머물고 있다. 7월 31일 현재 공개적으론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사실 두 형제 모두 비슷한 이유로 아버지의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형제의 난의 발단은 지난해 말 아버지에게 보고하지 않고 8억엔(약 75억원)을 투자해 다른 사업을 벌였다는 이유로 신동주 당시 일본 롯데 부회장을 해임한 일이었다. 신 전 부회장도 반격에 나섰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이 중국 사업에서 ‘보고도 하지 않고 투자해 1조원을 날렸다’고 여러 차례에 걸쳐 신 총괄회장에게 보고했고, 결국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관측이다(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은 7월 31일 롯데그룹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사업에서 32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반박했다).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형제간 표 대결이 펼쳐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정기주총 전에 임시주총을 열려면 이사회 결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롯데 홀딩스 이사회는 신 회장이 장악하고 있다.

“보고도 안 하다니” 분노한 아버지

더 큰 문제는 두 형제 중 한쪽에 힘이 실리더라도 분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란 것이다. 어느 쪽의 승리로 끝나더라도 두 형제와 관련된 주요 인사들에 대한 ‘숙청’이 불가피할 것이다. 또 그동안 추진하던 사업도 제동이 걸릴 수 있어 그룹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 롯데그룹의 경우 본업인 유통업이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제2 롯데월드 완공, 면세점 재입찰 등 현안이 많다. 여기에 이번 사태로 그룹 이미지가 추락한데다 ‘롯데그룹=일본 기업’이라는 인식도 퍼졌다.

심지어 온라인상에선 신동주·동빈 형제의 생모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가 일본 A급 전범의 조카딸 또는 손녀라는 헛소문도 퍼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후유증이 클 것이며,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가 분리돼 운영되거나, 계열사를 나누는 식의 빅딜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1297호 (201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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