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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아산 모듈공장] 4중 안전장치로 정확하고 빠르게 

자동차 3대 핵심 모듈 생산 … 연 30만대 물량 소화 


▎아산 모듈공장의 운전석 모듈 라인. /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쏘나타와 그랜저는 국내를 대표하는 세단이다. 10년이 넘게 해마다 집계하는 베스트셀링카 순위 상위권에 매번 이름을 올린다. 국내에서만 연간 10만대 수준이 팔리고, 최근에는 해외에서의 인기도 좋다. 그렇게 많은 물량을 생산하다 보면 차질이 생기게 마련이다. 적절한 시기에 적정 수요에 맞게 차를 공급해야 한다. 1년에도 수십만대 차량을 차질 없이 공급하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모듈’이다. 완성차를 만드는데 소요되는 수많은 부품을 개별 단위가 아닌 조립 영역 또는 기능별로 결합해 완성차 생산라인에 공급하는 부품 단위를 말한다. 완성차 제조라인에 나사나 베어링을 공급하지 않고, 나사나 베어링으로 조립된 문·운전석·센터페시아로 모듈화 해서 납품한다. 훨씬 더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부품 수가 줄어들고 완성차를 조립할 때 거쳐야 하는 단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품질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개별 모듈마다 철저한 품질검사를 거친 다음 조립을 한다.

도요타보다 한 수 위의 시스템 갖춰

하지만 아무나 모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산된 모듈은 곧바로 완성차에 부착된다. 안전이 중요한 자동차에 장착되는 만큼 완성도 높은 품질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대모비스 아산모듈공장은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모듈생산시스템과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현대차의 주력 차종인 LF쏘나타와 HG그랜저의 모듈을 생산한다. 자동차의 3대 핵심 부품으로 불리는 섀시·운전석·프론트엔드 모듈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공장이다. 연간 30만대 차량에 장착할 수 있는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공장 입구에 들어서면 무언가 분주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운전석 모듈이 생산되는 라인이다. 총 40여개의 부품을 조립해 운전석 모듈을 만든다. 간단해 보이는 작업이지만 의외의 암초가 있다. 생산하는 운전석 모듈의 종류가 1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는 세분화다. 동일한 차종에서도 옵션 장착 여부에 따라 여러 가지 트림으로 나뉜다. 운전석 모듈에 기본 장착되는 오디오만 해도 일반형과 고급형으로 나뉜다. 에어컨과 히터도 싱글·듀얼방식으로 조합되고, 블루투스 사양이 들어있는 차도 있고 없는 차도 있다. 작은 부분까지 챙겨서 조합하면 LF쏘나타와 HG그랜저 생산에 필요한 운전석 모듈만 2000가지가 넘는다. 모든 종류의 모듈을 한 라인에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현대모비스는 ‘직서열 방식(JIS, Just In Sequence)’ 시스템을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차량 생산 주문이 들어오면 현대자동차와 동일한 단계로 차량과 모듈이 생산되는 것을 말한다. 현대자동차가 차체를 만들기 시작하면 그 차량에 부합하는 모듈이 생산되고 시간차가 거의 없이 완성해 다음 단계로 작업해 나가는 시스템이다. 세계도 인정하는 기술이다. 이전까지 가장 효율적이라고 평가 받았던 시스템은 도요타의 시스템(JIT, Just In Time)이었다. 시간대별로 필요한 부품을 주문해 최대한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차로 인한 약간의 재고는 발생한다. 현대모비스의 JIS는 생산 공정과 동일한 타이밍에 부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재고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JIT보다 한 수 위의 기술이라고 평가되는 이유다.

아무리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도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2000여 가지의 모듈을 생산하다 부품끼리 엉킬 우려가 있다. 쏘나타에 장착해야 할 운전석 모듈이 그랜저 라인으로 간다거나, 블루투스 옵션이 없는 차량의 모듈이 옵션이 있는 차량에 장착되는 문제다. 또 자동차는 안전이 생명이다. 작은 부품 하나라도 이상이 있으면 운전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4단계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각 공정 라인마다 이뤄지는 ‘품질안전보증 시스템’이다.

4중 안전장치 중 첫 단계가 최첨단 바코드시스템이다. 아산공장 네트워크에 현대자동차에서 보낸 차량 정보가 수신되면, 이 정보를 각각의 부품 조립 단계로 다시 발신한다. 스타트라인에서 출발한 부품에 하나씩 새로운 부품이 조립·장착될 때마다 차량 정보에 의해 정해진 부품이 제대로 장착되고 있는가를 확인하게 된다. 이 확인 과정을 담당하는 것이 최첨단 바코드시스템이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한 부품에 붙은 바코드를 바코드리더로 읽으면 작업자 앞에 설치된 모니터에 모듈의 고유번호와 장착돼야 할 부품 정보가 나타난다. 작업자는 다시 장착할 부품에 붙어 있는 바코드를 읽는다. 잠시 후 ‘삐익’하는 소리가 나며 모니터에 ‘OK’라는 문자가 뜬다. 정확히 장착된 부품이라는 표시다. 만약 일치하지 않을 경우 ‘NG’라는 글자와 함께 전체 라인이 중단되며 작업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그 다음 안전장치인 ‘에코스시스템’은 한국 IT 기술의 완성판으로 불러도 좋다. 운전석 모듈에서 제일 예민한 부분은 전기로 작동하는 전장부품이다. 운전석 모듈에는 오디오를 비롯해 시트벨트·에어백·주차브레이크·배터리 경고등 등 전기로 작동하는 부분이 60개가 넘는다. 만약 전장부품 중 한 가지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운전자가 큰 불편을 겪는다. 안전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전장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전체를 분해해 고장 부위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대모비스는 국내 IT 업체와 합작해 모든 전장부품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검사하는 에코스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운전석 모듈은 계기판과 오디오, 그리고 조수석쪽으로 연결된 배선을 에코스시스템과 연결해 모든 경고등과 전기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최종 검사를 받는다.

현대모비스는 트롤리컨베이어시스템을 도입해 효율적이면서도 정확한 작업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아산 모듈공장에는 조립 라인 주변에 부품을 놓아두는 공간이 없다. 트롤리컨베이어 시스템에 의해 자재 창고에서 작업 순서에 맞게 필요한 부품이 자동으로 작업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창고에서 부품을 운반하다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했는데 지금은 그럴 우려가 없다. 또 필요한 부품이 적시에 공급되기 때문에 부품을 잘못 결합할 확률도 줄어든다. 만약 작업자가 부품을 결합하는 과정을 빼먹으면 경고등이 울리며 전체 작업이 중단된다. 사실상 오결합 문제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셈이다.


▎아산 모듈공장.
불량 생기면 전체 공정 중단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까지 대처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부품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 모든 과정의 생산이력을 완성차 출고 후 23년 동안 컴퓨터에 보관한다. 나중에 자동차에 결함이 생기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또 이런 이력을 바탕으로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시스템도 개발할 수 있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1304호 (201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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