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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어디로 | 일자리·소득 늘까] 청년도 장년도 일자리는 그림의 떡 

제조업 불황에 정년연장 본격 시행... 노동개혁은 지지부진 


▎9월 13일 노사정 대타협이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아직 구체적인 결과물은 하나도 없다.
‘민간기업의 인력 부족이 지속되고, 창업도 전반적인 개선세를 보이는 등 기업의 노동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제조업 경기 둔화와 구조조정 본격화에 따라 신규 구인수요는 위축 가능성이 있다. 청년 고용대책이 본격화되고, 대폭 늘어난 일자리 예상으로 추가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정년 연장은 일시적으로 청년 고용에 부담이 될 요인이다.’ 기획재정부가 12월 16일 발표한 ‘2016년 경제 전망’에서 고용 부문을 발췌·요약한 내용이다. 기대와 우려가 섞인 전망이다. 정부는 이런 전제로 2016년 취업자가 35만명 늘고, 고용률(15~64세)은 올해보다 0.6%포인트 상승한 66.3%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률 전망치는 올해보다 0.1%포인트 내려간 3.5%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커보인다. 일자리는 구조적인 문제다. 가계·기업·정부의 활동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정부가 제도와 정책을 통해 큰 틀을 짜고 성장 계획을 세우면, 기업은 사업을 하고, 그 수익의 일부가 가계 소득으로 흘러들어간다. 사업 규모가 커지거나 새로운 산업이 생기면 일자리가 더 늘어난다. 경제 성장기엔 이 바퀴가 큰 무리 없이 돌아간다. 기업이 조금 주춤하더라도 정부나 가계의 여건이 괜찮으면 거시 정책이나 소비를 통해 돕고, 가계가 어려우면 기업이 투자를 늘린다. 그러나 저성장기에는 이런 선순환이 잘 안 된다. 누구라도 여력이 있어야 틈을 메울 텐데 다 같이 힘들면 모두 제 걱정하기 바쁘다.

가계·기업·정부 모두 “힘들다”


▎회사별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의 두산인프라코어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 올해 발령받은 신입사원까지 포함해 20~30대 사원들의 희망퇴직 사례가 블라인드를 중심으로 온라인 상에서 퍼지고 있다.
지금 한국의 모습이 그렇다. 모두 사정이 안 좋다. 가계는 소득 정체와 부채에 시달리고, 기업은 실적 악화와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 단기적으로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 버틸 순 있지만 아무리 늘려도 기업의 일자리와 비교할 숫자가 아니다. 결국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 사정이 좋지 않을 때마다 정부는 대기업을 다그쳤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도 ‘죽겠다’며 아우성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 이익률은 2013년 4.7%에서 2014년 4.3%로 하락했다. 1000원어치를 팔아 비용이나 세금을 제하고, 남은 마진이 43원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상장법인 1536개사와 비상장 주요 법인 19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기업경영분석 결과다. 한국은행이 이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벌이가 가장 신통찮았다. 덩치도 쪼그라들 조짐이다.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3년 0.7% 증가에서 2014년 1.5% 감소로 돌아섰다. 매출액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1% 감소) 이후 처음이다. 내수·수출 동반 부진이 이어진 2015년 성적표는 더 나쁠 것이 확실하다.

긴 불황은 제조업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 둔화, 가계부채 위험성 증가로 인한 소비 위축, 미국 금리 인상 및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 증폭, 환율 및 원자재 가격 변동성 심화 등 악재가 쌓여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까지 인력 감축에 나서는 마당에 채용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저성장과 기업 실적 부진보다 더 복잡한 난제가 또 있다. 노동시장 불균형이다. 한국은 대기업 중심으로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해왔지만 중소기업의 고용 여력은 여전히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고, 교육에 막대한 투자(학력 인플레)를 하면서도 인적 자원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동시에 초고속으로 고령화가 진행돼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만성질환을 내버려둔 채 노동시장 내부의 문제, 즉 정년이나 임금·해고 등의 키워드에만 집중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박근혜정부가 2015년 노동개혁을 최대 과제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2016년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들은 정년을 60세로 연장해야 한다. 이미 많은 기업이 준비를 해왔다고 하지만 임금피크제 등 여러 수단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정년 보장과 청년 고용 효과는 미지수다. 정규직 과보호 완화, 갈수록 벌어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도 단 1년 만에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난제다. 2016년 일자리 전망이 어두운 또 하나의 이유다.

새로 노동시장에 들어올 청년 구직자 입장에서 보면, 2016년은 2015년보다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4년 10월 55만5000명이었던 2015년 10월 취업준비생은 63만7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취업준비생이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5%에서 4.0%로 증가했다. 이는 추세적 흐름이다.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취업재수생이 꾸준히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30대 그룹의 2016년 채용계획 역시 전년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 경제가 엄청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않는한 2016년에도 기업의 공격적인 채용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소득 증가율도 찔끔


일자리가 부족하고, 고용 사정이 안 좋은데 임금이 늘어날 리 없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498개사의 2015년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오히려 증가했다. 누적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7%, 11.3%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도 각각 0.9%포인트, 0.6%포인트 상승했다. 수익성 개선이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과 환율 상승효과에 기댄 측면이 크지만 위기 대응 차원에서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도 한몫했다. 불황에 따라 매출 정체는 피할 수 없더라도 기업 입장에서 이익만은 지켜야 한다. 경제 상황이 나빠질수록 기업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고, 그 중심엔 인건비 절감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8월까지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월 평균 임금은 325만원으로 2014년 같은 기간(315만원)에 비해 2.9% 올랐다. 8월까지 평균 물가상승률(0.6%)을 뺀 실질 임금상승률은 2.3%다. 2014년 실질임금 상승률(1.2%)의 두 배에 가깝다. 하지만 이 역시 기저효과다. 실제로 2012년과 2013년 각각 3.1%, 2.6%를 기록했던 실질 임금 상승률은 2014년 지나치게 낮았다. 통상임금·정년연장 등의 이슈로 기업의 임금단체협상 타결률이 저조했던 탓이다. 덜 올랐던 것이 정상을 찾은 것뿐, 실제로 임금이 많이 오른 건 아니란 얘기다. 많은 서민이 임금 상승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ins.com

1317호 (201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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