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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으로 영역 넓히는 골프장] 올 여름엔 북극에서 ‘굿 샷~’ 

세계 최북단 골프장은 노르웨이의 ‘트롬쇠’... 알래스카에도 퍼블릭 코스 18개 

남화영 헤럴드스포츠 편집장

▎세계 최북단 골프장인 노르웨이의 ‘트롬쇠’.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권에 얼음이 점점 줄어드는 요즘, 골프장이 조금씩 북쪽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북극곰의 터전이 줄어드는 건 안타깝지만, 경쟁하듯이 고위도에 골프장이 생겨나는 건 지구촌 라이프스타일의 거스를 수 없는 변화상일지 모른다.

북극점에서 600km 떨어진 북위 70도 그린란드 해안 도시 우마나크. 이곳에서는 수천 년 세월의 빙산을 병풍 삼은 얼음 위에서 이틀에 걸쳐 9홀을 두 번 도는 아이스골프대회가 1999년부터 매년 3월 말에 열렸다. 인구 1400명 미만의 우마나크시에서 호텔을 운영하던 아니 니만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색다른 이벤트여서인지 매년 전 세계에서 꾸준히 참가자가 생겼다.

코스 레이아웃은 매년 달랐다. 겨울이 지나 피요르드 해안선이 형성되는 3월에 최종적으로 그려지고 5월이면 코스가 녹아 없어지기 때문이다. 코스 전장은 9홀 파36(상황에 따라 파35)이며 18홀로 치면 정규 코스보다 25% 정도 짧아서 5400~5800m에 불과했지만 파5 중에는 전장 500m가 넘는 홀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대회가 열린 2012년에는 50명이 출전했다. 눈과 빙판 속에서 볼을 찾기 쉽도록 붉은 색 볼을 사용하며 홀컵은 일반 코스의 규격보다 두 배나 넓다.

바람 잔잔한(?) 영하 20도에서 라운드


▎아이슬란드 아쿠레이리골프클럽에서 열린 ‘북극오픈’.
덴마크의 여성 골퍼인 안니카 오스버그가 2011년부터 2년 연속으로 우승한 아이스골프계의 타이거 우즈다. 3월 말에 대회가 열리는 이유는 그 때가 빙판에서 무사히 대회를 열 수 있는 가장 따뜻하면서도 바람도 잔잔한(?) 영하 20도의 날씨를 보이기 때문이다.

5월이면 녹아 없어지는 얼음판 코스 대신에 그때부터 개장하는 코스도 있다. 노르웨이의 트롬쇠(파72 5745m www.tromsogolf.com) 골프장은 북위 69도39분20초에 자리한 세계 최북단의 18홀 정규 코스다. 트롬쇠 시내에서 4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멀리 만년설이 보이고 상록수와 미루나무 우거진 계곡에 코스가 앉았다.

트롬쇠는 1996년 6월 3일에 영업을 시작했고, 이듬해에 그랜드 오픈했다. 18홀과 파3로 된 9홀이 추가로 조성되었으며 드라이빙레인지도 있다. 워터해저드도 있지만 조그마한 원형에 불과하다. 여름 평균 기온은 섭씨 18~21도인데, 백야 골프가 가능해 새벽 2시에 티타임이 잡히기도 한다. 라운드 가능한 계절은 6~10월로 5개월에 불과하다. 가장 긴 홀은 1번 홀로 챔피언티인 굴(Gul)티에서는 파5에 전장 470m에 이른다. 코스레이팅은 파71.2로 무난한 편이다.

북위 66도33분인 핀란드의 산타클로스가 산다는 마을로 유명한 로바니에미의 우나스바라에는 북극 골프코스(파71 5960m)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1997년 현지인 페카 시뮬라에 의해 9홀 코스로 시작했으나, 2011년에는 전문 코스 설계가 라시 페카 틸란더가 참여해 18홀 코스로 완성했다. 케미조키와 오나소키강을 따라 계곡으로 홀들이 흐르는 자연적인 레이아웃이 장관이다. 이곳도 골프 시즌은 10월 중순까지로 5개월에 불과하지만 여름이면 백야 속에서 한밤에도 골프를 즐긴다. 캐디마스터 사무실과 프로숍이 붙어있으며 샤워기가 있는 라커룸도 갖춰져 있다. 드라이빙레인지에 퍼팅, 피칭 그린도 있다. 티잉 그라운드는 4개가 조성되어 있는데 화이트 티가 5960m로 가장 길고 레드티는 4555m로 가장 짧다. 그린피는 50유로(학생은 30유로)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아이슬란드 아쿠레이리골프클럽에선 ‘북극오픈’ 열려


▎그린란드 해안 도시 우마나크에서 열렸던 아이스골프챔피언십.
그보다 약간 낮은 북위 65도49분의 아이슬란드 북쪽 해안도시 아쿠레이리에 있는 18홀 골프장은 아쿠레이리골프클럽(파71 6300야드)이다. 지난 1935년 문을 연 이곳은 해가 가장 오래 떠 있는 하지 무렵이면 북극오픈(Arctic open/ www.arcticopen.is )이 열린다. 1986년부터 시작해 벌써 24회를 치른 이틀간의 이 대회는 스테이블포드(Stable ford) 방식으로 치른다. 이글을 기록하면 4점, 버디 3점, 파 2점, 보기 1점, 그리고 더블 보기 이상이면 볼을 집어 들고 다음 홀로 가는 방식이다. 북극에 가까워서 여름에도 잔설은 코스 곳곳에 남아있다. 볼이 눈 쌓인 러프 지역으로 날아가면 찾기 어렵기 때문에 이처럼 점수를 쌓는 게임 방식을 채택한다.

북극오픈은 4명이 한 조로 편성되며 최대 120명까지 플레이 한 적도 있다. 스크래치 부문을 비롯해 일반 아마추어, 여성, 55세 이상 시니어의 4개 부분으로 나뉘어 치러진다. 동타가 나오면 18번 홀에서 서든 데스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린다. 지난 2011년 이래 3년 간은 열리지 않았지만 지난해 개최됐다. 올해 대회는 6월 22~25일로 예정되어 있다. 첫 대회에서는 일반 아마추어 부문만 치렀으나, 2002년부터는 여성부와 시니어 부문 대회도 함께 열리고 있다.

이 골프장은 회원이 600여 명에 불과하지만 아이슬란드 외에 전 세계 어디에서 왔든 회원증을 덥석 만들어준다. 아이슬란드 수도인 레이캬비크와 아쿠레이리를 연결하는 비행편이 하루에 12편이며 덴마크 코펜하겐까지 연결되는 직항 노선도 있다. 대회 참가비는 아이슬란드산 보드카가 곁들인 오프닝 리셉션, 시상식 비용을 포함해 435달러다.

미국의 최북단 알래스카에서는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기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골퍼들은 색다른 골프를 시도한다. 2014년 8월 8~9일 이틀 동안 열린 툰드라골프클래식은 피라미드산 계곡에서 18홀 골프 대회로 열렸다. 얼음과 눈이 덮인 계곡에 홀을 조성해 라운드 하는 변형 골프다. 매년 3월 개최하는 베링해아이스골프클래식은 그린란드의 아이스 골프클래식처럼 알래스카에 위치한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라운드한다.

캐나다 북서쪽 툰드라 황야에도 골프장 들어서


▎캐나다의 ‘홀맨’.
위도 60~70도에 위치한 알래스카에는 총 18개의 퍼블릭 코스가 있다. 이 중 앵커리지와 페어뱅크에 서너 개의 코스가 집중해 있다. 그중에서 가장 높은 북위 65도인 페어뱅크에는 유콘강 위쪽으로 9홀 페어뱅크 G&CC, 인도어골프페어뱅크, 노스스타GC의 세 개 코스가 있다. 이들 코스는 아침이면 코스에 서리가 내려 있는 때가 많고 개울엔 만년설이 녹은 물이 코스를 따라 흘러간다.

‘북쪽의 별’이란 뜻의 노스스타GC(northstargolf.com 파72, 블루티 6337야드, 화이트 5820야드)는 북위 64도53분 78초인 알래스카 페어뱅크에 위치한 링크스 스타일의 18홀 코스다. 스코어카드에 갈가마귀, 여우, 곰, 독수리, 코요테, 사슴 등 13종의 동물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두고 라운드 중에 발견한 것이 있는지 확인하도록 했다. 로컬룰에도 ‘여우와 갈가마귀가 볼을 물어가면 무벌타 드롭을 하라’고 적어 두고 있다.

코스 근처 여우굴에서 볼 더미가 발견된 적도 있다. 목초지가 드문 추운 초원 지대여서 인간과 동물이 공생 관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홍학이 퍼트하는 것을 지켜볼 것이고 폰드에 떠다니는 오리를 쫓는 스라소니를 볼 수도 있고, 9번 홀 근처 습지에서 아침 저녁으로는 모스 사슴을 자주 목격한다. 변화무쌍한 날씨와 기후조건 때문에 동물과 필드를 공유하고 라운드 하더라도 참아야 한다. 18홀 그린피 30달러, 카트 25달러로 저렴하지만 이곳 역시 개장은 5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아메리카 대륙 최북단 코스는 미국 알래스카보다도 다양한 초원과 영역을 가진 캐나다에서 찾는 편이 낫다. 북위 70도44분11초에 위치한 울루카톡(Ulukhaktok)은 캐나다 북서쪽 극단인 이누비크의 빅토리아 섬 서안에 자리한 툰드라 황야의 이름이다. 2006년 3월 말까지는 홀맨(Holman)이라고 불렸다. 총 인구가 500명을 넘지 않은 이곳에서는 아메리카 대륙의 최북단에 자리한 9홀 골프장인 홀맨 골프코스가 있다. 수년 동안 애드먼톤 석유업자와 에스키모들을 골퍼로 유입해왔고 한여름인 7월 셋째 주에 빌리조스오픈골프토너먼트를 4일 간 개최한다. 툰드라 기후라서 땅에 티를 꼽기 어려운 경우 섬유로 짜인 인공매트를 깔고 티업을 한다. 골프대회를 제외하고는 홀맨 아트 프린트, 전통 댄스가 이곳 주민들의 유일한 축제이자 대회 활동이다.

그보다 약간 낮은 북위 68도에 이누비크에 있는 땅끝(Road's End) 골프클럽은 6월부터 9월까지만 개장하는 3홀 미니 코스다. 뷰포트 해안에 위치한 해발 168m 고도의 이곳 역시 툰드라 기후라서 잡풀에 황량한 느낌마저 풍긴다. 이누비크의 시장 대니 로저스가 주민들의 후원금을 바탕으로 2009년에 조성한 후 시장배 대회가 매년 6월 말(올해는 30~31일) 양일간 개최되는 등 골프 열정은 뜨거운 편이다. 3홀, 9홀 코스에서 무슨 골프냐 싶을지 모르지만, 여름에는 골프를 스스럼없이 논하는 것 자체가 아메리카 최북단의 달라진 일상 풍경이다.

- 남화영 헤럴드스포츠 편집장

1322호 (201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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