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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태의 ‘실록으로 읽는 사서’] 인재 발굴의 기본은 객관성·공정성 

추천된 사람도 임금이 직접 확인해야 ... 여론·인기·명성이 진면목 가리기도 

김준태 칼럼니스트이자 정치철학자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국가를 경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인재’다. 어떤 사업을 추진하려면 재원과 관련 법령이 뒷받침돼야겠지만 무엇보다 일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실현시킬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세종도 “정치를 함에 있어서 인재를 얻는 것이 가장 급선무이니, 직무에 가장 적임자인 관원을 선발한다면 모든 일이 다 잘 다스려진다”고 천명했다(세종5.11.25).

결국 임금이 최고인사책임자

그렇다면 누가 인재이고 누가 적임자인가? 인재를 분별해내는 것은 사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선발을 담당하는 사람의 안목도 깊어야 하고, 인재의 능력과 품성을 제대로 살필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더욱이 국정 운영에 필요한 인재의 수는 매우 많다. 이를 리더 혼자 일일이 살펴 고를 수는 없는 것이다. 전통 사회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할 전문가 그룹인 전관(銓官)을 양성한 이유이다. 요즘 기업의 HR팀처럼 말이다. 물론 전관이 관련 업무를 위임 받아도 인재 선발에 관한 임금의 책임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임금은 군자와 소인을 구별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발탁하며 현인을 우대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최고인사책임자(CHO)로서의 자질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전관들도 이를 본받아 좋은 인재를 찾아내 등용하고자 애쓸 것이기 때문이다.

[맹자] ‘양혜왕’ 하편에는 이러한 임금에게 주는 조언이 나온다. ‘좌우의 신하들이 모두 그를 어질다고 말하더라도 가하다 여기지 말고, 여러 대부들이 모두 그를 어질다고 말하더라도 가하다 여기지 말고, 나라 안의 모든 사람들이 어질다고 말한 연후에야 그를 살펴보아서, (직접) 어짊을 확인한 후에 등용하시 옵소서. 마찬가지로 좌우의 신하들이 모두 그를 불가하다 하더라도 듣지 말고, 여러 대부들이 모두 불가하다 하더라도 듣지 말고, 나라 안의 모든 사람들이 불가하다고 말한 연후에야 그를 살펴보아서, (직접) 불가한 점을 확인한 후에 버리옵소서. 이와 같이 한 뒤에야 비로소 백성의 부모라 할 수 있습니다.’

몇몇 사람의 의견만으로 그 사람을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 것이며, 대다수의 생각이 합치되더라도 자신이 직접 확인한 후에 결정을 내리라는 것이다. 이 말이 신하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재는 반드시 모든 백성이 다 좋다고 여기는 사람 중에서만 뽑아야 한다거나 간신이라도 모든 사람들이 다 불가하다고 말할 때까지 내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좌우의 신하나 여러 대부들의 말만 듣고 결정하지 말라는 것은 인재 선발이 주관과 사사로움에서 탈피하여 공정하고도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뜻한다. 나라 안의 모든 사람이 동의한다고 해도 바로 따르지 말고 왕이 직접 확인하라는 것은 여론, 인기, 명성 등이 자칫 그 사람의 진면모를 왜곡시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는 임금과 인재 간의 신뢰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단지 백성들에게 인기가 있다거나 사람들이 좋다고 해서 뽑는다면, 설령 그가 인재더라도 임금이 그를 믿고 중요한 임무를 맡기기란 쉽지가 않다. 심지어 질시와 의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반면에 추천 받았다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임금이 직접 상세히 살펴 등용하게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에 대한 율곡 이이의 설명을 보자.

“벼슬을 시키는 것이 단지 은택을 내려 우대하기 위함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쓰고자 하는 것이라면, 무엇보다 그가 가진 능력을 헤아려 직책을 제수해야 할 것입니다. 벼슬에 나서는 사람도 한갓 작위와 녹봉을 받아 호구지책을 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뜻과 포부를 펼치고자 하는 것이라면, 스스로의 역량을 헤아려 그 명을 받아야 합니다. [맹자]에 ‘좌우가 모두 어질다고 말하더라도 가하다 여기지 말고, 여러 대부들이 모두 어질다고 말하더라도 가하다 여기지 말고, 나라 안의 모든 사람들이 어질다고 말한 연후에야 살펴보아 그 어짊은 확인한 후에 등용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좌우 신하와 여러 대부, 백성들이 모두 어질다고 하였는데도 왜 또다시 깊이 살핀 후에 등용하라 했겠습니까. 정성껏 살펴야 그 선택이 정밀해지고, 선택이 정밀해져야 인재를 깊이 파악하게 되고, 인재를 깊이 파악해야 그에 대한 믿음이 돈독해지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이와 같이 한다면 그렇게 뽑힌 인재가 올린 간언이 실천되고 받아들여져 정치의 혜택은 자연 백성들에게 미쳐갈 것입니다.”(명종20.12.7). 인재는 임금이 직접 정밀하게 살피고 숙고하여 선발해야 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쌓인 인재에 대한 믿음이 이후 인재가 올리는 간언과 충언을 기꺼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신뢰자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남는다. 임금이 인재를 최종적으로 낙점하는 것은 좋지만, 임금의 검토 대상이 될 인재는 어떻게 추려내야 할까? 백성들 모두가 좋다고 여기는 사람이 누군지 임금이 일일이 대상자를 정해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중하위급 관직이야 인사담당관인 전관들이 살펴 적절히 배치한다 해도, 고위급 인재는 어떻게 할까?

‘거주(擧主)’란 역할이 등장한 것은 그래서이다. ‘거주’는 인재의 추천을 담당하는 신하로 공식적인 관직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좋은 인재를 보는 눈만 있다면 재정을 담당하는 호조 판서가 맡을 수도, 이미 물러난 원임 재상이 맡을 수도 있다, ‘거주’는 비밀리에 활동했는데 공개될 경우 인사 청탁이 들어갈 것을 우려해서였다. 이와 관련해 세종 때에 다음과 같은 건의가 올라온 바 있다.

“인재등용을 위해서는 먼저 거주를 얻는 것만큼 좋은 계책은 없습니다. 전하께서는 대신 중에서 거주가 될 만한 사람을 선정하여 비밀리에 사람을 천거하게 하시고, 사람들로 하여금 이 일을 알지 못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천거된 사람에 대해서는 전조(銓曹, 인사업무 총괄부서로 ‘이조’의 별칭)의 의논을 참작하여 현명한지 현명하지 못한지를 시험해보시고, 과연 현명하다면 자격에 구애됨이 없이 차례를 뛰어넘어 등용하십시오. 이것이 맹자가 이른 바 ‘나라 안의 모든 사람들이 어질다고 말한 연후에야 그 어짊을 확인한 후에 그 사람을 쓴다’는 뜻입니다. 이와 같이 한다면 임용된 사람은 임금의 은혜에 감격하여 그 절개를 더욱 힘쓰게 될 것이고, 임용되지 않은 사람은 또한 더욱 분발하여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세종29.2.1). 인재 식별에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을 거주로 임명하고, 그 거주가 임금이 최종 검토할 인재들을 추리도록 하자는 것이다.

청탁 우려해 비밀 인사조직 만들기도

이렇듯 맹자의 조언은 리더가 인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담고 있다. 이 메시지는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할 것이다. 혁신적이고 도전적이며 창의적인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나라와 기업이 ‘인재전쟁’을 벌이는 시대다. 인재를 찾고 그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절실히 인재를 구하는 마음, 그리고 인재를 찾기 위한 성실하고도 치밀한 준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준태 - 칼럼니스트이자 정치철학자. 성균관대와 동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와 동양철학문화연구소를 거치며 한국의 정치철학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 역사 속 정치가들의 리더십과 사상을 연구한 논문을 다수 썼다. 저서로는 [왕의 경영], [군주의 조건] 등이 있다.

1307호 (201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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