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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사태로 본 테러의 경제학] 소비심리 위축으로 경제에 주름살 

증시·환율 영향은 대개 단기에 그쳐 ... 경기 침체기에는 악순환 고리 될 수도 


▎프랑스 파리 리퍼블릭 광장에 마련된 테러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summary | IS의 프랑스 테러 사건을 계기로 국내외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테러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만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2000년대 들어 발생한 미국·스페인·영국에 대한 테러는 악재로 작용했지만 파장이 길지는 않았다. 잠깐 떨어진 주가는 빠르게 회복했고, 9·11 테러를 제외하면 유가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했다. 그러나 소비심리 위축, 국방비 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 악화 등은 경기 침체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특히 또 다른 테러가 이어진다면 글로벌 경제에 예상보다 깊은 생채기를 낼 가능성도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11월 13일 발생한 IS(이슬람국가)의 테러로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경제도 숨을 죽이고 있다. 특히 오랜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던 프랑스 경제는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됐다. 테러가 발생하기 불과 몇 시간 전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올해 프랑스는 2011년 말부터 이어진 저성장의 늪에서 마침내 탈출했다”며 “올해 1.1%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많은 전문가는 “이번 테러가 세계 경제에는 악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악영향 여부와 지속 기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이번 테러가 단기 충격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은 과거의 테러 사례를 예로 든다. 2000년대 들어 프랑스 테러와 견줄 만한 사건은 3건이 있었다. 2001년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9·11 테러,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의 폭탄 테러, 2005년 영국 런던의 지하철 테러다. 이 중 경제에 가장 큰 충격을 준 테러는 9·11 테러다. 민간인이 탄 비행기가 폭발하고 뉴욕 중심부의 고층 빌딩이 무너져 도심이 아수라장이 됐다. 무엇보다 미국 본토가 공격을 당했다는 충격이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세계 어디에도 안전지대는 없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것. 9·11 테러 당일 미국의 주가는 7.14% 떨어졌고, 일주일 후에는 10.57%로 주가 하락의 폭이 커졌다. 이후 완만하게 회복세를 탔고, 사건 이전의 주가까지 회복되는 데는 약 40일의 시간이 걸렸다.

스페인 마드리드 테러 사건 발생 후 일주일간 5.94%의 주가가 하락했고, 주가가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20일이 걸렸다. 이와 달리 런던 지하철 테러는 주가 하락의 폭도 크지 않았고 주식시장이 완전히 회복하는데도 일주일이면 충분했다. 테러 후 세계 각국의 주가 흐름을 볼 때, 테러라는 외생변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극히 단기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테러 이후 유럽의 주식시장 역시 차분하게 대응하는 분위기다. 유럽 대부분 국가의 주식하락 폭이 크지 않았고, 미국은 테러 이후 첫 거래일의 주식 가격이 1% 올랐다.

프랑스 테러가 유로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프랑스는 유로존 국가 중 경제 규모가 두 번째로 크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의 7.5%를 관광산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출보다는 내수 중심의 경제라는 특징이 있다. 테러는 사건이 발생한 국가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게 마련이다. 또 당분간 프랑스를 방문하는 여행객이 줄어들 게 불 보듯 뻔하다. 프랑스 국민의 소비심리 또한 얼어붙을 확률이 높다. 김동원 SK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미국 9·11 테러 이후 급락한 소비자 심리지수가 회복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4개월이다. 사건의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지난 4월 한국에서 일어난 메르스 사태도 참고할 만하다. 관광과 문화에 대한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소비심리도 얼어붙게 만들었다. 한국도 소비심리 회복에 약 4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프랑스 역시 약 4개월간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이 기간에 프랑스에서 소비가 가장 활발한 연말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관광 수입 감소와 내수 침체에 따른 충격이 더욱 클 수 있다.

국방 지출 증가는 경제에 독 될 수도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 경기가 침체되고 유가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한국은행이 2000년대 이후 일어난 세계의 테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테러에 따른 유가 변동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테러가 원유생산국이나 원유생산 관련 시설에서 발생했을 때는 유가 폭등의 원인이 된다. 이와 달리 그 외의 지역에서 발생하면, 경기 침체에 따른 유가 폭락을 유발할 수 있다. 뉴욕·마드리드·런던 테러 직후에도 유가가 일시적으로 반등했다가 곧바로 급락하는 흐름이 있었다. 당장은 프랑스 테러에 따른 유가 변화는 없지만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면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파리 테러 직후 유럽 각국이 국경 통제를 강화한 것처럼 테러 탓에 교역이 위축되는 것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유럽의 많은 나라가 국경을 통과하는 사람과 화물에 대한 검문과 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 수출하는 기업의 운송비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간 교역비용이 1% 증가하면 거래 물량은 2~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국가들의 검문과 검색이 앞으로 어느 정도 강화될지, 얼마나 오랜 기간 지속될지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과 보안 부문을 강화하면서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대목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결국에는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국방비 지출과 민간의 보안 관련 지출이 늘면 일시적으로는 총수요가 증가해 경제 성장을 이끌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재정수지를 악화하고 자원 사용의 비효율을 유발해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OECD의 연구결과가 있다.

프랑스 테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정확하게 전망하려면 두 가지 변수를 따져야 한다. 그중 하나가 정책적 대응이다. 미국이 9·11 테러 후폭풍을 극복할 당시에는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뒷받침됐다. 당시 미국은 IT버블 붕괴에 따른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던 중이었다. 여기에 더해 테러 이후 1.7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한국 역시 올 초 메르스 사태 당시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하반기 부양책을 발표하는 등 소비심리 회복을 위해 애를 썼다.

자연스럽게 세계의 관심은 유럽중앙은행(ECB)으로 쏠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1월 19일 ‘ECB가 12월 3일 예정된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사상 최저치인 기준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 ECB의 기준금리 인하폭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ECB가 기준금리를 내린다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유로화 가치 회복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추가 테러 여부가 변수

더 중요한 변수도 있다. IS의 추가 테러 위협이다. 테러의 공포가 이미 확산된 가운데 추가 테러는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10월 31일 발생한 러시아 국적 비행기 추락 사고가 IS의 테러 탓으로 밝혀졌다. 세계 곳곳에 IS의 테러 위협이 이어지고 있다. 11월 18일에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독일과 네덜란드 축구 국가대표팀의 친선경기가 테러 위협으로 취소됐다. 직전인 11월 16일에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에 테러 위협이 감지돼 학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IS가 ‘우리는 미국의 중심인 워싱턴을 타격할 것을 맹세한다’는 동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에 유포한 다음에 벌어진 일이라 미국에서도 긴장이 감돌고 있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박스기사] 한국 경제도 안전지대 아니다?

테러 방지 대책 놓고도 여야 대립만…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가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은 큰 파장은 없는 모습이다. 테러 직후 증시가 잠깐 요동치기는 했지만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월 19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프랑스 테러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테러 이슈가 사라지지 않은 만큼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 장관은 “사태 전개 추이에 따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테러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면밀히 점검해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한국 경제가 위협받는 일은 없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남았다. 한국에 직접적인 테러가 발생했을 때다. 11월 18일 새누리당과 정부는 당정협의를 갖고 “한국은 더 이상 테러 안전국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지난 5년간 테러단체 가입자거나 테러 위험이 있는 인물로 판별된 사람이 국내에 입국을 시도했다 적발돼 출국 조치한 사람이 50명이 넘는다”며 “파리 테러의 주범인 IS에 공개 지지를 표명한 사람도 10여명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도 “최근 한국에 온 시리아 난민 200명 중 135명은 체류 허가를 해 임시 거처에 체류 중이며, 65명에 대해서는 위험도를 심사하고 있다”고 밝히며 테러 위험을 경고했다.

이에 당정협의에선 국정원을 컨트롤타워로 하는 테러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약 1000억 원이다. 최근 생화학무기 같은 대량 살상무기를 앞세운 테러와 사이버테러 같은 새로운 방식의 테러가 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장비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복지부(260억원), 국방부(91억원), 국민안전처(291억원) 등이 테러 방지에 필요한 예산을 요청했다. 복지부는 생물화학 테러에 대비한 백신 구입, 국방부는 생화학탐지 장비 구입, 고속무장 보트를 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장 1000억원의 예산을 별도로 확보하려면 국가 재정에는 부담이다. 더 큰 문제는 테러 방지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정부의 계획이 발표된 직후 야당이 바로 반격에 나섰다.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정원이 대(對) 테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 부적절 하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권한 남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에 추가 예산이 배정되는 것을 두고정부의 새로운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난까지 나온다. 여당은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있다’고 맞선다. 대립이 장기화될수록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경제에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1312호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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