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News

[로봇에 밀리는 인간 일자리] “와해성 혁신의 문턱에 서 있다” 

5~15년 안에 사람 대체 … 텔레마케터, 우체국 직원, 요리사 입지 좁아 

콜 스탱글러 아이비타임스 기자

▎자동차 앞 유리창을 장착하는 로봇. / 사진:뉴시스
2차 세계대전 무렵엔 화물열차에 7명의 인력이 배치됐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5명의 승무원이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기관사와 차장 단 2명뿐이다. 철도회사들은 앞으로 승무원을 1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세상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고참 직원들은 한숨짓곤 했다”고 2001년부터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근무한 기관사 J P 라이트(45)가 돌이켰다. “요즘엔 내가 그런 소리를 한다.” 언젠가는 완전 자동화된 화물열차가 차량기지뿐 아니라 철로를 장악할 것이라고 라이트는 예상한다. 그때가 되면 사라지는 직업은 기관사와 차장뿐이 아닐지도 모른다. 작사·작곡가이기도 한 그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불안감이 있다. “심금을 울리는 사운드를 컴퓨터가 만들어내면 포크 뮤지션은 모두 무엇을 하게 될까?”

철도 자동화로 기관사 자리 줄어

라이트의 탄식은 수십 년에 걸친 철도 자동화의 결과다. 승무원을 대폭 줄이려는 철도회사들의 원가 절감 드라이브에 기술혁신이 맞물렸다. 그가 기관사로 일하는 동안 목격한 가장 큰 변화 한 가지는 기차를 원격으로 조종해 차량기지로 이동시키는 기술의 등장이다. 전에는 탑승 기관사들이 지상에 있는 두어 명의 작업자와 함께 차량을 끌어와 교체했다. 하지만 약 10년 전부터 자동화 기술이 탑승 기관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 작업조차 담당자 1명이 하게 됐다. 그는 대형 비디오게임 콘트롤러 같이 생긴 박스에 부착된 단추들을 조작해 모든 움직임을 제어한다.

자동화는 전혀 새로울 게 없다. 방직 수공인의 밥줄을 끊어놓은 초기 직조공장으로부터 차장 일자리를 앗아간 원격 모니터 시스템까지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기본 공식이었다.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새 일자리로 대체된다. 그러나 몇몇 경제학자와 정책 전문가들이 그 공식의 후반부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요즘 등장하는 혁신기술(가령 로봇공학, 생물체를 인공 합성하는 합성생물학, 나노공학, 3D 프린터)의 범위와 속도는 예전과 다르다. 거기에 실업률도 상대적으로 더 높다. 이는 노동력에서 인적 요소가 완전히 배제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미래 노동자들이 요즘의 높은 실업률을 그리워하게 될 잠재적인 반(反)이상향이다.

스탠퍼드대학 기업지배구조센터 연구원이자 저술가인 비벡 와드화는 “정말로 걱정스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사람은 할 일이 없어질 듯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와드화는 최근 ‘기술 특이점 대학(Singularity University)’의 학술 프로그램을 총괄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싱크탱크 스타일의 이 단체는 급격히 발전하는 인공지능을 응용해 거대 난제들에 대처하도록 지도자들을 교육하고 영감과 힘을 불어넣는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는 자율주행차와 기차들이 교통운수 업계 종사자들을 대체하고, 인공지능·센서·스마트폰이 대다수 의사·간호사 등 의료전문가의 역할을 대신하고, 알고리즘이 대다수 기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게 된다고 말한다. 이 모든 변화가 앞으로 5~15년 사이에 일어난다고 와드화는 전망한다.

[로봇의 부상(Rise of the Robots)]의 저자 마틴 포드도 우리가 노동시장의 “와해성 혁신의 문턱에서 있다”고 본다. 필시 앞으로 20년 이내에 변화가 찾아온다고 예상한다. 그것은 대다수 직종이 아무리 보람 있는 일이라도 틀에 박히고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로봇이 곧 제철·소매유통·패스트푸드 같은 분야의 블루칼라 근로자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법률과 의학의 데이터 기반 직종 화이트칼라 근로자들, 가령 재판연구원과 방사선 전문의의 역할은 알고리즘이 대신할 확률이 높다.

고용주들은 이 같은 추세를 은근히 부채질할 것이라고 포드는 말한다. “인간은 믿음직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화 로봇은 아침에 일어나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거나 휴가를 떠나기로 작정하지 않는다. 적어도 상사 모르게 그런 일을 하지는 않는다. 로봇 일꾼은 또한 더 높은 생산성을 약속한다. 그들은 사무실 잡담, 흡연이나 낮잠, 휴식 또는 좋아하는 스포츠 팀 전적을 확인하려는 충동에 휩쓸리지 않는다.

매사추세츠대학(앰허스트) 경제학과 리처드 울프 교수는 그런 주장이 과장됐다고 본다. “20세기, 19세기, 18세기의 기술변화 단계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베스트셀러 책에는 공통된 주제가 깔려 있었다. 최신의 기술 변화는 과거의 어떤 것보다 더 혁신적이고 커다란 변화를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그런 책이 20종 정도 나오면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기업들은 언제나 경쟁적 우위에 이끌려 주기적으로 작업의 기계화·자동화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시스템은 언제나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 방법을 찾아냈다. 따라서 사람들은 번번이 노동에서 벗어날 자유를 놓치고 말았다. 거기에는 경제학적으로 명백한 이유가 있다. 기업에는 물건을 사줄 소비자가 필요하다. 직장에서 정리해고돼 지출을 줄이려 애쓰는 실업자만 남고 소비자가 없다면 3D 프린트 공장에 로봇을 잔뜩 배치해서 제품을 만들어낸들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실업자만 남고 소비자는 사라지면…


그뿐 아니라 정치적 이유도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칼 마르크스의 말을 빌리자면 제 ‘무덤 파는 사람들(gravediggers)’을 배출하도록 정부가 방치하는 건 합당치 않다. 생산 라인에서 자신의 자리를 빼앗은 로봇에 대해서뿐 아니라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수수방관한 선출직 정치인들에 분노하는 실업자 무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정부 당국에는 인간 노동자를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낼, 또는 적어도 인간이 로봇·컴퓨터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노동시장이 형성되도록 할 강력한 인센티브가 있다.

그렇다면 누가 일자리를 잃을까? 인간이 계속 일한다 해도 작업의 유형이 바뀌는 건 분명하다. 의심할 바 없이 향후 수십 년 사이 일부 직종은 사라진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10년여에 걸친 최신 고용전망의 일환으로 자동화·기술변화의 잠재적인 영향을 검토했다. 조사팀은 투자자, 업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은 뒤 조사 결과를 복잡한 모델에 입력해 직종별 전망을 도출했다. 2022년까지 가장 큰 폭으로 쇠퇴하리라고 BLS가 예상하는 직종은 모두 기술적 요소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다. 농민, 재봉틀 기능공, 데이터 입력, 워드프로세서 오퍼레이터, 타이피스트 모두 약 5분의 1 정도 감소한다. 금속과 플라스틱 기기 기능공은 6%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BLS는 “컴퓨터 수치 제어 기기를 작동할 수 있는 근로자의 고용 전망이 가장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BLS가 거론한 직종은 칼 프레이와 마이클 오스본의 연구에서 언급된 몇몇 일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13년 프레이와 오스본이 발표한 훨씬 더 암울한 전망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한다(robots-will-replace-us)’ 진영에서 종종 인용된다. 미국 전체 직종의 47%가 향후 20년 사이 자동화될 위험성이 크다는 내용이다. 텔레마케터, 재봉사, 데이터 입력 오퍼레이터, 계산원, 우체국 직원, 요리사, 법무보조원, 식육처리업자, 기관사 등이 리스트의 상위를 차지한다.

정치적 변수가 일자리 안전판?

라이트는 철로를 잠식해 들어오는 자동화로 직장에서 다소 이방인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단지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되기 때문은 아니다. “내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은 통제 책임을 맡고 있다.” 라이트는 매일 루이빌에서 300㎞ 거리를 주행하는 동안 주로 컴퓨터화된 자동운행 시스템에 의존한다. 하지만 여전히 신호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수년 전 그 기술이 도입된 이후 직무상 피로도가 더 심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라이트가 가진 일자리의 미래는 자동화에 취약한 다른 많은 직업과 마찬가지로 기술뿐 아니라 정치적 변수에 좌우될지도 모른다.

기술은 이미 도입됐지만 미국의 현 노동계약에선 화물열차에 승무원을 1명만 배치하지 못하게 돼 있다. 또한 미국 우체국 서비스 입장에선 창구직원과 우편배달원 대신 우편물 분류기기와 무인기를 이용하는 편이 더 경제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 노동계약 때문에 감원할 수 없다. 항만 근로자, 경비원, 간호원 등과 같이 쉽게 외주를 맡길 수 없는 다른 노조화한 직종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단체교섭 협약이 없는 직종도 고용을 보장하거나 새 일자리를 만들라는 압박이 정치권에 거세다. 이 같은 장벽에도 마틴 포드는 로봇 시대의 도래는 불가피하다고 믿는다. “오인 경보가 많이 울렸다”고 시인하면서도 자기 진영을 이솝우화의 양치기 소년에 비유한다. 결국 늑대가 나타난다는 뜻이다.

- 콜 스탱글러 아이비타임스 기자 / 번역=차진우

1308호 (2015.11.0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