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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주 기자의 글로컬 컴퍼니 | Carlson Wagonlit Travel(CWT)] ‘안전+성과’ 모두 챙겨 출장을 출장답게 

비즈니스 트래블 전문 여행사 ... “한국 대기업 출장과 여행 헷갈려” 


▎사진:오상민 기자
“글로벌 여행사를 하신다고요? 그럼 저렴하고 괜찮은 해외 골프투어 좀 잡아주세요.” 김정현 CWT 코리아 대표가 늘 듣는 말이다. 통상 여행사라고 하면 개인 또는 단체 여행자의 투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패키지여행사(Travel agency)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김 대표는 “우리는 그런 걸 하는 회사가 아니고요~”라고 설명을 시작한다. 설명이 제법 길게 늘어지고서야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긴 설명이 끝나고서야 대부분은 “아하~ 거참 신통한 비즈니스네요”라고 답한다.

어떻게 다르길래 이런 반응일까? 기업 출장은 개인 휴가와 같은 일반 여행과는 목적이 완전히 다르다. 임무가 다를 뿐만 아니라 세세하게 따져보면 완전히 딴판이다. 기업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비즈니스 트래블은 출장 규정에 맞는 예산으로 직원의 안전과 보안까지 책임져야 한다. 일정 중간에 레저 프로그램을 추가한다 해도 목적과 의미, 일정이 개인의 그것과는 크게 차이 날 수밖에 없다. 레저도 업무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많은 기업에서는 출장을 일반 여행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여기곤 한다. 심지어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도 지역별·직급별로 비행편 가격과 좌석승급, 숙박·체류비용에 차등을 두는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출장자가 현지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임무를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 면밀하게 챙기지 않는다. 아니, 챙길 수도 없다. 임의로 작성한 사후 보고서 한 편으로 성과를 판단할 뿐이다. 그래서 말이 출장이지 사실상 일반적인 여행이나 보상 휴가에 가깝다. 현지에 가보지 않고도 쓸 수 있는 보고서만 요식행위로 받는 경우도 흔해 출장의 성과가 크게 떨어지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CWT는 글로벌 출장관리회사(BTMC, Business Travel Management Company)다. 물론 일반 여행사처럼 비행편이나 호텔 등의 예약 서비스도 제공한다. 하지만 개인을 대상으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진 않는다. 기업 단위로 계약기간 내 출장 대부분을 일체 관리한다. 사내 출장규정 및 출장자의 편의를 고려해 목적과 일정이 뚜렷한 비즈니스 일정에 가장 효율적인 이동수단과 숙박시설을 맞춰준다. 하지만 그건 이 비즈니스의 대단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주요 업무는 효율적인 출장 컨설팅


일단 경영 지원 차원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CWT는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여러 차례 사전 미팅을 가진다. 기업의 출장 데이터 및 트랜드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S’를 분석한다. 프로페셔널 서비스(Service), 비용절감(Savings), 안전 및 보안(Safety & Security) 등이다. 이를 고려해 기업에 필요한 최적화된 출장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것이 CWT의 주요 업무다. 최첨단 IT플랫폼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기업의 출장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CWT의 서비스는 출장을 다녀올 수 있도록 해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업을 대상으로 계약을 맺은 회사에만 서비스를 제공하는만큼 해당 기업의 전체 출장 업무를 관장한다. 기업이 지난해 연간 얼마만큼의 전체 출장 비용을 지출했는지를 파악하고 CWT AnalytIQ 라는 IT 플랫폼으로 기업의 연간 출장 데이터를 분석해 주기적으로 리뷰 보고서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이듬해 출장의 비용 절감 방안도 제안한다.

더 큰 서비스는 따로 있다. 기업의 비즈니스 트래블은 일반 여행과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낯선 국가에 임직원을 보내는 것이니만큼 안전문제가 훨씬 더 중요하다. 안전한 이동수단과 루트를 짜고 비즈니스에 필요한 자원을 언제든 구비해 준다. 분쟁이 잦은 위험 지역이라면 안전을 책임질 경호 등 보안팀이 함께 동행해야 한다. 기업 및 출장자 개인의 중요 정보가 새지 않도록 하는 각종 정보 보안 시스템도 필수다. CWT는 비즈니스 출장 관련 안전 및 보안서비스 (Safety & Security)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 기업에서도 시장 개척을 위해 분쟁 지역에 직원을 출장 보내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치밀한 준비 없이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막상 현지에 도착하면 차량과 경호팀을 구하지 못해 호텔 밖에 나서기도 어렵다. 한국에서 흔하게 터지던 와이파이를 잡을 수 없어 자신의 위치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현지 외국인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도 전문 통역가를 구하지 못해 일을 그르치게 마련이다. 호텔로 돌아와 잠시 바람을 쐬러 밖에 나갔다가 현지 불량배들에게 납치라도 당하면 꼼짝없이 국제 미아가 된다. 특히 동전까지 탈탈 털렸다면 중요 외국어조차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경찰서나 영사관을 찾을 수도 없다.

천재지변에 더욱 강한 여행사


▎미국 미니아폴리스에 위치한 CWT 본사. / 사진:CWT 코리아 제공
이런 일을 사전에 미리 대응하고 막는 게 CWT의 일이다. CWT는 세계적인 지점망을 가지고 있다. 지점망 중엔 비교적 안전하고 잘 알려진 나라는 물론, 나라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위험 지역도 포함된다. 위험 지역에 직원을 보내야 하는 회사에게는 가지 말아야 하는 곳과 갈 수 있는 곳에 대한 현지 정보를 상세히 제공한다. 현지에선 직원들의 동선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안내해준다. 정기적으로 출장 중인 사람의 위치를 확인하고 위험 지역에 진입했을 땐 위험신호를 보낸다. 어느 공항에는 어떤 특별한 정책이 있으니 이런저런 걸 가방에 담아선 안 된다는 세세한 팁까지 제공한다. 옵션에 따라선 출장자를 보호해줄 보안팀을 급파하기도 하고, 질병을 앓거나 사고가 나거나 천재지변 등이 발생했을 땐 출장자만을 위한 특별한 귀환수단을 현지에서 제공한다.

이런 서비스는 천재지변 때 특히 위력을 발휘한다. 2013년 북미 북동부를 강타했던 정전사태를 예로 들 수 있다. 미국의 한 대기업 사장은 뉴욕에서 중요한 미팅을 준비하고 있었다. 뉴욕 공항이 통제되고 뉴욕은 한순간에 선사시대로 돌아갔다. 거의 모든 도로가 자동차로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CWT는 24시간 콜센터를 통해 그 사장과 통화를 시도했다. 밤 동안 이동할 수 있는 3가지 옵션을 제시했다. 사장이 있는 위치까지 가이드를 파견해 사장을 데리고 뉴욕을 빠져 나왔다. 사장은 언제 블랙아웃이 있었냐는 듯 다음날 다른 지역에서 약속된 업무를 계속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회사에 같은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각 회사가 가진 고유한 출장 정책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출장을 선호하는 회사라면 보안서비스를 눈에 띄지 않게 처리한다. 사후리포트가 중요한 회사라면 필요한 현지 정보를 정리해서 제공한다. CWT는 이런 광범위한 서비스를 IT로 풀어가고 있다. 계약한 기업의 출장자에게는 스마트폰에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깔아주고 사용법을 알려주는 식이다. 기업 단위로 비싸게 판매하는 프로그램인만큼 일반적인 관련 앱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서비스질이 높다.

이런 덕에 한번 서비스를 이용한 기업의 재가입율이 상당히 높다. 본래 연간 단위로 계약하는데, 통상 3~5년 단위로 계약한다. CWT 코리아의 고객사 유지율은 98%에 달한다. 한번 거래한 회사는 대부분 거래를 유지한다는 얘기다. GE(General Electric)의 경우 20년 넘게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제약, 정유, 화학, 반도체, 자동차, 화장품, 금융 등등 거의 전 업종의 글로벌 기업이 CWT의 고객이다.

WTTC(World Travel & Tourism Council)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여행사의 항공매출 순위(2013년 기준)에선 익스페디아가 394억 달러로 1위다. 그 뒤로 프라이스라인(392억 달러), 아맥스(303억 달러), CWT(269억 달러) 순이다. 하지만 이 순위는 레저와 비즈니스를 구분하지 않은 매출이다. 세계 전체 여행업 비중을 보면 레저는 75.6%, 비즈니스는 24.4%다. 비즈니스만 담당하는 CWT는 BTMC 부분에서 세계 1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대기업조차 자회사에 출장여행 몰아줘

한국의 BTMC 시장은 점차 커질 전망이다. 한국의 여행산업 규모는 약 50조원에 달한다. 이 중 기업에서 시행하는 출장·교육·연수 등의 상용 여행은 전체 시장의 37%를 차지한다. CWT는 이 분야 세계 1위지만, 한국지사의 한국 내 상용여행 업계 순위(항공권 발권액 기준)는 4위에 머물고 있다. 대기업조차 입찰없이 자회사나 친인척 여행사에 ‘일감몰아주기’ 형태로 출장관리를 맡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정현 대표는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해외 글로벌 기업은 전문성과 비용 절감을 고려해 공개입찰 방식으로 BTMC를 선정하고 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대기업조차도 입찰 절차 없이 혈연·지연 관계에 있는 회사에 일감몰아주기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해외에선 한국 기업의 이런 해외 출장 관행을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경영이라고 지적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CWT 코리아의 성장세는 가파른 편이다. 지난해 불확실한 경기와 낮은 경제성장률에도 4%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항공과 호텔 등 한국 내 총 매출액은 800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9% 성장을 바라보고 있다. 그만큼 CWT와 계약한 기업들의 출장비도 많이 절약됐다고 한다. 김정현 대표는 “통상 기업들과 계약하면 연간 출장비의 10~25% 정도가 줄어든다”며 “항공과 호텔 비용 등 총비용 절감을 자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 출장비를 줄이고 CWT는 이익을 늘린다는 설명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CWT가 글로벌 메가 에이전시(Global Mega Agency)여서다. 글로벌 1위 사업자가 가진 구매력으로 항공사나 호텔과의 가격 협상력이 높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모회사가 1300여개의 글로벌 호텔 체인이어서 고객사에 저렴한 숙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경쟁력이다.

- 박상주 기자

1308호 (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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