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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K5 디젤’] 경쾌함+정숙함+가성비 겸비 

전작의 디자인 DNA 잇는 심플함 돋보여 … 다운사이징 엔진으로 연비 효율도 높아 


▎사진:기아자동차 제공
기아차가 신형 K5를 출시하며 ‘두 개의 얼굴, 다섯 개의 심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다섯 개의 심장은 5가지 종류의 엔진을 뜻한다. 기존의 2.0 가솔린, 2.0 가솔린 터보, 2.0 LPi 엔진에 1.7 디젤과 1.6 가솔린 터보를 추가해 5가지 라인업을 완성했다. 국산 차량 중에서는 최초로 2가지 전면부 디자인의 차를 출시했다. 두 개의 얼굴로 K5MX와 SX가 그 주인공이다. MX는 심플한 직선이 주는 이미지를 강조해 모던하게 꾸몄고, SX는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그릴에 볼륨을 넣어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초반의 반응은 생각보다 썰렁했다. 듀얼 디자인은 이미 많은 수입차 브랜드가 선보인 전략으로 새로울 것이 없었다. 5개의 심장은 현대 쏘나타가 내세운 7개의 심장의 재탕처럼 느껴졌다.

2개 얼굴에 5개 심장


▎1.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 2. 중형 세단으로 뒷좌석까지 넉넉하고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이런 평가가 180도 바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K5를 경험한 소비자 사이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 2010년 1세대 K5 이후 5년 만에 확 바뀐 K5가 괴물 같은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것. 탄탄한 기본기로 무장한 주행능력과 세련된 디자인, 고급스러운 실내까지 장점이 많다. 최근 침체기에 빠진 국산 중형차 시장을 구원할 영웅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K5의 심장 중 디젤 1.7 모델을 시승했다. 가솔린 2.0 모델과 함께 가장 많은 K5 팔릴 것으로 기대되는 모델이다.

신형 K5가 최초 공개됐을 때 많은 사람은 디자인에 실망했다. 전작에 비해 변화의 폭이 크지 않아서다. 차량 전체의 라인을 조금 더 심플하게 가다듬었고, 램프와 라디에이터그릴에 약간의 변화를 줬다. 나머지는 기존 K5의 DNA가 고스란히 담겼다. 2010년 처음 출시할 당시 세련된 디자인을 무기로 내세운 차인 만큼 신차의 디자인에 대한 기대가 컸을 터다. 큰 기대가 오히려 큰 실망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러나 두 가지 측면에서 기자는 다르게 판단했다.

첫째, 전작에 비해 확실히 진보한 느낌의 디자인이다. 많은 자동차가 무언가를 덧대고 치장해 스스로를 꾸미려 애쓴다. 신형 K5는 오히려 선을 단조롭게 만들면서 세련된 느낌을 끌어냈다. 고수가 발휘할 수 있는 기술이다. 둘째, 전작의 DNA를 버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현대·기아차는 신차가 나올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달고 나왔다. K5의 경쟁차인 쏘나타는 매번 다른 차가 이름만 쏘나타로 달고 나온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전작의 전통과 콘셉트를 이으려는 K5의 노력은 오히려 반갑게 느껴진다.

더욱 매력적인 부분은 K5의 내관이다. 굉장히 고급스러우면서도 올드하지 않다. 운전석에 앉으면 질감이 좋은 고급가죽 시트가 몸을 부드럽게 감싼다. 시야에 들어오는 대시보드와 계기판, 센터페시아의 느낌도 나쁘지 않다. 작은 버튼의 모양과 배열까지도 세세하게 신경을 썼다. 전체적으로 단조롭지만 세련된 멋을 뽐낸다는 점에선 외관의 디자인 DNA와도 맥이 닿아있다. 고급 수입차의 실내와 비교해도 전혀 밀릴 이유가 없다.

K5는 탄탄한 주행성능을 뽐낸다. 1685cc 디젤엔진과 7단 더블 클러치 변속기를 조합했다. 최대출력 141마력, 최대토크 34.7kg·m의 퍼포먼스를 보인다. 기본 수치만 봐도 일상 주행에서는 아쉬울 게 없다. 높은 최대토크로 칼칼한 초반 가속이 가능해 주행의 재미를 더한다. 비교적 낮은 1750~2500rpm(분당 엔진 회전 수)에서 최대의 능력을 발휘해 체감하는 주행감은 훨씬 더 경쾌하다. 거기에 전작보다 확실하게 단단해진 하체 덕분에 주행의 안정성을 느낄 수 있다. 급격한 코너에서도 차체가 밀리거나 탄력을 잃지 않고 시원스럽게 뻗어 달린다. 다운사이징으로 낮아진 엔진의 배기량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운 주행능력을 보여줬다.

디젤차에서 체크해야 할 소음과 진동 부분에서도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하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음과 달릴 때 발생하는 풍절음, 엔진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거의 완벽하게 차단했다. K5의 기능 중에는 스톱 앤 고(Stop and Go)가 있다. 신호를 받아 차가 서면 엔진이 멈췄다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다시 시동이 걸리는 기능이다. 신호를 받고 섰을 때 엔진이 멈추면 순간적으로 차에 정적이 흐른다. 다시 엔진이 커지면서 차량의 소음과 진동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K5는 다시 시동이 걸리는 상황에서도 굉장히 조용하다. 가솔린 차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물론 디젤 엔진의 특성상 세월이 쌓이고 마모가 생기면 소음과 진동이 커지겠지만, 새 차에서 만큼은 ‘완벽하다’는 표현을 써도 좋을 듯하다.

가솔린차 같은 정숙함

K5는 국산을 대표하는 디젤 세단이 될까? 어쩔 수 없이 독일의 디젤 세단과 지속적으로 비교될 운명이다. 연비도 중요한 비교 대상 중 하나다. K5의 공인연비는 L당 16km. 시승 도중 꽤 험하게 차를 다뤘음에도 L당 14km 후반을 꾸준히 기록했다. 더 이상 “연비 때문에 수입차 탄다”는 말은 듣지 않아도 될 듯하다. 누군가는 그래도 “독일 디젤차가 더 좋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가격까지 고려해도 같은 대답이 나올까? 신형 K5는 4가지 트림(디럭스·럭셔리·프레스티지·노블레스)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2480만~2920만원이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1301호 (20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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