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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쇼크, 투자자 대응은?] ‘설상가상’ 조선·철강株 당분간 ‘글쎄’ 

위안화 가치 급락 악재이자 호재 … 자동차·반도체·음식료는 반사이익 기대 


중국이 사흘 연속 위안화 가치를 낮췄다. 8월 11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일 대비 1.86% 절하된 달러당 6.2298위안으로 고시했다. 다음날엔 1.62% 절하된 6.3306위안, 13일엔 1.11% 절하된 6.4010위안으로 고시했다. 사흘 동안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가 4.66%나 떨어진 것이다. 2005년 중국이 관리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 위안화 기준환율이 이처럼 단기간에 급등(위안화 가치 급락)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가치 절하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일단 경기 부진을 방어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7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했다. 7월 산업생산도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6% 증가에 그쳤다. 올해 7%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는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 절하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일 수 있다. 중국은 최근 실질실효환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수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당분간 위안화 약세 흐름 이어질 듯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이번 가치 절하는 중국 정부의 기준고시환율 결정방식의 변경에 따른 것이다. 기준환율을 정할 때 전날 시장의 종가를 반영하는 것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지금까지 중국은 달러의 방향을 보면서 기준환율을 인위적으로 결정해왔다.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기반통화 편입(현재는 달러·유로·파운드·엔화로 구성)을 노리는 중국으로서는 환율정책을 보다 투명하고, 시장친화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중국의 폐쇄적인 환율정책을 이유로 위안화의 SDR 편입에 반대해왔던 IMF는 이번 중국의 조치에 대해 “환영할 만한 진전”이라며 “시장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중국이 환율 유연성을 키운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정확한 의도가 어떻든 한여름 중국발 태풍은 파괴력이 엄청났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는데 특히 유럽 증시가 크게 휘청거렸다. 독일 DAX30지수는 이틀 간 5.9% 급락했고, 프랑스 CAC40지수와 영국 FTSE100지수도 각각 5.2%, 2.5% 하락했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2%, 미국 다우와 나스닥지수도 1% 이상 떨어졌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1.4% 하락해 2000선이 붕괴됐고, 코스닥 지수 역시 3.9%나 하락했다. 8월 12일 오전 중국 인민은행의 추가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를 발표하자 장중 한때 코스피는 급락을 거듭해 1950선이 무너졌고, 코스닥은 무려 5% 이상 하락해 7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그나마 사흘째인 13일엔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각각 0.4%, 2.0% 반등에 성공했다.

일단 인민은행은 ‘위안화 평가 절하 기조가 계속될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인민은행 장샤오후이(張曉慧) 행장조리는 13일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자본시장 충격 등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점진적으로 시장은 안정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큰 폭의 변동은 없을 것이란 뉘앙스지만 크레디트스위스나 ANZ은행 등은 “위안화 가치 추가 절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위안화 절하 목표가 10%’라는 구체적인 보도도 나왔다.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위안화 약세 흐름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투자자로서는 득실을 잘 따져야 한다. 과거를 돌아보면 위안화 약세는 대체로 국내 증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곽병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뚜렷한 위안화 약세가 진행된 2012년 2분기와 2014년과 2015년 초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로 코스피 지수가 조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기준 고시환율 결정방식 변경에 따라 위안화 변동성이 축소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 많다.

환율 변동은 언제나 호재이면서 악재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자동차와 반도체, 음식료 업종에 유리한 여건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다. 환율 변동이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위안화 가치가 낮아지면 중국 수출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좋아진다. 세계 시장을 놓고 중국과 수출 경쟁을 펼치는 업종이라면 한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철강과 조선 등이 대표적이다. 가뜩이나 경기도 나쁜데 해당 기업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나마 원화 약세가 동반되는 상황이어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점이 위안거리다. 최근 중국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가전 업계에게도 위안화 절하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와 달리 중국의 수출이 늘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은 상대적으로 덕을 본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의 수출 경합 정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큰 수혜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일반적으론 이런 해석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개별 종목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계산이 훨씬 복잡하다. 증시가 상승기에 있는지, 달러와 엔의 움직임은 어떤지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각국 경기 상황과 시장지배력도 고려해야 한다. 같은 위안화 약세라도 주가 움직임이 예상과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이번 위안화 가치 절하에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관련주가 크게 휘청거렸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주가가 이틀 동안 각각 9.7%, 8.7% 하락했고, 산성앨엔에스(코스닥)는 18%나 급락했다. 위안화 가치가 낮아지면 중국 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내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구매력도 낮아질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중국 현지법인 실적에도 마이너스 효과가 있다. 그러나 2014년 1분기 위안화 약세기엔 도리어 화장품·의류 등 중국 소비 관련주 주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 워낙 고속 성장하던 때라 환율을 무시해도 될 정도로 실적이 뒤따라줬기 때문이다. 단편적으로 환율 영향을 따지기보단 업종의 경쟁력과 경기 등을 다각도로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장품의 경우 필수 소비재로서 단가보다는 브랜드 가치에 의해 판매 성과가 좌우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환율 변화에 따른 가격 경쟁력 하락 우려감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환손실’ 중국 채권형 펀드 수익률 곤두박질

더 당혹스러운 건 펀드 투자자다. 중국 증시 급락으로 중국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에서 그나마 괜찮았던 채권형 펀드마저 환손실이 불가피한 처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위안화로 발행되는 채권에 투자한 상품은 최근 일주일 수익률이 -3~-4%를 기록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주로 중국본토채권과 딤섬채권(홍콩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채권)에 투자한 상품이다. 금리와 환차익을 동시에 노리려 환헤지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절하에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당분간 위안화 약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볼 때 처분까지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이 참에 한동안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던 브라질 채권을 다시 보자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1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헤알화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ins.com

1299호 (20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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