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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 SPORTS] 세상에서 가장 험난한 레이스 

 

글 정진구 모빌리스타 칼럼니스트
1973년부터 시작한 FIA 월드 랠리 챔피언십(FIA World Rally Championship, 이하 WRC)은 양산차를 베이스로 펼치는 세상에서 가장 험난한 자동차 레이스다. 전 세계 15개국을 돌며 영하 25도의 눈 덮인 숲길부터 바위가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산악코스까지 전속력으로 달린다.

요즘 들어 랠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작년부터 현대자동차가 i20 경주차로 WRC에 출전하고 있기 때문에 각종 미디어에서 랠리 관련 소식을 접하기가 쉬워졌다. 현대차 역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WRC를 알리고 있다. 때맞춰 SBS에서도 국내 최초로 랠리 드라이버를 뽑는 오디션프로그램 [더 랠리스트]를 방영하기로 결정했다. 총 4986명이 지원해 5000대 1의 뜨거운 경쟁을 펼칠 [더 랠리스트]는 오는 10월에 방송을 탄다.

WRC 경기에는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브랜드와 차가 등장한다. 실제 양산차를 기본으로 경기 규정에 맞게 개조한 경주차로 혹독한 레이스를 펼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브랜드의 차를 모는 운전자는 기술력과 내구성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WRC에 누구나 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이유다. 그럼 지금부터 WRC는 어떤 레이스이며, 어떤 차들이 활약을 펼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WRC는 어떤 레이스인가?


▎승리의 영광은 언제나 달콤하다.
WRC는 전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모터스포츠 중 하나다. 한 해 동안 4개 대륙(유럽, 오세아니아, 북·중미, 남미), 15개 국가에서 13번의 대회를 치른다. WRC 경주차는 아스팔트, 거친 산길과 눈길은 물론 멕시코의 찌는듯한 더위부터 스웨덴의 영하 섭씨 25도 추위까지 그 어떤 조건에서도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WRC의 공식 타이틀은 FIA(국제 자동차 연맹) World Rally Championship으로, 매년 1월부터 11월까지 열리며, 현재 폴크스바겐, 시트로엥, 포드, 현대자동차 등이 참가한다.

WRC 경주차는 일반적인 양산차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이 포뮬러원(F1)과 가장 큰 차이다. 전투기 같은 F1 경주차와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서킷이란 특별히 정해진 코스만을 달리기 위해 태어난 F1 ‘머신’과는 달리, WRC 경주차는 어떠한 지형도 모두 소화해낸다. 그리고 특별한 한정판 모델이 아닌, 연간 2만5000대 이상 생산되는 ‘일반적인 차’여야 한다. WRC에 참가하는 모든 브랜드는 자신들의 기술력을 총동원해 일반 차량을 지옥의 레이스를 견뎌내기 위해 ‘랠리 머신’으로 탈바꿈시킨다.

랠리 경주의 황금기


▎이런 점프는 WRC 경주차라면 흔히 겪는 일이다.
| 그룹 B 시절 |

그룹 B는 1982년부터 시작됐다. 이 시기는 흔히 ‘랠리의 황금기’로 불리며, 랠리의 전설로 남아있다. 지금처럼 양산차를 베이스로 만드는 경주차가 아닌, 오직 레이스만을 위해 탄생한 슈퍼카들의 세계였다.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연간 200대 생산이란 최저 생산 대수 규정을 두었다. 당시에는 이 규정을 통과하기 위해 한정판으로 출시하는 고성능 모델이 종종 있었다. 출력 제한도 없어 초기 250마력으로 출발한 경주차들은 불과 5년만에 500마력이 넘는 괴물 스포츠카로 성장했다. 랠리의 특징인 험난한 도로를 초고성능 경주차가 달리는 진풍경으로 당시 수많은 팬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위험한 사고도 속출했다. 이런 이유로 그룹 B는 1987년 시즌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 그룹 A 시절 |

그룹 A는 오늘날 WRC 경기의 전신이다. 시작은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룹 A 규정은 1997년 WRC가 등장할 때까지 동일하게 유지됐다. 연간 2500대 이상 생산되는 차를 대상으로 하던 초기 그룹 A는 연간 1000대 이상 만들어지는 차를 대상으로 한 과거 그룹 2와 닮은 점이 많았다. 따라서 양산차를 기반으로 고성능 경주차를 만들어 실력을 겨룬다. 오늘날 WRC와 같은 부분이다. 그룹 A는 일반적인 양산차의 차체를 고성능으로 개조할 때 출력 무게·기술 및 비용에 제한을 뒀다. 하지만 이런 까다로운 규정도 조금씩 느슨해졌다. 특별 모델에 한해 연간 500대만 만들어지는 차도 경주에 참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이 규정은 메이커들이 전략적인 스포츠카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 당시 이런 목적을 위해 출시된 차에는 유독 ‘에볼루션(Evolution)’이란 단어가 자주 붙었다. 대표적인 예가 BMW ‘M3 스포츠 에볼루션’이다.

현대자동차와 WRC


▎WRC 경주차는 어떠한 지형도 모두 소화해야 한다.
현대자동차의 현대모터스포츠팀은 1998년 영국의 레이싱 회사인 MSD(Motor Sports Development)와 손잡고 WRC에 도전한 바 있다. 당시 베이스 모델은 엑센트였다.

처녀 출전은 2000년 ‘현대월드랠리팀’이란 이름으로 나선 스웨덴 레이스였다. 2001년에는 성능을 개선한 에볼루션 WRC를 출전시켰지만, 출력이 부족해 당시 빅팀(포드, 미쓰비시, 푸조, 스바루)들을 상대하기 벅찼다. 2002년에는 네 번의 WRC 우승에 빛나는 월드 챔피언 유하 칸쿠넨을 앞세웠다. 가장 성적이 좋은 제조사를 뽑는 ‘매뉴팩처러스 챔피언십(Manufacturer’s Championship)’에서 스코다와 미쓰비시를 1점차로 따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줄어든 예산을 이유로 2003년, 눈물을 머금고 WRC에서 무대에서 퇴장했다.

현대자동차는 2012년 ‘현대모터스포츠 GmbH’사를 세워 다시 한번 WRC에 도전장을 던졌다. WRC 참가 브랜드를 통틀어 최단시간 준비를 거쳐 2014년 1월 몬테카를로 랠리로 데뷔전을 치렀다. 총 8000km의 담금질을 하며 기다려온 i20 WRC가 경주차로 나섰다.

법인 설립 후 394일만이었다. 성능이 나날이 안정화된 i20 WRC는 출전 첫 해 9번째 경기만에 우승을 거뒀다. 결과적으로 2014년 총 세 번의 랠리에서 네 번이나 포디움에 오르는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2015년 현재 현대모터스포츠 팀은 작년보다 훨씬 더 발전한 모습이다. 시즌 첫 경기인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모두 27포인트를 획득해 제조사 종합 점수 기준 2위를 기록했다. 그 후 스웨덴 랠리와 이탈리아 랠리에서 세 번의 포디움에 오르며 2015년 7월 현재 제조사 종합 점수 기준 3위를 기록 중이다. 앞으로도 현대모터스포츠 팀의 발전이 더욱 기대된다.

1296호 (201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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