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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뤄진 美 금리 인상] 오락가락 정책에 불확실성만 키워 

“대외 경제도 중요” 미국의 경제 리더십에 흠집 … 美 생산·소비도 여의치 않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9월 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미국의 글로벌 경제 리더십에 상처가 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가 글로벌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대외 여건을 기준금리 결정 배경으로 설명하자 미국의 리더십이 예전같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에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미국이 오락가락한 통화 정책을 보이면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미 연준은 9월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와 같은 0~0.25%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은 “글로벌 경제와 금융 시장의 상황을 고려했다”며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또 “(9월 금리를 인상하면) 경기 둔화와 금융 시장 불안정성이 경제활동을 다소 둔화시킬 수 있고 단기적으로 물가상승률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결정에서 금리 동결에 찬성한 연준 위원은 9명이고, 인상을 주장을 의원은 1명에 그쳤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이날“(금리 인상) 시기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며 “최초 기준금리 인상의 중요성이 너무 과대평가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FOMC 위원들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지속하고 있다”며 추후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어놨다. 경제 회복 속도에 따라 10월이나 12월에는 금리 인상을 개시할 수 있단 의미다.

경제 여건 따라 올해 안에 금리 올릴 수도


옐런 의장 등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하반기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겠다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냈다. 2008년 이후 7년여간 이어진 제로금리 기조의 종언을 뜻했다. 경기 회복기에 금리를 인상해 다가올 경기 침체기에 대응할 여력을 마련한다는 포석도 있었다. 미국은 통상 금리 인상을 추세적으로 실시한다. 한 번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연이어 인상 결정을 내린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미국 금리 인상은 인상폭과 함께 ‘인상 개시’의 의미가 크다. 하지만 9월 인상 개시가 무산되면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려는 의지가 약화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QE)와 함께 제로금리에 가까운 초저금리 정책을 실시했다. 이런 유동성 공급으로 미국의 경기지표는 뚜렷하게 호전됐다. 하지만 올 들어 유가가 바닥권을 기고 중국 증시가 폭락하는 등 미국 외 국가들의 경기 상황이 악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경기만 상대적으로 ‘나홀로 호황’을 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 경기만 보고 금리를 올리려 하자 세계 각국이 반발했다. 또한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해외 시장이 불안해지면 미국 경제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도 있어 연준이 기존 입장에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은 이번 금리 동결 결정에선 중국 및 신흥국의 자금 유출과 통화가치 하락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김재호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기자회견 과정에서 대외 경기 우려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아시아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1994년 금리 인상 때와 비교하면, 현재 이머징 경제가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 미국 기업의 수익 기반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 사정도 금리를 마음대로 올릴 만큼 안정적인 수준은 아니다. 연준이 물가 지표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는 올 7월 전년 동기 대비 1.2% 상승에 그쳤다. 연준 목표치 2%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물가상승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경기 침체와 물가상승률 하락이 빚어질 수 있다. 또 8월 미국의 산업생산이 전달보다 0.4% 줄어드는 등 미국 경제도 그리 낙관할 처지가 못 된다. 금리 인상으로 달러가 강세를 이어가면 수출 부진 등 미국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금리 동결을 결정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세계 증시 ‘환영’ 미국 증시 ‘실망’


일단 글로벌 금융 시장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간 강세를 나타내던 달러도 동결 발표를 전후해 약세로 돌아섰다. 신흥국 주식 시장은 FOMC 회의 직전부터 강세를 이어갔고, 각국 통화 가치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최근 달러당 1200원대로 떨어졌던 원화값도 미 금리 동결을 전후로 1160원대로 회복세를 나타냈다.

글로벌 금융 시장은 ‘9월 금리 동결’ 예상에 부합한 결과가 나오면서 한숨을 돌렸다. 특히 신흥국에서는 자금 이탈 우려가 많이 누그러졌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글로벌 시장에 투자된 달러가 대거 회수되면서 신흥국 주식과 채권 시장에 충격을 주게 마련인데, 이번 동결로 그런 우려가 일정 부분 가신 것이다. 이와 달리 미국 투자자들은 실망스런 표정이다. 연준의 금리 동결 소식에 상승세를 보였던 뉴욕 증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39% 하락했고 S&P 500지수는 전장보다 0.26%, 나스닥 지수는 0.1% 각각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동결이 ‘10월 금리 인상설’로 이어지면서 미국 증시 불안감이 더 커진 점, 연준이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점, 미국이 대외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다른 나라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연준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미국의 언론들은 FOMC 성명을 문제 삼으며 ‘인플레이션과 고용창출이 기준금리 결정의 양대 조건이었는데, 이제는 대외 경기라는 조건이 추가된 것’이라며 연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로이터통신 금융 칼럼니스트 제임스 사프트는 “연준이 스스로 중국이라는 돛대에 매인 꼴”이라며 “중국의 경제 상황 변화를 기준으로 기준금리 결정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난했다.

‘9월 인상설’은 빗나갔지만, 이것으로 끝난 것은 물론 아니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연준은 기준 금리 인상을 미뤘을 뿐이다. 이번 FOMC에서도 금리 인상 시점과 관련해 명확한 신호가 없어 시장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더욱이 금리 동결은 연준이 그만큼 세계 경기를 나쁘게 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종합하면,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 아니라 이연됐거나 더 확대될 거란 의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 금리 동결 결정 직후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FOMC 정책 의결문을 두고 비둘기파(통화완화 성향)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종합해 보면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면서 “(미국) 금리 유지는 (한국) 금융 시장 불안을 다소 완화할 요인”이라면서 “여전히 금리 인상 개시 시점의 불확실성이 남아 국내외 금융 시장 변동성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이 미뤄진 상황에서 신흥국은 경기 악화가 지속돼 불확실성이 계속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경상수지 개선도 지연돼 신흥국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이 미뤄진 만큼 추후 인상 개시 시점에 관심이 모인다. 매년 8회 열리는 FOMC는 올해 10월 27~28일과 12월15~16일 2차례 남아있다. 내년엔 1월 26~27일을 시작으로 3·4·6월 등 상반기에 네 번 열린다. 연준 의원 대부분은 연내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옐런 의장은 “앞으로 진행되는 모든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며 10월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조사에서 9월 금리 동결을 전망했던 16명 전문가 중 7명은 오는 12월 금리 인상을 내다봤다. 이주열 총재는 “연준이 글로벌 경제 상황을 앞으로의 정책 결정에 참고하겠다는 것은 큰 변화”라며 “이를 보면 여전히 10월 또는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경제는 여전히 불안

하지만 세계 경제 불안이 언제 진정될 지 예측하기 어려워 실제 기준금리 인상 시기는 올해를 넘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12월에 금리를 올리면 12월 결산법인이 많은 미국 금융권의 회계연도 마감에 상당한 혼란을 줄 수 있어 연준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내년으로 금리 인상을 미루기도 난감한 상황이다. 올해 인상을 공언해왔던 미국 연준으로서는 신뢰에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갈수록 고차방정식으로 바뀌면서 글로벌 경제는 올해 말까지 불안한 표정을 지우기 힘들 전망이다.

-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박스기사] 미 기준금리 인상 수혜주는

원화 가치 하락에 수출주, 동반 금리 상승에 금융주

9월 금리 인상은 보류됐지만 연내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미국 금리 인상이 개시되면 한국의 어떤 주식이 수혜를 입을까? 증권가에서는 금리 인상 수혜주로 자동차·타이어·은행·보험·소비재 등을 꼽는다. 특히 국내 생산 제품의 60~70%를 해외로 수출하는 자동차주는 미국 금리 인상 후 가장 큰 수혜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달러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원화 환산 이익도 커진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9월 18일 원·달러 환율은 1162원80전으로 3분기 들어 59원이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2% 상승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 현대차는 연간 약 1000억원, 기아차는 1300억원의 영업이익이 증가한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4개월 만에 16만원대를 회복했다. 지난 7월 10일 4만200원이었던 기아차 주가도 두 달 만에 31% 올랐다. 자동차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자동차 부품 관련 주들도 일제히 급등했다. 자동차 부품주인 현대위아 주가는 12만 1000원으로 두 달 만에 34%, 현대글로비스는 12% 올랐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과 가격 경쟁력 회복 등으로 주가회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 기준 금리가 오르면 국내 금리도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도 올라 은행이나 보험주도 수혜가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은행 대출금리가 0.25% 상승하면 순이자마진이 0.04% 개선된다. 더욱이 최근 은행들은 공격적인 영업과 펀드·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판매) 등의 판매 증가로 비이자수익을 늘리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올 상반기(1~6월) 순이익이 300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1799억원) 보다 150% 증가했다. KB국민은행도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보다 37% 늘어났다. 여기에 금리 인상에 따른 추가 수익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주는 금리 인상과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다. 금리 인상으로 순자산 가치가 증가하고, 통상 마진율도 올라간다. 또한 최근 장기보험 손해율이 하락하면서 실적 개선 가능성도 커졌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보험료가 인상된데다 보험계약 손해율이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 교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4분기 94.1%를 기록한 이후 올 1분기 84.7%, 2분기 83.6%로 줄어들고 있다. 보험주는 최근 상승세다.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은 9월 17일 종가 기준으로 지난 한 달 동안 각각 10%, 5.8% 올랐다.

- 김성희 기자

1304호 (201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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