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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단통법 어디로] 완전 폐기 vs 대폭 보완 vs 일부 개선 

분리공시제 도입, 보조금 상한제 폐지 재논의 ... 통신비 인하 유도하는 실질적 대안 필요 


▎지난 7월 한 시민단체 관계자가 통신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단통법이 수술대 위에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다. 시행 초부터 개정과 폐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정부도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 국회에도 5건의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무엇보다 소비자 불만이 거세다. 미래창조과학부가 9월 21일부터 열흘간 페이스북에서 자신있게(?) 벌인 ‘단말기유통법, 여러분의 의견은?’ 이벤트에는 1449건의 댓글이 달렸는데, 대리·판매점 종사자로 추정되는 글을 제외하더라도 대부분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수술 방식을 두곤 견해 차가 크다. 대표적인 단통법 반대론자인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완전 폐기’를 주장한다. 지난 4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주최한 단통법 토론회에서 ‘단통법 6개월-과잉규제의 비극’이라는 발제문으로 정부와 공방을 벌였던 이 교수는 “단통법이 소비자 후생뿐 아니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0월 1일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소비자단체인 컨슈머워치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단통법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같은 날 진보성향의 참여연대도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러 정책 대안을 내놨지만 단통법 폐지에는 반대했다. 심현덕 참여연대 간사는 “(단통법) 취지는 좋은 점이 많고 성과가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폐지보다는 대폭 보완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단통법에 문제가 많다는 데는 이의가 없는 셈이다. 단통법이 성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정부는 폐기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부 제도를 개선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리베이트 횡행 여전 ‘단속 강화해야’

단통법 개정 관련 쟁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보조금(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 조항을 명시한 개정안도 3건 발의돼 있다. 정부는 단통법 시행 후, 방통위 고시를 통해 지원금 상한액을 25만~35만원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27만원이었다. 상한액 폐지(삭제)를 주장하는 쪽에선 지나친 시장 간섭인데다, 소비자 차별 방지라는 단통법 목적과도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를 없앨 경우, 이통사들이 과거처럼 소모적인 지원금 경쟁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상한액에 훨씬 못 미치게 보조금을 지급하면 지원금 인상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이통 3사가 단통법 시행 이후 지급하는 보조금은 상한액의 65% 수준에 그친다. 이에 대해 국회 미방위 이인용 수석전문위원은 “지원금 상한제 존폐는 단말기 출고가 인하나 이통사의 서비스, 요금 경쟁 활성화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통법 시행 전부터 최대 쟁점이었던 분리공시제 도입 논란도 뜨겁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통사와 휴대전화 제조사 리베이트 규모를 공개했던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단통법 분리공시제 도입을 통해 리베이트 사용 내용을 공개하도록 강조하고 이를 통신요금 인하 재원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최 의원은 단통법 표결 때 기권을 했던 두 명 의원 중 하나다). 참여연대 역시 “분리공시제는 단말기 출고가 거품을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분리공시로 삼성전자·LG전자가 국내 이통사에 제공하는 장려금 규모가 공개될 경우 해외 시장에서도 동일한 규모의 장려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병태 교수는 “이러한 가격 정보는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에서 협상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분리공시제가 표면화되는 것을 우려해 단통법 개정 문제가 거론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할 정도”라고 전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분리공시제를 관철하지 못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던 최성준 방통위장은 최근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분리공시제 도입은 국회에 발의된 단통법 관련 법안 5개 중 4개 법안에 포함돼 있어, 향후 국회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정부가 리베이트 규제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리베이트 적발이 더 어려워질 것이 얘기가 나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상호 적대적이었던 이통사들의 관계가 경쟁적 공생 관계로 바뀌었다”고 귀띔했다. 과거에는 서로 불법 영업을 당국에 신고하는 분위기였다면, 이제는 시장점유율을 크게 흔들지 않는 수준이라면 서로 침묵하는 것이 상도의로 자리 잡았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대리점·판매점 모두 수입과 관계된 일이기 때문에 경쟁사의 위법행위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일종의 룰처럼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치킨게임에서 죄수의 딜레마로 시장의 양상이 바뀌었으며, 당국도 이런 정황 증거만 놓고 조사를 벌이기 어려운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회 입법조사처 이정윤 입법조사관은 “리베이트와 관련해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현재 상황에서는 단속을 강화해 불법 보조금이 근절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조사관은 “하지만 문제가 지속되면 이통사가 리베이트 자료를 제출토록 하고, 이통사의 리베이트 변경 주기를 공시지원금 변경 주기와 일치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통신 기본료 폐지, 완전자급제 도입 논란도

단통법이 한계를 드러낸 이상, 법안과 상관없이 정부가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 유도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정부가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요금을 통제하는 요금인가제는 ‘폐지와 강화’라는 견해가 맞서 있다. 정부는 요금인가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1위 사업자의 가격 인하가 자유로워지면, 이통사간 가격 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참여연대 측은 오히려 요금인가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간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설립해 요금인가제를 실제 요금 인하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도 논란거리다. 국회와 일부 시민단체는 현행 월 1만1000원인 통신요금 기본료 폐지가 가장 확실한 요금 인하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통 3사를 합쳐 연간 7조5000억원 안팎인 기본료를 없애면 이통사가 적자 전환해 결국 보조금 축소와 통신비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통시장 유통구조를 대대적으로 변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이소 매장의 ‘휴대폰 자판기’나 하이마트·디지털프라자와 같은 양판점이나 제조사 직영매장으로 유통망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는 이동통신 서비스와 휴대전화 유통을 완전히 분리하는 제도다. 쉽게 말하면 소비자가 단말기 구입은 알아서 하고, 이동통신 대리·판매점에서는 요금제 선택 등 가입·개통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제조사-이통사-판매점으로 이어지는 보조금 고리가 끊어지고, 통신비 인하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방통위 측은 완전자급제가 단통법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이동통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도입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 김태윤·김유경 기자 kim.taeyun@joins.com

1306호 (201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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