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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 부는 골프 열풍] 골프장 늘고 PGA 우승자도 잇따라 

프로무대 진출 발판인 대회도 늘어 ... 여성·청소년 골프인구 비율 높아 

남화영 헤럴드스포츠 편집장

▎오는 8월 올림픽을 개최하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골프장. / 사진:중앙포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중심으로 남미 골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 시즌 들어 PGA투어에서는 아르헨티나 출신 선수가 벌써 두 명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PGA투어는 2012년부터 2부투어인 웹닷컴투어 밑에 3부투어 격으로 라틴아메리카투어를 만들었다. 지난해부터 라틴아메리카아마추어챔피언십(LAAC)을 창설해 우승한 주니어 선수에게는 마스터스와 브리티시오픈 초대권을 주기로 한 것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한다. 오는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112년 만에 처음으로 골프가 정식 종목에 포함된 것도 남미 골프 성장을 자극하고 있다. 늘어나는 중산층도 남미의 골프시장을 키우는 원동력이다.

아르헨티나 출신 최고의 골퍼는 통산 231승을 기록한 로베르토 디 비센조다. 1923년 4월 부에노스아이레스 북부 빌라발레스터에서 태어나고 자란 비센조는 집 근처 라넬라GC의 캐디로 골프를 시작해 15세에 프로선수가 됐다. 19세에 아르헨티나투어에서 첫 승을 올린 후 62세이던 1985년에 131승째를 달성했다. 남아메리카투어에서 62승, 미 PGA투어 8승, 유러피언투어 8승, 챔피언스투어에서 2승을 기록했다. 1967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남미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듬해 마스터스에서 스코어카드 오기로 우승을 아깝게 놓쳤다. 올해 93세인 비센조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상파울루로 이동한 뒤에 해외로 시합을 다니는 투어활동이 당시에는 참 불편했다”고 회고한다.

아르헨티나 골퍼, 올해 PGA투어 2승


칠레 출신의 비센테 페르난데즈(70)는 유러피언투어와 PGA챔피언스투어에서 우승했지만 PGA투어 우승은 없다. 아르헨티나 차코 출신의 호세 코세레스(53)는 11명의 형제 사이에서 침대가 2개뿐인 집에서 힘들게 자라며 캐디로 골프를 접했다. 페르난데즈는 유러피언투어에서 2승을 거둔 후 남미 출신으로는 비센조 다음으로 2001년 PGA투어 2승을 거두었다.

고양이라는 의미의 별칭 ‘엘가토’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코르도바 출신의 에두아르도 로마로(61)는 유러피언투어에서 8승을 올렸으나 PGA 투어 우승은 없었다. 그나마 잘 알려진 현역 남미 선수로는 로마로의 뒤를 이어 오리라는 애칭 ‘엘파토’로 불리는 앙헬 카브레라(48)다. 그는 2007년에 메이저인 US오픈과 2009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했고, 2014년 그린브라이어클래식에서도 우승을 추가했다.

아르헨티나 코드도바 태생으로 세 살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할머니 슬하에서 자란 카브레라는 10살부터 코르도바CC에서 캐디로 일했다. 타고난 기량에 노력이 더해지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부동산 사업을 하던 코르도바의 골프장 회원 눈에 띄어 16살에 처음으로 클럽을 받았다. 골프 연습생으로 실력을 키웠고, 그렇게 프로가 됐다.

지난 1월 중순 소니오픈에서 우승한 파비앙 고메즈(37) 역시 아르헨티나에서 캐디로 경력을 쌓은 후 미국에 진출해 프로가 됐고, 2승을 올렸다. 남미 출신의 선수들은 캐디로 골프를 배워 역경을 딛고 자수성가한 인간 승리의 사례가 많다.

요즘 젊은 남미 선수들은 PGA투어에 더 많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골프 입문 배경과 성장 과정도 달라졌다. 고메즈까지 캐디로 힘들게 골프를 시작했다면, 그 이후 세대는 주니어 시절부터 전문적인 교육을 받으며 미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선 골프가 생활체육


▎남미의 대표적인 선수인 앙헬 카브레라. / 사진:뉴시스
뿐만 아니라 PGA투어는 지난 2012년 3부 투어격으로 라틴아메리카투어를 창설해 한해 12개 정도 대회를 개최하면서 PGA투어로의 등용문을 만들었다. 올해 PGA투어 첫 대회인 프라이스닷컴오픈 우승자인 에밀리아노 그리요(23)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플로리다의 IMG아카데미에서 주니어 선수로 성장했다. 2014년에는 라틴아메리카투어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둔 후 지난해 웹닷컴투어로 승격했다. 거기서도 파이널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1부 리그인 PGA투어에 진입했다.

아르헨티나 투쿠만 출생인 안드레 로마로(35)는 어렸을 때부터 골프를 하면서 21살에 남아메리카 지역투어에 진출해 경력을 쌓았다. 2008년 취리히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그해 PGA투어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콜롬비아 메델린에서 태어난 카밀로 비예가스(34)는 8살 때부터 PGA투어에서 활약하는 꿈을 꾸면서 주니어 골프 선수로 컸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에서 선수생활을 한 뒤로 PGA투어에 들어와서는 2008년 페덱스컵에서 2승 포함 4승을 거뒀다.

베네수엘라 마투린 출신인 조나단 베가스(32) 역시 텍사스대학을 거쳐 프로에 데뷔한 뒤 2011년 밥호프클래식(현재의 커리어빌더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했다. 비예가스나 베가스는 미국에서 골프 장학생으로 대학을 졸업한 뒤에 2부 웹닷컴투어에서 뛰면서 정규 투어로 진입했다.

캐디로 골프를 시작한 앙헬 카브레라의 첫째 아들 페데리코의 경우 2008년 프로가 되어 2011년 웹닷컴투어에 응시했으나 탈락했다. 둘째 아들인 앙헬은 2012년 프로가 되어 캐나다투어를 거쳐서 현재 라틴아메리카투어에서 뛰고 있다.

브라질에선 골프 선수에게 특전을 부여한다. 지난해 10월 중순 경북 문경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 대회에서 브라질 교포 루카스 리(29), 루시안 리(22) 오누이가 남녀 우승을 차지했다. 상파울루에서 나고 자란 루카스 리는 10세 때, 루시안 리는 14세 때 골프를 시작했다. 루카스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캐나다PGA투어인 매킨지투어에서 5년 간 활동했고, 지난해 웹닷컴투어에서 상금 23위를 기록해 올해는 PGA투어에서 뛰고 있다. 여동생 루시안은 올해 LPGA 2부투어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브라질은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이들 오누이에게 8년 간의 군 복무를 조건으로 각종 후원을 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투어가 프로의 등용문이라면 지난해 창설된 LAAC는 남미의 주니어 골프 유망주를 육성하는 꿈의 대회로 여겨진다. 오거스타내셔널과 R&A가 후원하면서 우승자에겐 마스터스와 브리티시오픈 출전 초청권을 준다. 올해 우승자는 코스타리카에서 자란 16세 폴 샤플렛이다. 총 107명이 LAAC에 응모했으며, 이 중 67명이 미국 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 신청을 했다. 두 기구는 이미 아시아에도 아시아태평양아마추어챔피언십(APAC)을 만들어 관텐랑 등 중국 유망주를 키워 중국 골프시장을 뚫는 매개체로 활용하고 있다. LAAC도 라틴아메리카의 시장을 개척하는 주요 수단이다.

골프계에선 남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2014년 초 KOTRA 리우데자네이루 무역관에서 리우 올림픽을 계기로 남미의 골프시장을 조사한 바 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 112년 만에 골프가 포함된 이래 4년 간 골프장 수가 550개에서 588개로 7% 늘었고, 골프 인구는 12만 명에서 21만 명으로 약 75% 증가하면서 신규 골프장 건설이 증가세’라는 게 리서치의 요지였다. 지난해 말 영국왕립골프협회(R&A)에서 발표한 ‘2015 골프월드’의 세계 골프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2년 새 남미 골프장 수는 663곳으로 2년 새 12%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르헨티나는 1892년에 최초의 코스가 들어설 정도로 남미에서 골프 역사가 가장 오래됐고, 프로리그도 활성화돼 있다. 골프장 수는 지난해까지 319곳으로 브라질(123곳)의 3배 수준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골프가 생활 체육시설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축구장, 수영장, 테니스장처럼 기본 시설이다. 그런 까닭에 지구 최남단인 남위 54도에도 우슈아이아 골프장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이와 달리 브라질에선 수도인 아직 상파울루와 리우를 중심으로 골프장이 들어서 있다. 분포 지역이 조금씩 넓어지는 추세다. 올림픽을 계기로 골프장 건설이 활발해졌다. 현재 남미에서는 증설 코스 12곳을 포함해 총 30곳이 개발 중이다. 그중 브라질이 절반을 차지하고, 아르헨티나에는 복합시설과 리조트로 개발 중이다.

캐디 출신의 자수성가형 골퍼는 옛말

남미에서 골프가 급성장한 것은 2000년대 이후다. 골프시장은 관광산업의 발전, 중산층의 증가 등의 영향으로 커지고 있다. 현재 남미 인구는 4억1093만여 명이지만, 골프 홀수는 고작 9150홀에 불과하다. 18홀 기준으로 치면 509곳이라 한국보다도 골프장 수가 적다. 넓은 영토에 인구도 많지만 골프장은 4만5000명당 한 홀을 쓰는 구조다. 아시아 다음으로 개발 가능성이 큰 시장인 이유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에서 우루과이가 세계 43위(1만6642달러), 칠레는 53위(1만3910달러), 아르헨티나는 54위(1만3271달러), 브라질은 70위(9312달러)였다. 28위인 한국(2만8338달러)보다는 낮지만 코스가 급증한 75위인 중국(8154달러)보다 높은 수치다.

R&A 보고서에 따르면 남미 골프 인구 중 남자는 65%, 여자가 25%이며 나머지 10%는 청소년이었다. 여성과 청소년의 높은 참가율은 스포츠 성장에 호재로 작용한다. 남미 골프산업 성장에 긍정적인 신호다.

- 남화영 헤럴드스포츠 편집장

1321호 (2016.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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