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ES 300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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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결혼 30주년을 맞아 어머니에게 차를 선물하려고 한다. 예산은 5000만원 내외이고, 어머니는 이전까지 현대차 쏘나타(가솔린 모델)를 탔다. 어떤 차가 좋을까?’
▎메르세데스-벤츠 E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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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나이를 50대 중반 정도로 예상하면, 가솔린 세단을 추천한다. 최근 디젤 엔진 기술이 발달해 소음과 진동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나이든 사람에게 디젤차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처음 시동을 걸었을 때, 신호 대기 상태에서, 또 장거리 운전을 할 때 아무래도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다. 특히 예전에 타던 차가 가솔린 세단이었다면 디젤차의 소음과 진동은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다행히 예산이 비교적 넉넉한 편이라 고를 수 있는 가솔린 세단이 많다.가장 먼저 추천할 차는 일본 도요타의 렉서스 ES 300h다.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한국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ES시리즈의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하이브리드라서 다소 어색하다 느껴질 순 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도요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양산형 하이브리드를 개발한 회사다. 그만큼 완성도 높은 하이브리드 차를 만든다. 지난해 ES 300h는 한국에서 5006대가 팔렸다. 가솔린 모델인 ES 350 판매량의 10배에 달하는 숫자다. 렉서스의 주력이 가솔린에서 하이브리드로 넘어 왔음을 시사한다.렉서스 브랜드의 최대 강점은 정숙성이다. 처음 렉서스를 경험하는 사람은 안락함과 부드러움에 매료된다. 차를 운전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몇 안 되는 차다. 2000년대 초반 렉서스 ES가 국내 수입차 시장을 장악한 이유이기도 하다. ‘강남 쏘나타’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렉서스가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에 ‘가솔린 세단’의 표본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S시리즈의 완성도 높은 하이브리드 모델
▎현대 제네시스 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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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 300h는 과거 렉서스 세단의 강점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부드럽고 조용하다. 하이브리드로 넘어오면서 2가지 강점이 추가됐다. 강력한 성능과 수준급의 연비다. ES 300h는 2494cc 배기량의 가솔린 엔진과 두 개의 전기모터를 결합했다. 처음 시동을 켜면 전기모터만 작동해 사방에 적막이 흐른다. 시동이 켜졌는지는 계기판의 EV 표시에 초록불이 들어오는 것으로 겨우 확인할 수 있다. 기존 ES시리즈 모델은 정숙함에 비해 폭발적 성능에선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배기량이 3000cc가 넘었던 만큼 주행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속도를 올릴 때는 다소 답답한 느낌이 있었다. 하이브리드 ES는 초반 가속시 전기모터가 가솔린 엔진에 힘을 보탠다. ‘얌전하기만 한 차에 이런 면도 있어나?’라고 할 정도로 쏠쏠한 달리기 실력을 뽐낸다. 성능에 놀라고, 연비에 또 한번 놀란다. ES 300h의 공인연비는 L당 16.4km다. 중대형 가솔린 세단인데 웬만한 소형 디젤차와 견줘도 연비에서는 손색이 없다.렉서스는 도요타의 고급차 브랜드다. 그만큼 차 전체를 고급스럽게 꾸미기 위해 노력한다. ES 300h의 센터페시아는 심플하면서도 단아한 멋을 자랑한다. 특히 대부분 버튼 조작이 직관적이고 운전자 친화적으로 조성됐다. 인체 구조를 세심하게 배려해 체구가 작은 여성도 어렵지 않도록 센터페시아의 버튼을 조작할 수 있다. 외관에서 가장 큰 특징은 좌우에 번개모양의 라인이 잡혀있는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단아하기만 했던 차에 개성을 보탰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현대차의 대형 가솔린 세단 제네시스 3.3 모델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신형 에쿠스가 ‘제네시스 EQ900’이란 이름을 달아 ‘제네시스’는 차종이 아닌 브랜드가 됐다. 소개할 차는 브랜드가 되기 전, 모델로서의 제네시스다. ‘국산차 치고는’ ‘가격 대비에는’ 같은 수식어 없이도 고급 수입차와 견줄 수 있을 정도의 매력을 가졌다. 3342cc 배기량 엔진을 장착하고 최대 282마력의 강력한 힘을 낸다. 최대토크가 35.4kg·m으로 치고 나가는 맛도 좋다. 폭발적 성능에 견고한 코너링, 깔끔한 디자인까지 흠 잡을 곳이 별로 없다. L당 9.4km(4륜 구동은 8.8km/L)의 연비가 다소 아쉽긴 하지만 이 차의 배기량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다. 저유가 덕에 연료비 부담이 줄었다는 게 새로운 메리트다.국산 대형 세단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수준급 편의장치다. 제네시스도 차량 곳곳에 고급스러운 소재와 시트가 적용됐다. 좌우가 비대칭인 센터페시아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자리잡았다. 열선·냉풍시트, 자동주차, 차선이탈방지, 최고급 음향 시스템 등 안전과 편의를 위한 장치가 대거 탑재됐다. 기업의 임원들이나 의전용으로도 자주 사용하는 차인 만큼 뒷좌석까지 꼼꼼하게 신경 썼다. 독일 세단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넉넉한 트렁크 공간은 덤이다.만약 독자의 어머니가 “렉서스도 별로고, 제네시스도 맘에 안든다”고 답한다면 마음 속에는 독일 브랜드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국의 수입차 시장은 50대 여성이 이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50대 여성은 트렌드에 민감하다. 그 민심(民心)이 판매량에 반영됐다면, 결국 답은 독일 4사(BMW·메르세데스-벤츠·폴크스바겐·아우디) 중 하나다.
저유가에 연료비 부담 적어져추천하는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의 E200이다. 수년 간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E클래스의 가솔린 모델이다. E클래스 가솔린의 주력은 E300이지만, 가격을 고려하면 E200도 나쁘지 않다. 강점은 탄탄한 성능에 세련된 디자인이다. E클래스처럼 남녀노소 누가 운전해도 어울리는 차는 드물다. E200은 2014년 695대가 팔렸고, 지난해는 929대가 팔렸다. 1991cc 가솔린 엔진으로 최대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0.6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크기가 작아도 무방하다고 하면 C200도 괜찮은 옵션이다. E200과 동일한 배기량 엔진에 비슷한 성능을 발휘하면서 가격은 훨씬 싸다.사실 E클래스를 추천하는 시기로는 좋지 않다. 하반기에 신형 E클래스 출시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판매 중인 E클래스는 이미 검증을 거쳤다는 강점이 있다. 신형 모델의 출시가 예정되면, 구형 모델은 할인을 많이 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E클래스의 오너가 될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무엇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50대 이상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