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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큰’ 투자 나서는 프로야구단] ‘성적은 투자순일 수 있잖아요’ 

FA계약 규모, 외국인 선수 연봉 해마다 늘어... MLB 연봉 인상의 나비효과도 작용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국내 프로야구단의 선수에 대한 투자 규모가 해마다 커지고 있다. NC는 박석민을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하면서 최초로 4년 최대 96억원의 계약을 했다. 한화는 투수 에스밀 로저스와 프로야구 역대 최고 연봉인 190만 달러(약 23억원)에 재계약했다. 국내 구단의 ‘통 큰’ 투자가 늘면서 젊은 현역 메이저리거도 속속 한국 땅을 밟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은 이른바 ‘묻지마 투자’에서 나름의 ‘합리적 투자’로 방향을 틀었다. 이들의 엇갈린 발걸음이 2016 시즌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

▎투수 에스밀 로저스는 한화와 프로야구 역대 최고 연봉인 19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 사진:중앙포토
지난 1월 22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2011년부터 5년 연속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했던 포수 윌린 로사리오(27)를 계약금과 연봉을 더해 130만 달러(약 16억원)에 영입했다. 로사리오는 지난해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87경기에 나와 타율 0.268, 6홈런·28타점을 기록했다. 그가 MLB에서 보낸 5시즌 447경기에서 올린 성적은 타율 0.273, 71홈런·241타점이었다. 특히 2012년(28홈런)과 2013년(21홈런)에는 20개가 넘는 홈런을 기록했다.

과거엔 전성기가 지나 MLB에서 밀려난 30대 선수들이 주로 한국에 왔지만 요즘은 다르다. 현재까지 계약을 마친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30.28세(2015년 개막일 기준 31.1세)다. 로사리오처럼 젊으면서도 MLB에서 한 시즌을 주전급으로 온전히 뛴 경험이 있는 선수도 많다. 아직 한화·LG가 보유 한도인 3명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도 20대 선수는 지난해와 같은 10명이 됐다.

젊고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한국 무대를 노크하면서 선수들의 몸값도 껑충 뛰었다. 29명의 외국인 선수와 계약하는 데 구단들이 쓴 돈은 총 2524만 달러(약 303억원)다. 선수당 평균 87만 달러(약 10억원)로 66만 달러(약 8억원)였던 지난해보다 31% 증가했다. 국내 선수들과의 격차도 더 벌어졌다. 지난해 각 구단별로 상위 27명 선수의 평균 연봉은 1억9325만원이었다. 외국인 선수와 국내 주전급 선수들의 연봉이 5배 넘게 차이가 난다. 2014년 외국인 선수 28명의 평균 연봉(33만 달러, 약 4억원)과 1군 엔트리(26명) 선수의 평균 연봉(1억8432만원)은 2배 차이였다.

젊은 현역 메이저리거 속속 한국 무대로


지난 12월 2일 한화는 지난해 활약했던 투수 에스밀 로저스(31)와 프로 야구 역대 최고 연봉인 190만 달러(약 23억원)에 재계약했다. 기아도 MLB 시카고 화이트삭스 출신인 투수 헥터 노에시(29)를 영입하는 데 170만 달러(약 20억원)를 투자했다. 연봉 20억원 시대가 열리면서 프로 야구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1998년의 몸값 상한선이 12만 달러(당시 1억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18년 사이에 20배 가까이로 뛰었다. 2014년 1월 외국인 선수의 몸값 상한(30만 달러)과 재계약시 연봉 인상률 제한(25%)이 폐지된 후 외국인 선수의 영입 비용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실제 선수들에게 투자하는 비용은 이를 상회한다는 게 야구계의 정설이다. 일본 프로야구와의 격차도 줄어들었다. 한화는 일본 프로야구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 라쿠텐 이글스 등과 로저스 영입 경쟁을 펼쳐 승리했다. 시속 155㎞의 강속구를 던지는 노에시도 여러 일본 구단에서 눈독을 들인 선수였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91명의 외국인 선수가 활약했다. 최고 연봉은 한신 타이거스에서 뛰었던 맷 머튼(35)으로 4억5600만엔(약 46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이대호(34)가 4억엔(약 4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고액 연봉자들의 금액은 우리보다 2배가 넘는 수준이었지만, 전체 선수 평균은 9524만엔(약 10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한 경기에 구단 별로 4명의 외국인 선수가 뛸 수 있고, 보유 한도는 무제한이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등에서 스카우트로 활동했던 대니얼 김 MLB 해설위원은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는 “프로야구가 1000만 관중 시대를 목전에 둘 만큼 양적으로 성장한 만큼 구단들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요즘 프로야구 팬들은 응원팀이 꼴찌를 하는 것보다 투자에 인색한 ‘짠돌이 구단’ 이미지를 갖는 걸 더 싫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4년 꼴찌팀 한화는 지난해 8월 1일 외국인 투수 셰인 유먼(36)의 대체 선수로 로저스를 영입했다. 전체 시즌(144경기)의 3분의 1인 51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MLB 명문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하던 그를 70만 달러(약 8억원, 구단 발표액)에 영입하는 대형 투자에 나섰다. 1년 계약으로 환산할 경우 200만 달러(약 24억원)가 넘는 금액이었다. 4~5일 간격으로 등판하는 선발 투수임을 감안하면 남은 기간 10경기 정도 선발 등판을 할 수 있었는데, 경기당 약 8000만원을 보장한 것이다. ‘과도한 투자’라는 비판이 일부에서 나왔지만 10경기에 등판한 로저스는 6승 2패, 평균자책점 2.97를 기록했다. 투자한 돈이 아깝지 않은 만점 활약이었다.

성적에 목마른 구단들의 ‘통 큰’ 투자


▎삼성에서 뛰던 박석민은 NC와 계약하면서 최초로 90억원(4년 최대 96억원)을 돌파했다. / 사진:중앙포토
한화는 2016 시즌에도 ‘통 큰’ 행보를 올해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7년 이후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한화는 이미 2명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데 310만 달러(약 37억원)를 썼다. 국내 FA 4명과 계약하는 데도 191억원(정우람 4년 84억원, 김태균 4년 84억원, 심수창 4년 13억원, 조인성 2년 10억원)을 쏟아부었다.

지난해 7위였던 KIA도 하위권 탈출의 해법을 외국인 선수 영입에서 찾았다. 한국시리즈를 아홉 번이나 제패한 명문 구단 기아는 2011년 4위를 차지한 이후 5위-8위-8위-7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해 부임한 김기태(47) 감독이 팀을 이끌면서 파격적인 선수 기용과 작전 구사로 시즌 막판까지 선전을 거듭했다. 가능성을 엿본 기아는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투·타에 중심을 세우겠다는 전략이다. 3~4년 계약 기간을 보장하고 연간 20억원 가까운 돈을 안겨줘야 하는 국내 FA 선수 영입보다는 1년만 계약하는 외국인 선수 영입이 차라리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기아는 노에시·지크 스프루일(70만 달러)·브렛 필(90만 달러, 재계약)을 잡는 데 330만 달러(약 40억원)를 썼다. 신생팀 프리미엄으로 외국인 선수 4명을 쓸 수 있는 KT(275만 달러)보다 65만 달러 더 투자했다. 지난해 9위에 그쳤던 LG도 투수 헨리 소사(90만 달러), 내야수 루이스 히메네스(80만 달러)와 계약하는 데 170만 달러를 썼다. 나머지 투수 한 명을 영입하기 위해 MLB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수준급 선수 여러 명을 영입 리스트에 올려놓고 고심하고 있다.

美 4~5선발급 투수 연봉 1000만 달러


▎로사리오는 국내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 가운데 젊으면서도 MLB에서 한 시즌을 주전급으로 온전히 뛴 경험이 있는 대표적인 선수다. / 사진:중앙포토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기록으로 입증된다. 선수의 시즌 기록을 토대로 종합적인 활약도를 평가하는 지표인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ins Above Replacement·WAR)’를 보면 지난해 정규시즌 2위팀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에릭 테임즈(타율·타점 1위), 에릭 해커(다승 1위) 등 4명의 평균 WAR은 5.90으로 단연 1위다. 시즌 1위 삼성은 평균 WAR 5.27로 3위에 올랐고, 시즌 4위 넥센(3.89)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평균 WAR 5.27, 2위)이 돋보였던 롯데 자이언츠는 시즌 막판까지 5위 다툼을 벌였지만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탓에 8위에 머물렀다. 이와 달리 외국인 선수의 평균 WAR(0.98)이 가장 낮은 두산 베어스는 정규시즌에서 부상으로 주춤하다 포스트시즌에서 부활한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5) 덕에 한국시리즈를 거머쥐었다.

MLB의 지속적인 호황이 국내 외국인 선수의 몸값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일종의 나비효과다. 대니얼 김 해설위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미국에서 4~5선발급 선수가 연봉 1000만 달러인 시대다. 메이저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백업 선수들도 150만~200만 달러를 받는다. (비슷한 수준의) 한국 땅을 밟는 선수들이 MLB에서의 꿈을 포기하는 보상까지 생각한다면 현재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은 정상적인 수준이다.

MLB 평균 연봉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400만 달러(약 48억원)를 넘어섰다. 지난해 4월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2015년 개막전 기준 선수들의 평균 몸값은 425만 달러(약 51억원)로 2014년 395만 달러(약 47억원)에 비해 30만 달러(6.3%) 올랐다. 이는 2001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미국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인 미국프로풋볼리그(NFL)의 평균 연봉인 210만 달러(약 25억원)의 2배 수준에 이르는 금액이다. 1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선수는 508명이고, 1000만 달러 이상은 123명, 2000만 달러가 넘는 초고액 연봉자도 27명이나 됐다.

벌어들이는 돈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통 큰’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MLB는 95억 달러(약 11조35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90억 달러)보다 5억 달러, 2013년에 비하면 15억 달러나 증가했다. 13년 연속 플러스 성장도 이어가고 있다. 배경에는 엄청난 금액의 방송 중계권 계약이 있다. MLB 사무국이 지난해 ESPN·FOX·TBS 등 전국 네트워크 3사와 맺은 중계권 계약은 온라인 및 모바일 방송권리를 포함해 8년 간 124억 달러(약 14조7240억원) 규모에 달한다. 연간 30억 달러가 넘는 라이선스 상품 판매와 스폰서십 등을 통한 기타 매출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MLB 사무국은 수익 분배(revenue share) 원칙에 따라 번 돈을 30개 구단에 공평하게 나눠준다.

이와 별도로 각 구단은 자체 수익 활동을 벌인다. 연고 지역의 케이블 방송과의 중계권 계약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고 인기 구단 뉴욕 양키스는 자체 케이블 방송인 YES 네트워크를 통해 2013시즌 8500만 달러(약 1018억원)에서 시작해 30년 동안 매년 5%씩 증가하는 계약을 했다. LA 다저스는 2014년 타임워너롭부터 25년 간 83억5000만 달러(약 9조9150억원)를 받는 중계권 계약을 했다.

MLB에서는 선수단 연봉 총액으로 상한 금액 이상을 쓴 구단에 사치세(luxury tax)를 부과한다. 부자 구단의 마구잡이식 선수 영입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4개 팀에 7280만 달러(약 870억원)의 사치세가 부과됐다. 그럼에도 최고 선수 영입을 위한 구단들의 지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 FA 제도가 도입된 1999년 11월 해태(현 기아)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강철(현 넥센 수석코치)은 3년 총액 8억원에 라이벌팀 삼성으로 이적했다. 역대 최초의 FA 이적 사례였다. 그리고 4일이 지난 후 LG 포수 김동수(현 LG 2군 감독)도 이강철과 같은 조건에 계약을 했다. 우승이 절실했던 삼성의 연이은 투자에 많은 이들이 “이렇게 돈을 펑펑 쓰다가 프로야구단이 다 망한다”고 걱정했다. FA 투자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삼성은 2002년 구단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이후 여섯 번이나 더 한국시리즈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21세기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해마다 FA 시장의 과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2012년 FA 이택근(넥센)이 LG에서 넥센으로 이적하면서 4년 50억원에 계약한 이후 계약 규모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장원준(두산, 4년 84억원)과 최정(SK, 4년 86억원)이 처음으로 80억원 대를 돌파했다.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 국내로 돌아온 윤석민(KIA)이 4년 9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80억원대 선수가 2명(정우람·김태균, 4년 84억원)이 나왔다. 삼성에서 뛰던 박석민은 NC와 계약하면서 최초로 90억원(4년 최대 96억원)을 돌파했다.

삼성의 새로운 실험


야구발전실행위원회 위원이자 [한국의 야구 경제학]을 집필한 이영훈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언론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과열이라고 말하지만 한화나 NC가 FA에 투자하는 것은 다른 팀이 생각하지 않는 곳에 가치를 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화 입장에서는 성적 향상에 대한 오너의 의지가 굉장히 강했고, 최근 몇 년간 소극적인 투자로 하위팀에 그쳤던 모 구단 역시 필요에 의해 돈을 쓴 것”이라며 “지난해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떨어졌던 NC 역시 올 시즌 우승을 위한 적기라고 판단해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액의 외국인 선수 영입도 FA 선수 영입과 비슷한 맥락이다. 돈을 써야 하는 확실한 이유(성적 향상)가 있고, 구단이 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면 과도한 투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니얼 김 위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최근 구단마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 대해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 어떤 구단은 통계 분석을 통해 ‘키가 큰 투수가 국내 타자들을 상대하는 데 유리하다’는 기준을 만들었다. 또 국내 야구장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플라이보다 땅볼 유도에 능한 투수들을 선호하는 구단도 있다.”

방향을 튼 구단도 있다. 한 때 FA 시장을 주도하며 ‘돈성(돈+삼성)’이라는 오명을 얻은 삼성은 외부 FA 영입을 줄이고 선수 육성에 힘쓰면서 프로야구 최초로 정규시즌 5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말에는 효율적인 구단 운영을 위해 광고·홍보 전문 회사인 제일기획에 편입됐다. 이른바 ‘묻지마 투자’에서 ‘합리적 투자’로 방향을 튼 것이다.

“대기업의 홍보 수단으로만 여겨졌던 야구단 운영에도 수익성에 대한 개념이 잡히기 시작했다. 야구단도 단순히 승리에만 집착하는 게 아니라 수익 증대를 위한 마케팅을 하게 됐다. 넥센 히어로즈가 적자 운영에서 벗어나 손익을 맞추는 정도로 성장하면서 모기업의 지원 없이도 자생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중기적으로 안정 단계에 접어든 한국 프로야구는 더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 이영훈 교수의 기대다.

히어로즈의 매출은 222억원(2012년)→230억원(2013년)→310억원(2014년)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강정호 포스팅 금액(약 50억원)을 포함해 350억원으로 뛰었다. 올해는 박병호가 안겨준 돈(약 150억원)과 넥센타이어 후원금(약 100억원)을 합쳐 250억원을 안고 시작한다. 중계권료·입장수입·광고 등을 합쳐 매출 500억원을 올린다면 조심스럽게 흑자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1321호 (2016.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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