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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직장에서 사소한 일이란 없다 

조직이나 상대엔 중요한 일일 수도 ... ‘인사권자는 자기 자신’ 

김종명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일러스트:중앙포토
중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공장장과 함께 공장 견학을 하던 중에 바닥에 볼트가 떨어진 것을 발견했다. 공장장은 얼굴이 새파래졌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조그만 볼트 하나 떨어진 걸 가지고 왜 저렇게 호들갑을 떨지?’ 공장장이 말했다. “이게, 그냥 볼트 하나가 아닙니다. 이게 어떤 장비에서 빠졌는지 알지 못하면 큰일입니다. 만약 볼트가 빠진 상태로 장비가 출고된다면, 대형 사고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소한 일, 허드렛일, 잡일 등으로 가볍게 보는 것이 무수히 많다. 그러나 이 공장의 사례에서처럼 직원들에겐 볼트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이 사소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코칭을 하면서 만난 어느 임원의 이야기다. 그 분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20년 넘게 최고의 평가를 받으면서 승승장구했다. 비결을 물었다. “사소한 일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겁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허드렛일을 자발적으로 하는 겁니다. 책임소재가 분명하지 않은 경계에 있는 일을 자처해서 하는 게 저의 비결입니다.” 그 분은 팀장이 되기 전에는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았는데, 팀장이 되고 나서부터 출중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팀 간의 업무경계가 불분명하고 사소해 보이는 일은 자진해서 했다. 그러면 팀원들은 불평했다. “팀장님은 왜 꼭 우리 팀이 안 해도 될 일을 자꾸 가져옵니까?” 그럴 때마다 그 분은 팀원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게 다 너희들 잘 되라고 하는 거야!” 그러면 팀원들은 무슨 뚱딴지 같은 궤변이냐고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 분은 팀원들에게 말했다. “상사의 입장에서 보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팀장들이 서로 자기 일이 아니라고 발뺌을 한다면 상사는 어떤 생각이 들겠나? 그런데 우리 팀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허드렛일을 처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팀에게 어떤 일이 생기겠나?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길 거다.” 그 결과 이 팀은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팀원들은 빨리 승진했다. 업무 경계가 불분명하고 사소해 보이는 일을 지속적으로 한 덕분에 이 임원도 고속승진을 했다.

남이 싫어하는 허드렛일 자발적으로 해야

임원 코칭을 위해 어느 회사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사무실이 웅성거렸다.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더니 조금 전에 승진 발표가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그 임원이 말했다. “저 친구들, 자기를 승진을 시키는 인사권자가 누군지 몰라서 저러는 겁니다.” 나는 의아했다. ‘아무리 그래도 직원들이 자기의 인사권자가 누군지 모를 리가 있나?’ 그 임원은 말했다. “형식적으로는 상사가 인사권자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인사권자는 자기 자신입니다.” 나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아서 자세하게 말해달라고 했다.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닙니까? 평소의 행동이 모여서 평가로 이어지는 건데, 자기 일이 아니라고 뒷짐만 지고 있거나, 허드렛일은 하지 않으려고 빤질거리는 사람은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지요. 자업자득입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사소한 일인지, 아니면 실제로는 중요한 일인데도 자신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인지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겠는가? 간단한 비결이 있다. 실제보다 자신이 두 직급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장 때의 일이다. 본부장에게 결재를 받으러 가면 본부장은 꼭 물었다. “만약, 김 과장이 본부장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하겠어?” 나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감했다. 본부장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부장이 꼭 그렇게 질문을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본부장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시 본부장은 나보다 두 직급이나 높았다.

이렇게 두 직급 높은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습관이 되니까, 한 직급 높은 사람들의 생각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내가 사소하게 생각하는 허드렛일이 그들에겐 매우 중요한 일인 경우가 더 많았다. 그때 본부장이 알려준 교훈이 있다. “김 과장, 당신은 큰 것만 챙기려고 하는데, 사소하게 보일수록 더 크게 챙겨.” 그때 내가 맡은 일은 지점장들이 본부장에게 올리는 결재를 중간에서 검토하는 것이었는데, 내 입장에서 사소하게 생각하고 중간에서 빼버리는 것에 대한 본부장의 지적이었다.

물론 실제로는 업무의 우선순위가 다르고, 중요성의 차이가 나는 일이 엄연하게 존재한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미 ‘아이젠하워 법칙’에 따라 일하고 있다. ①긴급하면서 중요한 일을 먼저하고 ②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은 위임하고 ③긴급하지도 않으면서 중요하지도 않은 일은 폐기하고 ④비록 긴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일을 미리 챙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일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업무 파트너 또는 상대방과 우선순위가 다르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약속을 한다. 그런데 우리는 큰 약속은 잘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사소한 약속은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스티븐 코비 박사는 경종을 울린다. 존경받는 리더가 되려면 작은 약속을 더욱 잘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저는 아무리 사소한 약속이라도, 약속을 했으면 반드시 지킵니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아빠가 비록 약속을 잘 해주지는 않지만,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저에게 약속을 받아내려고 안간힘을 쓴답니다.”

큰 약속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작은 약속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실제로 그 사람이 신용이 있는지 아닌지는 큰 약속을 지키는지 보다 오히려 작은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에 따라 좌우된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한때 ‘늑대 소년’이었다. CEO 시절에, 직원들은 술자리에서 크고 작은 부탁을 많이 했다. 나는 쉽게 약속했다. 그리곤 까먹어버렸다. 술자리라는 핑계였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술자리에서 사장님이 하는 말은 절대로 믿지 마라’고 직원들끼리 수군거렸다고 한다. CEO가 직원들에게 한 약속이 어찌 직원들에게 사소한 약속이었겠는가?

자신의 일에 가치 부여해야

어떤 일이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되면, 심각하게 자신의 생각을 돌아봐야 한다. 어쩌면 조직 전체를 보지 않고 자신의 입장만 챙기고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어떤 일이 허드렛일이라고 생각된다면 그 일은 누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하기엔 허드렛일이지만, 상대방에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마음속으로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허드렛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행복하기 어렵다. 자신을 하찮은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 일을 크게 생각하는 사람이 더 행복하고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

1318호 (201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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