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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정감사의 화제 인물로 단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꼽힙니다. 그는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국감장에 나왔습니다. 그의 참석이 알려지자 여야 의원들은 롯데그룹의 문제점을 지적하겠다며 기세를 올렸습니다. 언론의 관심도 유난히 커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면에 소개했습니다.

9월 17일 오후 2시에 시작한 신 회장의 국감은 7시 넘어 끝났습니다. 5시간 내내 경영권, 기업공개, 신 회장의 국적에 대한 까다로운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국감 도중 그에게 대국민 사과를 주문한 의원도 나왔습니다. 신 회장의 국감은 전체적으로 무난했다는 평가입니다. 예행 연습을 여러 번 했을 정도로 준비가 착실했고, 질문에 유연하고 솔직하게 답해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신 회장이 국감을 마치자 곧장 불참한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종걸 의원은 “다른 기업 총수도 신 회장을 본받아 국감에 참석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했습니다. 국회는 필요하면 대기업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을 불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법으로 엄연히 보장된 일이지요. 그러나 오너 회장을 불러내 호통을 치는 식으로 기업인 소환제도가 변질·악용된 점 또한 사실입니다.

올해 국감에서도 재계 총수들에 대한 의원들의 증인 신청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 상임위별로 검토되고 있는 대상자를 다 합하면 200명이 넘는 기업인이 증인 신청 명단에 올랐습니다. 이 정도면 국정감사가 아니라 기업 감사 수준입니다.

신 회장만큼 주목받지 못했지만 올해 국감에 참석한 대기업 경영진은 50명에 이릅니다. 중견기업 오너와 외국계 기업 CEO까지 더하면 100여명의 기업인이 국회에 나왔습니다. 이들 상당수는 30분도 안 되는 질의 응답을 위해 하루 종일 대기해야 했습니다. 기업에 관한 기초적인 질문을 기업 대표에게 던지는 모습도 여럿 나왔습니다.

국정감사의 목적은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입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세금을 제대로 썼는지, 정책 집행에 오류는 없었는지 감시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기업 경영진을 일단 증인으로 채택하고 윽박지르다 마무리를 합니다. 국정감사가 본연의 모습을 되찾길 바랍니다.

- 조용탁 기자 cho.youngtag@joins.com

1304호 (201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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