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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브랜드 출사표 던진 현대차] 뉴 제네시스, 글로벌 무대 질주할까 

대중차 넘어 고급차 시장 공략 … 차별화 전략에 관심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도전해야 변화할 수 있고, 바뀌어야 새로운 가능성이 있습니다. 새 브랜드를 위해 10년을 준비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공개했다. 11월 4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왜 고급 브랜드로 가야 했는지’ ‘시장에서 어떻게 인정 받을지’ ‘앞으로 어떤 차를 출시할 것인지’를 설명했다.

이번에 브랜드 이름으로 소개한 제네시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 받은 기존 현대차 모델이다. 현대차 최초 후륜구동, 최첨단지능형안전시스템 등 선행 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디자인과 기술 관련 시상식에서 거푸 수상하며 가치를 인정 받았다. 현대차가 최고급 세단 ‘에쿠스’가 아닌 ‘제네시스’를 새 럭셔리 브랜드 이름으로 낙점한 이유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프로젝트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브랜드를 대표할 고급차 개발을 위해 ‘프로젝트 BH’를 시작했다. 당시 준비한 차가 제네시스다. 2007년엔 고급 브랜드를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를 위해 2006년 국내와 북미에서 고급차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했고, 외부 전문 컨설팅회사를 통해 시장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2007년 제네시스 출시를 앞두고 고급 브랜드 출시 계획을 뒤로 미뤄야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글로벌 고급차 시장이 위축된데다, 준비한 차량이 제네시스 한 차종이란 점도 걸림돌이었다. 차 한대로 새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마케팅·유통·AS 등 모든 면에서 어려운 일이어서다. 제네시스가 아직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10년을 준비한 브랜드”


고급 브랜드 출시는 뒤로 미뤘지만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운영하며 고급차 시장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계속했다. 2008년 1세대 제네시스를 출시한 직후 현대기아차는 연구소의 시설과 장비를 개선하기 위한 계획안을 수립한 뒤 2011년부터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 4년 동안 연구에 사용한 비용이 2000년부터 2011년까지의 투자금액을 넘어섰을 정도다. 현대차는 고급차 시장과 고급차 고객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개발자 럭셔리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설계, 디자인, 시험 분야 등 고급차 개발 실무진으로 구성된 수십 명의 인력을 독일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 보내 문화를 직접 체험하도록 했다. 정 부회장이 “10년을 준비했다”고 수차례 강조한 배경이다.

고급차 시장의 움직임도 제네시스 브랜드 출시의 배경이다. 세계 고급차 시장은 자동차산업의 새 먹거리로 떠올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세계 고급차 시장은 지난 5년간 연평균 판매 증가율이 10.5%를 기록했다. 대중차 시장 증가율 6.0%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현대차는 세계 고급차 시장 공략에 성공하면 ‘기업 역사의 제2막’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 고급차는 적게 팔더라도 수익성이 높다. 지난해 고급 브랜드의 대표주자 격인 벤츠와 BMW의 영업이익률은 8.8%에 달했다. GM·포드·도요타·혼다·닛산 등 대중차 중심의 브랜드 평균 영업이익률 3.9%의 두 배 이상의 수준이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도전이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는 대중차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한 업종에서 브랜드, 특히 고급 브랜드로 자리잡는 일은 쉽지 않다. 제품의 성능과 가격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역사와 문화와 같은 종합적인 가치가 투영돼야 한다. 벤츠·BMW·아우디는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통해 명성을 쌓아온 기업이다. 일본 브랜드 중에선 렉서스가 고급 브랜드로 꼽힌다. 도요타가 쌓아온 경험과 기술, 자본력 덕에 뿌리 내릴 수 있었다. 현대차가 경험과 기술면에서 도요타를 넘어설 수 있을까? 양웅철 현대차 연구개발 총괄 부회장은 “무조건 비싼 기술을 적용하기보다 비용과 관계없이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기술을 적극 채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네시스는 2008년 현대차의 고급 모델로 첫 선을 보였다. 1세대는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고, 최근 나온 2세대의 판매 실적도 우수하다. 하지만 단일 모델이 아닌 새로운 고급 브랜드의 출범이라는 점에서는 쉬운 도전이 아니다. 새로 내놓을 제네시스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를 진정한 승부의 관건으로 꼽는 이유다.

수익성 좋은 고급차 시장 성장률도 쑥쑥

당장 12월 출시를 앞둔 EQ900(G90)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를 달고 처음으로 시장에 나오는 이 차가 과거 에쿠스와 어떤 차별성을 가질지 현대차가 보여줘야 한다. 뒤이어 나올 G70과 G80을 통해서는 제네시스만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렉서스가 정숙성을, 인피니티는 역동성을 차별화 전략으로 제시했다. 제네시스도 이에 걸맞은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한다.

현대차는 몇 가지 차별성을 제시했다. 제네시스의 모든 모델은 후륜구동과 4륜구동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주행기술을 기본적으로 탑재한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현대차의 철학을 기본 계승하되, 후륜구동의 장점을 살려 후드 부분을 길게 만드는 등 동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나간다. 기존 현대차와는 별개의 디자인팀과 상품연구 인력을 운영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또 당장은 제네시스의 유통과 서비스를 기존 현대차 측과 공유하지만 궁극적으로 별도의 유통망과 서비스 센터를 운영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정 부회장 역시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 알고 있다”며 “모든 힘과 노력을 기울여 꼭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이번 고급 브랜드 출시는 세계 5위 자동차 업체로서 필연적인 도전이다. 하지만 경쟁 업체들에 비해 역사가 짧고, 대중 시장을 지향해왔던 현대차에게 쉽지 않은 도전임에도 분명하다. 정 부회장은 질의응답을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과거 산업화 시절 무에서 유를 창조하던 정신이 우리 안에 아직도 흐르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때보다 훨씬 많은 자산과 기반도 갖고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내실을 쌓아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견고히 하겠습니다.”

- 조용탁 기자 cho.youngtag@joins.com

1310호 (20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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