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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골프용품 ‘핫 리스트’] 필드 라이벌 콧대 누를 비장의 무기들 

소재 다변화로 무게 조절 자유자재 ... 퍼터는 디자인 매력도 높여 

남화영 헤럴드스포츠 편집부장

해마다 1월 말이면 미국 플로리다의 올랜도에 전 세계 골프용품 업자들이 총집결한다. PGA투어가 주최하는 머천다이즈 용품쇼가 열리기 때문이다. 인기 선수가 사인회도 열면서 흥을 돋운다. 올해는 나이키골프·미즈노 등 대형 브랜드의 불참으로 다소 맥이 빠졌다. 그러나 새로운 용품과 첨단 기술력은 어김없이 돋보였다. 골프 전문 매체인 [골프다이제스트]에서는 용품쇼를 전후해 해마다 한 해 모든 클럽을 올 가이드하는 ‘핫 리스트’ 기획을 2004년부터 발표하고 있다. 용품쇼에서 주목받은 브랜드와 핫 리스트를 통해 올해 필드에서 주목할 모델과 첨단 기술, 특징 등을 살펴봤다.

[드라이버] 탄소 소재와 어드저스터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목할 테마는 조정 가능성 즉, 어드저스터블(Adjustable)에 있다. 지난해 호평을 받았던 테일러메이드 R15는 1836가지로 세팅할 수 있었다. 올해는 더욱 현란해졌다. 테일러메이드가 내놓은 M1의 세팅 조합 수가 무려 2500가지로 더 세분화됐다. 각종 첨단 소재 덕에 무게와 부피의 한계를 넘어서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M1의 경우 크라운을 가벼운 탄소섬유로 만들고 소울에는 두 개의 T자형 트랙에 딸린 웨이트(무게추)로 볼의 높낮이와 페이스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지난해 나온 R15는 한 개의 트랙에 두 개의 웨이트를 달았었다. 너무 다양한 어드저스터블에 짜증 낼 골퍼를 위해 기능성을 줄인 쌍둥이 M2까지 내놓아 선택의 폭을 넓혔다.

코브라의 킹 드라이버는 무게중심을 페이스 중앙에 더 가깝게 옮겼다. 이런 덕에 에너지 전이율이 향상되고 스윗스폿에서 벗어난 지점에 볼이 맞아도 비거리의 손해가 적도록 했다. 웨이트를 움직여 무게를 조절하는 드라이버의 고민은 결국 무게 배분에 있다. 코브라는 탄소합성 물 크라운과 가벼운 탄소섬유로 이동 채널을 만들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래서 이동할 수 있는 무게(18g)를 늘려 조정가능성을 확장했고, 무게중심은 낮춰서 스핀을 줄이고 에너지 전이율을 높였다. 가벼운 티타늄 합금 바디로 질량까지 줄여 가벼운 느낌을 살렸다.

나이키 베이퍼는 헤드 소재의 60% 이상을 가볍고 강한 탄소섬유와 볼에 사용하던 레진 폴리머로 배합했다. 밀도가 티타늄의 3분의 1이기 때문에 질량을 줄일 수 있었고, 웨이트를 보강할 여지도 생겼다. 덕분에 무게중심이 앞에서 뒤로 옮겨가면서 발사각도와 스핀 성능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무게추를 뒤에 놓으면 발사각도가 높아지고, 앞에 높으면 스핀량이 적어진다). 디자인이 파격적인 것도 무게 조절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드와 하이브리드] 볼 띄우기 쉽고 사용도 편하게


페어웨이우드에는 더 얇고 가벼운 소재를 사용하면서 샷을 높이 발사하기가 더 수월해졌다. 2년 전에 드라이버에 필적할 성능으로 대히트한 X2핫까지는 아니지만, 캘러웨이의 올해 빅버사 페어웨이우드는 드라이버처럼 조정가능한 호젤과 소울의 웨이트가 특징이다. 무게를 줄인 합성 크라운 소재와 헤드 전체를 감싸는 컵 페이스는 볼의 속도와 실수 완화성을 높여준다.

핑골프의 페어웨이우드 G는 볼을 띄우기 쉬운 모델로 승부할 계획이다. 리딩에지를 낮춰서 임팩트 위치를 12% 높이고 무게중심은 더 낮췄다. 이로써 스윙에 전혀 변화를 주지 않고도 볼을 더 높이 띄울 수 있다. 소울이 페이스를 향해 층층이 내려가면서 페이스에 가까울수록 얇아지도록 조성해 임팩트에서의 탄성을 높였다. 소울 뒤쪽에 무게를 추가해서 중심에서 벗어난 샷의 안정성도 높였다. 핑의 하이브리드인 G크로스오버는 마치 드라이빙 아이언 같다. 토우 안쪽에 추가한 무게는 중심에서 벗어난 샷의 안정성을 높이고, 고강도 스틸 페이스와 얇게 처리한 소울은 스프링 효과를 높여서 비거리를 늘려준다. 이처럼 롱 아이언의 자리는 하이브리드가 해마다 야금야금 빼앗아가고 있다.

타이틀리스트의 하이브리드 816은 스프링 효과를 발휘하는 소울의 채널, 얇은 고강도 스틸 페이스로 비거리 효과를 극대화 했다. 게다가 선택의 폭이 넓다. 9가지로 조정가능한 헤드(18~29도)는 두 가지 형태로 출시된다. H1은 더 큰 만큼 실수 완화성과 발사각도가 높다. 오프셋인 H2는 하이브리드를 아이언처럼 쓰는 골퍼를 위한 모델이다. 선택의 폭이 넓고 쓰기 쉬운 하이브리드의 추세로 롱 아이언 시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아이언] 보론, 레진 소재로 무게 조절

드라이버가 한 개로 여러 가지 옵션을 가능하게 했다면, 아이언은 여러 개의 클럽을 한 개처럼 쓰도록 하는 조작 편의성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이 모아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샷 감’에서 선두를 달리는 미즈노의 JPX 850 포지드는 변함없는 인기 상품이다. 보론(붕소) 삽입 스틸을 사용해 무게를 대폭 줄였다. 얇아진 페이스 덕에 볼 속도를 높이면서도 무게는 5g 줄였다. 포켓 캐비티에서도 21g을 감량했다. 이렇게 줄어든 무게는 주변부에 배치해서 실수 완화성의 증가를 꾀했다. 3중 커팅한 소울은 샷 감을 높인다. 상급자용 모델인 MP-25 역시 보론 카본 스틸로 무게 부담을 덜었다. 클럽 페이스를 더 얇게 처리했고, 페이스 뒤쪽에 숨어 있는 비스듬한 경사면의 홈으로 비거리 증가를 꾀했다. ‘혁신’을 표방하는 나이키는 아이언에서도 변형을 시도했다. 베이퍼 플라이 4~7번 아이언에는 가운데가 빈 중공(中空) 구조의 캐비티 디자인을 썼다. 가벼운 탄소섬유를 보강한 레진 소재를 넣어 헤드 하단에 중량을 집중해서 볼 탄도를 높이도록 했다. 이 같은 소재 변화를 통해 얻어낸 중량 14g은 실수 완화성을 높이도록 양쪽으로 재배치했다.


[웨지] 맞춤옷처럼 다양한 선택 사양

미 PGA투어에서 60도 웨지가 처음 사용된 해는 1980년이다. 톰 카이트는 그걸로 이듬해 평균 최저타 스코어로 바든 트로피를 받았다. 숏게임 마술사인 필 미켈슨은 64도 웨지로 마술 같은 로브 샷을 선보인다. 웨지는 내 손발처럼 핀에 짝짝 잘 붙어야 한다. 개인차와 기호를 세밀하게 반영하는 모델이 매년 출시된다. 타이틀리스트의 보키 디자인 SM6은 맞춤옷처럼 골퍼의 개인차를 반영한 제품이다. 무게 배치는 로프트에 따라 달라진다. 낮은 로프트는 무게중심을 낮춰서 숏아이언부터 일정한 간격의 거리를 기대할 수 있게 했고, 높은 로프트의 높은 무게중심은 거리 편차를 줄여준다. 그루브 역시 스핀의 최적화를 위해 로프트에 따라 변화를 주었다. 클럽 피팅의 원조 브랜드인 핑은 4개의 스윙별 소울 그라인드를 가진 글라이드(GLIDE)로 숏게임 클럽 시장을 공략할 태세다. ‘미끄러 진다’는 의미의 글라이드는 얕은 디봇을 파내는 골퍼들을 위한 얇은 소울부터, 벙커 친화적인 새로운 아이 소울까지 선택 폭을 넓혔다. 그루브도 로프트에 따라 다르다. 낮은 로프트에는 면적을 넓혔고, 높은 로프트 모델에는 스핀을 더 넣도록 예리하게 모서리 작업을 했다. 크롬 마감을 해서 러프가 젖었을 때에도 마찰력이 생기도록 한 점도 주목할 특징이다.

[퍼터] 예술과 과학의 어울림


올해 출시된 퍼터들은 골퍼의 감성에 호소하는 특징이 더욱 강하다. ‘보기에 좋은 클럽이 느낌도 좋고, 결과까지 좋다’는 논리가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이 바로 퍼터다. 모양과 기능은 비슷해졌지만, 브랜드마다 예술적인 디자인에 치중했다. 물론, 기능상의 변화도 감지된다. 캘러웨이는 오딧세이의 화이트핫RX, 웍스버사, 탱크 크루저 등에서 페이스 인서트에 변형을 주어 초기의 볼 구름을 좋게 했다. 스테인리스스틸 메시를 자사의 트레이드마크인 폴리머 인서트(삽입물)와 융합하면서 마찰력을 높여 볼이 더 잘 구르도록 했다. 핑은 설립자인 카스텐 솔하임이 전설적인 앤서를 내놓은 지 50년을 맞아 히트 상품이던 앤서의 유전자를 넣은 TR1966을 선보였다. 거기서 한 가지를 업그레이드시켰다. 볼이 더 일관되게 굴러갈 수 있도록 페이스에 그루브를 새겼다. 타이틀리스트의 스코티카메론이 올해 출시한 셀렉트 모델은 스테인리스스틸의 인서트를 넣었는데도 더 부드러운 타구감을 준다. 비결은 페이스 뒤에 넣은 진동 흡수막이다. 이쯤하면 ‘디자인은 예술이고 성능까지도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남화영 헤럴드스포츠 편집부장

1323호 (20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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